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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국역 박열·가네코 후미코 재판기록 발간, 노예로 살기 거부한 자유인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8.01.20 10:59
  • 수정 2018.01.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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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네코 후미코 / 산처럼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박열의사기념관(이사장 박인원)은 독립운동가 박열의사의 항일투쟁 정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도서 ‘국역 박열ㆍ가네코 후미코 재판기록’을 발간했다. 2017년 영화 ‘박열’이 개봉과 함께 문경출신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아내인 가네코 후미코가 보여준 재판투쟁은 전 국민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얻었다. 그 영화 내용의 기본 바탕이 되는 자료이자, 박열의 독립운동 활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료가 바로 두 사람의 재판기록이다. 가네코 후미코. 그녀는 '천황-귀족-노동자-조선인'이라는 차별적 서열로 지탱되었던 일본제국주의를 거부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자 했던 자유인이었다. 후미코는 자신의 사상을 갖게 된 배경에는 부모와 일본국가가 가져다 준 고통이 있다고 옥중수기에서 밝힌다. 관동 대지진 이후 항일운동을 주도한 조선인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박열>에서 주인공보다 더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인물이 있다. 바로 박열의 부인이자 일본인 무정부주의자였던 가네코 후미코다. 이준익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언급한 책 <EC2E>가네코 후미코<EC2F>는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이 무정부주의자로 거듭나는 의식변화 과정과 조선인 항일운동가 박열과의 사랑을 서술하고 있다.

후미코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부친이 후미코를 호적에 올리지 않으면서 고통스런 삶이 시작됐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맡겨졌지만 7년동안 조선에서도 밑바닥 삶을 겪어야 했다. 후미코는 부모님의 불화로 어릴 때부터 친척 집을 전전하며 무적자의 신분으로 살았다. 그러다 아홉 살이 되던 해 충청북도 고모네 집에 양녀로 들어가며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 땅을 처음 밟았다. 이때 그는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과 3·1운동 등을 목격하고 자유가 없는 조선의 상황을 자신의 불우한 환경과 동일시하며 연민을 느꼈다. 후미코는 노예처럼 자신을 대하는 고모를 피해 결국 7년 만에 다시 도쿄로 도망쳤다. 그는 자신이 가난한 이유를 교육의 부재라고 생각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습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공부를 하며 자연스레 당시 유행하던 무정부주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무정부주의자들과 교류하며 당시 조선인 유학생 신분으로 도쿄에 머물던 박열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깊은 사랑과 사상적 일치를 느꼈고, 제국주의와 극단적 자본주의라는 사회적 병폐에 맞서 ‘흑도회’라는 단체를 조직했다. 1923년 조선인들이 일제에 의해 무고하게 학살당한 관동 대학살 이후, 일제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후미코와 박열을 일왕 암살 음모의 배후로 몰아 사형을 선고했다.

후미코는 훗날 옥중 서신에서 "나는 인간으로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연약한 여성으로 간주되는 걸 거부한다. 그런 전제 위에 선 모든 은혜를 단호히 거절한다. 상대를 주인으로 섬기는 노예. 상대를 노예로 보고 가엾게 여기는 주인, 나는 이 둘 모두를 배척한다"고 밝혔다. 후미코는 박열과 1922년 7월 흑도회 기관지 흑도를 창간한다. 창간 취지에서 조선인 특히 일본제국주의를 향해 투쟁하는 조선인의 마음을 뛰는 심장을 지닌 일본인들에게 소개하고 조선과 일본 양국의 민중 나아가 세계 민중의 해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서술했다. 작가는 파란만장한 후미코의 일생을 사실에 기반해 단조롭게 묵묵히 서술한다. 이는 역사학자로 알려진 작가 야마다 쇼지가 후미코의 재판 기록, 당대의 신문 등을 철저히 조사해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 함께 실린 후미코와 박열 사이의 편지들도 이 책의 사실성을 높임과 동시에 두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덕분에 전체 분량의 절반에 달하는 후미코와 박열의 체포, 옥중 혼인신고, 사형선고라는 일련의 사건들은 극적인 표현을 배제했음에도 독자들로 하여금 충분한 여운을 남긴다. 더불어 이 책은 무정부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사상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당시 시대 상황 속에서 그가 무정부주의에 깊이 매료되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독자에게 이해시킬 뿐이다.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무정부주의자 가네코 후미코. 그는 무적자이며 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자신의 처치를 식민지 현실의 조선과 동일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 야마다 쇼지는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치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을 보는 이들은 코끝의 찌릿함과 심장이 빨라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현태 기자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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