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천 '감성받이'로 순수 시간을 불러내는 제의 (祭儀)
색은 우주와 만나는 장소... 18일~ 28일 아산갤러리 개인전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박시현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을 종이와 천으로 받아 낸다. ’감성받이‘가 된 종이와 천을 한지위에 차곡차곡 바느질로 박음질하거나 꼴라주를 한다. 화폭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위로 김이 서린 창문을 닦아내듯 격렬하게 붓질을 가미한다. 일종의 찌든 감성의 정화의식이라 하겠다.

바느질 스케치로 작업하는 박시현 작가

“지나간 순수의 시간들을 화폭에 불러내는 저만의 제의(祭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무속인이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듯 작가는 그렇게 내면을 소환해 내고 있다. 자신만의 기법과 물성을 통한 회화적 표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도화지나 모래위에 그려나갔던 아름다운 날들의 초상들이라고나 할까요. 어느 시점부터 제가 동심의 물가에 이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에게 동심은 내면의 본질이다. 누구나 순수하고 참된 마음인 동심은 가지고 있지만 세상의 도리가 마음에 들어오면 동심을 잃게 된다. 그 동심을 그는 화폭에서 환기시키려 한다.

“중국 명말 사상가 이지(李贄)는 무릇 아이마음(童心)이란 것은 거짓과는 멀어 꾸밈없고 참(純眞)되어 맨 처음과 같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본마음이라 했지요. 만일 참마음을 잃으면 참사람을 잃음이니 사람으로서 참을 등지면 온전하게 처음(本心)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동심이란 것은 사람의 본심이니 어찌 사람의 본심을 잃음이 옳겠는가?라고 반문했지요. 최초의 한 생각에서 나온 본래 마음이란 얘기죠.”

그는 세상의 지식과 경험으로 빼앗겨 버린 동심을 되찾는 방편으로 화폭을 부여잡고 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결과를 의도하지 않고 ’손의 생각‘에 따라 종이와 천을 조합하며 새로운 형상이 드러나도록 합니다. 거기에 색채를 더해 생명력을 불어 넣지요.”

파울 클레가 색은 우리의 생각과 우주가 만나는 장소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가 화폭에서 벌이는 ’색 놀이‘가 다양하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엮어가는 화폭은 ’동심의 집‘이자 ’마음의 집‘이고 우주일 수도 있다.

박시현 작가는 오랜 기간 중국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보냈다. 그런 시간속에서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불멸의 바벨탑을 쌓지 않을 것과 영혼을 지켜낼 것을 언약했다. 붓을 놓지 않는 원동력이다. 최근 들어선 바느질 작업을 스케치 삼아 새로운 작업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작업의 메타작업이라 했다. 영혼의, 동심의 근저에 이르기 위한 여정이라 했다.

18일부터 28일까지 충남 아산갤러리서 개인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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