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튜브방송에서 손혜원 전 의원 인터뷰를 보고 부러움을 넘어 존경의 마음까지 품게 됐다. 그를 부러워했던 것은 그가 홍보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언론과 그가 속한 홍보는 엄연히 다른 분야이면서도 커뮤니케이션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은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많은 대학 혹은 대학원에서 ‘언론홍보’라고 하나로 묶어 가르치기도 한다)

서로 구사하는 수단은 다르지만 공히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언론계에 있는 나는 수천 개의 단어를 동원하고서도 내 뜻을 절반도 표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짤막한 몇 개의 단어를 조합하고 디자인과 색깔로 자신의 뜻을 백% 표현하는 홍보계 인물을 부러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를 존경까지 하게 된 것은 단순히 그가 이재명 캠프를 돕겠다고 나섰기 때문이 아니다. 듣자하니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등장한 이 후보의 플랑카드와 포스터, 새로 바뀐 슬로건까지 모두 그가 제작한 모양인데 이 모든 작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스스로 감당했다는 것이다. 보통 배포와 능력, 열성이 아니다. 그를 ‘손고모’라 부르는 팬들이 그를 불러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손고모를 전혀 모른다. 여성 홍보전문가로 크게 성공했고 오래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고 국회의원을 한 번 역임했고 열린민주당 창당작업에 참여했고 (열린민주당이란 이름도 그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진 않았다. 그러나 열린민주당 창당이 없었다면 어떻게 강민정 최강욱 김의겸 황희석 같은 탁월한 인물들의 활약을 볼 수 있었으랴!) 열린민주당이 궤도에 오르자 서슴없이 털고 나와 다시 홍보사업에 전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도다.

보아하니 내 나이 또래인데 여전히 (나는 이미 잃어버린) 활력있게 자신의 (나는 가져보지 못한) 능력을 자기가 하고 싶은 (나는 그저 마음만 있는) 좋은 일에 마음껏 쏟아붓는 그 열정을 보면서 나는 다시 그에 대한 존경에서 부러움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지금까지의 공적 행보를 보면 앞으로도 전혀 정치적 욕심이 없을 듯하다. 또 그는 여성으로서 특별한 대접을 받기를 거부하고 순수한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해 왔다. (누구 못지않은 페미니스트를 자부하는 나이지만, ‘여성’을 무기로 지위와 명성을 탐하는 이른바 여성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을 경멸한다)

그는 언젠가 목포 문화재거리 개발문제로 못된 언론(SBS)과 국힘당에게 곤욕을 치렀는데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당당하게 맞섰다. 의원직은 물론 목숨까지 담보로 내걸고 싸운 것은 그만큼 자신의 의도가 순수했기 때문이고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박지원 국정원 원장은 그때 오락가락했던 쪼잔함을 크게 반성해야 함)

손고모는 또 열혈 민주시민이기도 한 것 같다. 대개 성공한 사람들은 늙어가면서 보수화되기 십상인데 손고모는 한결같이 민주진영에서 봉사를 한다. 이런 역량있는 인물이 발벗고 나섰는데 이번 대선에서 민주진영이 질 리가 없다.

우리 동네 한 바퀴 돌아보니 기호1번 이재명 후보 플랑카드와 포스터가 압도적으로 탁월하다. 특히 2번 윤석열 후보의 그것은 (후보 닮아서) 거칠고 촌스럽기 짝이 없다.

손고모에게 격려전화 혹은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그만큼의 인연도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천하의 잘 나고 착한 사람들 사귀길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여성들에게는 유난히 낯가림이 심하다)

선거에서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뭘까? 필자는 후보들이 거리에 내건 현수막이라고 본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야 TV토론도 시청하고, 여론조사도 보고, 대선 관련 기사도 읽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대선을 치른다.

대선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두 가지는 피할 수 없다. 후보들의 현수막과 선거 운동 기간의 유세 차량이다.

선거 운동 기간 돌아다니는 유세 차량을 반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기 지지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유세 차량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과 연설 방송은 소음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지지 정당이 없는 경우는 무조건 시끄럽다고 느낀다.

유권자들은 선거 현수막을 보는 순간 선거 시즌임을 체감한다. 집에서 직장 다시 집으로 오는 모든 거리에 선거 현수막이 있으니 눈을 감지 않는 한 안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선거 현수막이 가장 쉽고 빠르게 유권자에게 다가간다.

2022년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내건 선거 현수막, 과연 디자인과 구호가 잘 어울려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살펴보자.

①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깔끔하다. 이재명이 확 눈에 들어온다. 누가 봐도 이재명이다. 그냥 머릿속에 이재명이 각인된다. 현수막으로 후보 이름을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듯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눈에 띄는 이유는 글자에 외곽선을 줘 후보 이름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호 1번이라는 숫자는 현수막 상단에서 하단까지 공간을 꽉 차지할 정도로 사이즈를 키워서 잘 보인다.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는 문구는 조금 길어 보인다. 그냥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② 기호 2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클라이언트의 과도한 요구를 꽉 채운 디자이너의 작품 같다. 국민의힘 컬러를 맞추어 글자 색상을 맞추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잡탕 찌개가 됐다.

윤석열 후보의 선거 현수막은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윤 후보 이름이 다른 글자들과 폰트 사이즈가 같거나 훨씬 큰 경우다. 이름이 큰 경우는 그나마 괜찮지만 크기가 비슷한 현수막은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수막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보다 빨간색인 ‘국민이 키운’만 들어온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는 말을 굳이 현수막에 왜 사용했을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현수막을 보는 사람 중에는 ‘내가 누굴 키워?’라며 반문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글자는 눈·비바람을 맞아 바래면 보이지도 않을 듯하다. 아니 색상 자체가 이미 바랜 것처럼 보이는 착각마저 든다.

③ 기호 3번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굳이 삼색을 써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름에 배경 색상이 많으니 후보 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예 노란색 바탕에 이름만 외곽선을 줬다면 훨씬 보기 좋았을 것 같다.

‘주 4일제 복지국가’ 문구는 정의당이 주장하는 공약이니 거론하지 않겠다. 그런데 '일하는 시민의 대통령'이라는 말보다 ‘주 4일제 만드는 대통령’처럼 직관적인 구호를 썼더라면 유권자에게 다가갔을 것 같다. 

④ 기호 4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 사나이, 모범생 이미지가 현수막에도 드러난다. 다만, 안철수는 4번이라고 인식될 수 있도록 안철수 다음에 기호가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르고 깨끗한’과 ‘과학경제강국’은 도대체 연관이 되지 않는다. '바르고 깨끗한 대통령'이라는 문장이 더 나았을 것 같다. 현수막에 있는 QR코드는 생뚱맞아 보인다. 과연 얼마나 QR 코드를 이용할지는 의문이다.

지방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는 선거 현수막에 노골적인 지역 공약을 표기하는 것이 좋다. 공약(公約)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사는 곳이 발전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대선은 다르다. 국민들도 어차피 공약이 다 지켜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인물과 당만 보고 뽑는다. 그래서 이름을 알리고, 후보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 현수막을 보고 후보를 결정한다는 생각은 필자 만의 착각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투표소에 가는 도중 선거 벽보를 보고 후보를 결정해 투표했다는 시민들도 많이 봤다.

정당과 후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디자인이 멋있는 선거 현수막이다. 자기 정당 고유 컬러를 맞춘다고 선거 현수막에 힘을 줘봤자 가독성 좋은 현수막을 당할 수 없다.

선거 현수막이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니 한 표라도 얻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마음과 기준에서 제작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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