[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돼지’가 사라졌다는 사건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극단 표표의 두 번째 작품 '돼지사냥'이 배우들의 실감 나는 즉흥연기와 1인 2역을 색다르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속도감 있는 변신으로 5인의 배우가 8인 역을 번갈아 가며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돈과 권력을 맴도는 소시민들의 일상과 그 일상을 지배하는 가치관을 조명해주었다.
‘칠수와 만수’로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백상예술상 연출상을 받으며, ‘늘근 도둑 이야기’ 등에서 작가로 인간의 왜곡된 욕망을 이야기하지만 쉬지 않는 웃음 폭탄을 선사하는 이상우 작가의 속도감 넘치는 희곡을 무대 위에 연출한 김용현 연출은 대학로에 나와 무대디자이너로 만났던 이번 작품을 이번에는 연출로 만나며, 관객들에게 애정이 가득 담긴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돼지’라 불리는 탈옥범을 찾는 사람들과, 서부리 마을 돼지 할매가 기르던 씨돼지를 찾는 사람들의 흥미로운 상황의 이야기는 연극이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을 이야기한다.
‘돼지’가 사라졌다는 사건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가며 사람들의 소문과 오해로 아수라장이 된 마을 사람들의 해프닝이 계속해서 펼쳐지는 '돼지사냥'은 지난 1월 19일부터 1월 30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짧지만 강렬한 웃음을 안겨주었다.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 진짜보다 가짜가 대접받은 풍조, 진실보다 거짓이 통하는 사회, 소문과 오해의 연쇄반응, 끝없는 거짓말 게임들로 이루어져 있는 이 연극은 일상의 단편들을 반복기법을 통해 보여준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는 일상이 당신의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이번 작품에서 동일배우가 소화하는 여러 배역은 모두 극 중에서 상반될 역할들로 더욱 아이러니한 폭소를 제공한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해프닝 속에 동일사건은 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 각각의 입장으로 반복된다. 그리고 반복기법은 거울 효과로 변형되기도 하며, 웃음을 이용해 관객의 일상에 대한 통념을 바꿔주려고 시도한다.
‘당당하게, 하늘처럼 청명하게, 명확하게’를 지향하고 있는 극단 표표는 서로가 연극을 통해 웃어보자고 말한다. 연극을 보는 사람들이 단순하고 가벼운 웃음이 아닌 보람 있는 웃음을 갖게 하는 것이 극단의 지향점으로 75분간 펼쳐진 코믹 세태 풍자극은 무대 위 바쁘게 움직이는 배우들을 보며 그 에너지를 느끼면서 웃다 보면 어느새 끝나버린 공연에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무대 위에 ‘돼지’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고 반복된다.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은 지금 우리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글과 배우들의 말 그리고 함께 하는 동료들의 맛, 글과 말 그리고 맛이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라고 소회를 말하는 김용현 연출은 “생각하게 하면 재미도 생긴다. 재미는 웃음만이 아니니까”라고 웃음 뒤 느껴지는 씁쓸함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 보라고 말을 건넨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선사해 준 이번 작품에 이은 극단 표표의 다음 행보도 궁금해진다.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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