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4월 신설동 쪽방촌 노인가족방에서 화재로 노인가족방에서 불이났다. ⓒ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4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네 가족이 열심히 살았는데, 아이들 방학이라고 여행 한번 갔다가 이런 참변을 당했다니 눈물이 쏟아지네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으로 숨진 세 모녀가 살던 전남 장흥군 장흥읍 모 빌라 이웃 주민은 22일 참변 소식을 전해 듣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위험에 노출이 된 쪽방촌

돈을 아껴서 서울 나들이를 온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이들 가족에게 이번 바깥나들이는 유난히도 각별했다. 이번 화재에도 돈 때문에 참사의 아픔을 겪게 된 슬픔, 위험으로부터 항상 노출되있는 ‘쪽방’이란 쪼개고 쪼갠 방이라는 말이다. 보통 낡고 오래된 여관이나 여인숙, 축사를 개조했거나 무허가주택의 형태로 밀집됐고 보증금 없이 일세(5천원∼1만5천원)나 월세(8만원∼20만원)의 형태인 집을 일컫는다. 방은 별도의 편의시설이 없이 0.7∼2평 정도의 크기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서울 4곳, 인천 2곳 등 총 8곳의 쪽방촌이 존재한다. 하지만 쪽방촌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쪽방촌마다 그 지역의 사회, 문화적 특색을 반영하고 있다. 21일 새벽 세모녀의 죽음, 여관 내부는 가재도구가 모두 타 버린 채 시커먼 그을음이 묻은 벽체만 흉물스럽게 남아있었다. 불이 꺼진 지 여러 시간 지났지만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침 경찰은 1층 105호를 조사 중이었다. 가로세로 각각 3m 남짓한 작은 방이다. A 씨(35·여)와 두 딸 등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이다. 서울로 여행 온 세 모녀는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이 여관에 투숙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날 세 모녀가 낸 숙박비는 2만5000원이다. 세 모녀가 투숙한 105호 창문에는 쇠창살 4개가 있었다. 도둑 침입을 막는 용도이지만 불이 났을 때 창문으로 탈출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맞은편 101호는 창문을 열면 바로 벽이었다. 옆 건물과 불과 10cm 간격으로 붙어있었다. 여관 뒤편으로 10m쯤 가면 비상구로 쓰이는 문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문 밖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열쇠 없이는 안에서도 밖에서도 열 수 없었다. 화재 당시에는 여관 전체가 퇴로 없는 ‘지옥’이었던 셈이다. 소방 관계자는 “우리가 강제로 열었던 문은 도저히 탈출 용도로 쓸 수 없는 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여관 1, 2층에 각각 4개씩, 방 8곳 중 7곳에 투숙객 10명이 머물고 있었다. 이 중 A 씨 모녀 등 6명이 숨졌다. 3명은 중태에 빠졌다. 2층에 있던 최모 씨(53)만 가벼운 부상을 입어 화를 면했다. 대부분 일용직이나 퀵서비스 배달, 의류업체 비정규직 직원 등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서민이었다.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건물인 데다 3층 지붕은 불이 잘 붙는 샌드위치패널로 돼있어 건물은 순식간에 불가마가 됐다.

우리가 돌아봐야 할 이웃

특히,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인천지역의 경우, 약 1천여 세대가 △만석동 △인현동 △북성동 △효성동 등 공장과 항구 지역에 쪽방촌이 형성돼 있다. 창신동, 영등포 1,2 동 등지에 퍼져 있는 서울의 쪽방촌과는 형성원인에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인천의 쪽방촌은 공장주변과 항구부근에 분포해 거주자들 대부분이 쪽방을 자취방 형식으로 이용한다. 이에 반해, 다른 지역의 쪽방촌은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부근에 분포하며 대부분 노숙자들이 하루 일하고 자는 방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인천의 방 크기는 1.5평에서 2평정도로 서울의 0.7평에서 1.5평보다 좀 더 크다.

이렇게 인천의 쪽방이 그외 지역과 다른 이유에 대해 ‘인천 쪽방 상담소’의 한 담당자는 “인천의 경우 항구가 있고 공장도 많아서 다른 지역과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의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독거노인과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가끔씩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독거노인은 가족이 없는 경우지만 자식들이 같이 살기를 꺼려해 홀로 사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경우는 대다수가 주변의 공장을 다니는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쪽방의 가장 큰 문제는 위생상태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쪽방은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아침마다 세면을 위해 전쟁을 치뤄야하고 일을 보기 위해서는 줄을 길게 늘어서야한다. 다행히 쪽방 상담소가 공동 샤워실과 세탁실을 만든 이후에는 사정이 좀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러 가지를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위생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 집이 지저분해 벌레들이 많이 나온다.”는 효성동 한 주민의 말처럼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쪽방촌의 대부분 건물은 낡은 목재 건물로 이뤄져 있다. 지난달 8일 북성동 쪽방 여인숙 화재사건으로 6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사건도 이때문이다. 인천 북성동의 박봉기(67) 씨는 “전선의 합선 때문에 불이 많이 난다.”며 전선이 정리되지 못하고 널려있는 구조여서 위험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쪽방 사람들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사는 사람들 중, 그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서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은 쪽방 상담소를 비롯한 몇몇 시민단체가 전부이다. 쪽방 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책은 아직까지도 미흡한 실정이다.

어떤 이유로도 이곳의 주민들은 결국 쪽방을 떠날 수가 없다. 그만큼 싼 가격에 방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날 형편도 못 되기 때문이다.

일용직 노동자

만석동  쪽방 촌에 살고있는 이기옥(가명, 67) 씨. 항구에서 사온 굴을 까서 시장에 파는 일을 하는 그녀는 소위 하루벌어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

쪽방에 살게된지 3년 째. 그녀는 IMF가 터진 후, 아들이 실직을 당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 이제 32세의 아들은 공사판에 나가 돈을 벌고 자신은 굴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3월 이후에는 굴이 빨리 상해 팔 수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기간에는 다른 일을 해야한다. 작년 여름에는 구청에서 청소를 했으나 올해부터는 그 인원도 감축된다고 해 뭘 해야할지 통 걱정이다. 또 하나의 걱정거리는 길 건너편은 이미 재개발돼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조만간 김씨가 사는 동네도 재개발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곳이 재개발되면 어디로 가야할 지도 막막하다.”는 김씨의 얼굴에 그늘이 가시지 않는다.

사실 쪽방에 사는 것은 그녀에게 그리 힘든 것은 아니다. 공동이라지만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에 드는 난방비는 가장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녀는 겨우살이를 준비하며 “집의 전선을 깔끔히 정리 해줬으면 바랄게 없겠다.”며 합선으로 불이나 터전을 빼앗길 것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장애인

북성동 쪽방에 사는 1급 장애인 이명수(가명, 56세) 씨. 그는 뇌졸중과 고혈압을 심하게 앓아 전신의 반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생활보호대상자 1급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한 달에 28만원을 받으며 살고 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는 일자리가 없어 생활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가 쪽방에 오게 된 경유는 10여년 전 그가 병을 앓을 당시, 외동딸이 집을 나간 이후로 연락이 끊겨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전에는 집에서 밥을 해먹고, 산책을 하며 점심때는 적십자의 무료급식을 이용한다. 그리고 빵과 우유 등의 물품을 받아 집에 들어온다. 저녁 이후에는 TV시청을 한다.

그에게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하는 쪽방의 구조는 너무나 힘겹다. 특히, 화장실은 하루에 몇 번씩 들르는 곳이기 때문에 멀게만 느껴진다. 박 씨는 “씻는 거야 매일 안 해도 되지만 화장실은 안 갈 수 없지 않냐.”며 쓴웃음을 짓는다.

독거노인

쪽방에 사는 독거노인 민철규(가명, 61세)씨.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년을 가족끼리 보내지만 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하지만 그 괴로움은 외로움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군대에 있을 때 다친 오른쪽 발등이 다시 아파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그는 예전에 인천공항에서 짐 나르는 일을 했었다. 그러나 하는 일에 비해 보수도 좋지 않고 젊은 나이에 하기에도 힘든 일을 이 노인이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요즘은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그가 사는 쪽방은 2평. 쪽방촌에서는 비교적 큰 방이다. “지난 달 북성동 화재사건을 들었는데, 이 곳도 화재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 노인. “잠자다가 놀래서 깨기도 한다.”고 말해 쪽방 사람들의 화재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현재 이 노인은 자신을 부양할 사람이 없어 생활보호대상자 1급이다. 그 때문에 보건복지부로부터 한 달에 3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수입이 없는 그에게 이 돈은 소중하다.

“월 10만원이 방 값으로 들어가 나머지 돈으로 한 달 생활하기란 빠듯하기만 하다.”는 그는 “생활보조금이 인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 이날 새벽 50대 취객이 저지른 방화로 투숙객 6명이 숨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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