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 원불교 문인협회장 김덕권 칼럼

감지덕지

감지덕지(感之德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분하게 생각하고 아주 고맙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감사할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이 세상엔 평화와 행복만이 있지 않을까요? 원망생활 조차도 감사생활로 돌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힘든 일을 당해도 이 정도면 얼마나 다행이냐고 감지덕지 한다면 그 은혜가 한이 없을 것입니다.

천재적인 물리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과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입니다. 그는 21살 때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근위축성 측색경화증을 앓아 2년 시한부 삶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후에는 설상가상으로 폐렴에 걸려 목소리까지 완전히 잃기까지 합니다.

그런 그에게 한 기자가 “병마가 당신을 영원히 휠체어에 묶어 놓았는데 운명이란 녀석이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습니다. 호킹은 “제 손가락은 여전히 움직일 수 있고, 제 두뇌로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평생 추구하고 싶은 꿈이 있고, 저를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호킹은 힘겹게 다음 문장을 완성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호킹이 가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그를 병마의 고통을 극복하고, 빅뱅, 블랙홀에 대한 그의 이론과 1,000만부 이상 팔린 저서인 <시간의 역사>를 가져온 것이지요. 이 얼마나 감지덕지한 일인가요?

영어에서 감사를 뜻하는 ‘Appreciate’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어떤 사건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격스러워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가치가 오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좋은 물건에 감격스러워하면 그것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인생 역시 그런 것 아닌가요? 무엇보다 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긍정적인 삶,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근본이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아주 오래 전 제약 회사원이었던 전용기 씨가 아침 조깅을 하러 나갔다가 차에 치어 두개골 골절 등 14가지 합병증세로 익산 원광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 부인의 놀라움은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네 살 된 딸과 생후 45일밖에 안된 딸을 대전의 친정집에 맡기고 월 5만원의 사글세방을 병원 앞에 얻어 남편의 간병을 시작했습니다.

남편 전용기 씨는 식물인간이었습니다. 하루 수십 차례씩 가래를 빼내고,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키는 등 남편 수발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고통의 날들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무려 5년 11개월 이었습니다. 주위에선 포기하라고 했고, 시댁식구들도 발길이 뜸해지는가 하면 의사들도 합병증세 때문에 얼마 살지 못할 거라며 살아난다고 해도 식물인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까운 사람들은 새 출발을 하라고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급성폐렴 등 합병으로 수많은 고비를 넘겼는가 하면 부인 성원정님도 4개월 만에 쓰러져 입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부인 성씨는 평소 배워둔 미용기술로 환자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한 달에 4~5만원을 받아 남편의 기저귀를 사거나 약값에 보탰습니다.

본래 부인 성원정님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사고로 쓰러지면서 병원법당을 다니기 시작했고, 날마다 병원법당에 나가 남편을 살려달라고 진리 전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식물인간이라도 좋으니 제발 살아만 있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4년 11개월간의 길고 긴 식물인간의 잠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한편의 인간드라마 아닌가요? 진리의 은혜는 순수한 것입니다. 은혜는 조건도 없습니다. 다만 은혜는 감동과 감격과 감사가 넘칠 뿐입니다. 우리가 진리의 은혜에 감동하고, 감격하는 행위가 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과 정성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은혜인 것입니다. 그 은혜가 바로 하늘의 은혜이고, 부모의 은혜이며, 동포의 은혜이고, 법률의 은혜인《사은(四恩)》인 것입니다. 우리가 지은 바가 없어 천만금을 벌지 못했더라도, 내 바라는 대로 출세를 못했더라도 살아있다는 것과 내 것이라고 몫 지은 것이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합니다.

감사를 아는 사람이라야 은혜생활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적게 심는 자는 적게 거두고, 많이 심는 자는 많이 거두는 것이 만고의 진리입니다. 이것이 곧 인과의 진리이고 인생의 법칙입니다.

쿠바의 산타아고 마을에 ‘마리아’라는 여선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매일 말을 타고 학교에 출퇴근을 했습니다. 어떤 날 남루한 옷차림에 맨발로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소년을 보게 되었습니다. 차림새가 꾀 재재한 거라든지 맨발로 뛰는 걸로 보아 가난한 집 아이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 소년이 누구인가를 알아보았더니 자기 학교 학생이었고, 검은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마리아 선생은 구두 한 켤레를 사서 그 학생에게 주었고, 정성껏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그 학생은 학교를 떠났습니다. 그 후 쿠바의 지도자로 카스트로가 권좌에 오르게 되었고, 마리아 선생은 한 신문에 공산주의를 비방하는 글을 썼다는 죄목으로 경찰서에 연행 되었습니다. 그 선생은 곧 바로 정보과장에게 넘겨졌습니다.

마리아 선생을 본 정보과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마리아 선생이 아니세요?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옛날 구두 사주신 학생이 바로 접니다.”라며 덥석 손을 잡았습니다. 구두 한 켤레와 작은 정성이 훗날 위기를 모면케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덕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덕이라는 열매를 거둡니다. 사랑이라는 종자를 뿌리면 사랑이라는 열매를 거둡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원망할 일조차 감사생활로 돌리면 언제나 좋은 일을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生滅)이 없이 길이길이 돌고 도는 것입니다.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되며,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만고에 변함이 없는 상도(常道)인 것입니다. 감지덕지! 세상은 은혜의 덩치이며 감사할 일만 가득한 것 아닌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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