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에서 탐사보도를 맡고 있는 김완 기자가 회사를 떠날 모양이다. (떠난다고 하지만 사실은 쫓겨나는 것이다) 편집국 간부들이 자신의 공든 취재를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한 항의인 것으로 보인다.

탐사보도 기자란 특별한 출입처 없이(취재분야가 따로 정해지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사감을 찾아 심층적으로 취재해 보도하는 기자다. 특정 출입처(예를 들어 검찰기자단)에서 우~우~ 타사 기자들과 어울려 몰려다니며 “점심 때 짜장면 드셨어요?” 묻는 기자들과는 다른, 독립적이고 문제의식 강하고 탁월한 취재능력이 있어야 감당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이런 기자들이 조중동 종편도 아닌, 「한겨레」 「경향」 같은 이른바 진보언론에서, KBS MBC 같은 공영언론에서 박해받고 있다는 사실이 비극인 것이다. 「열린공감TV」에서 열일하고 있는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가 비근한 예다.

MBC사장까지 지낸 최승호 PD도 한때 MBC에서 쫓겨나 뉴스타파 탐사보도를 이끌었다. 지금 KBS에서 대활약하고 있는 최경영 기자, 「고발뉴스」를 이끌고 있는 이상호 기자도 마찬가지다. 탐사기자는 아니지만 박원순 시장 관련 칼럼을 썼다가 후배들 압력으로 퇴사한 전 「서울신문」 곽벙찬 논설고문, 끊임없이 후배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YTN 뉴있저 변상욱 앵커 케이스도 마찬가지 성격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겨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한겨레」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보언론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젊은 기자들이 편집책임자들의 결정에 대들지 않나, 조중동 찜쪄먹을 수구적인 칼럼을 쓰질 않나, 이젠 진보신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어제만 해도 이세영 논설위원이 사교집단 신천지의 정치개입이 아무 문제 없는데 민주당의 혐오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식의 칼럼(‘신천지’라는 유령-‘유레카’)을 써 독자들을 경악케 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김완 기자 사퇴서를 보낸 후배의 씩씩거리는(분노에 가득찬 숨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맴도는 것 같다. (보도되지 못한 기사 전문도 있다. 윤석열 검사의 조남욱 회장 일가에 대한 봐주기 수사와 관련된 기사이니 시간되는 페친들 필람!) 

안녕하세요, 탐사팀 김완입니다.
저희는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 검증을 진행하라는 편집국장, 스페셜콘텐츠 부장의 지시를 받고 지난 1월 20일 무렵부터 장필수 기자, 정환봉 소통데스크와 함께 취재팀을 구성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명절선물 리스트 및 일정표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취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1월 말 조남욱 회장의 아들 조시연 부사장의 사업 파트너로부터 조시연 회장과 나눈 대화 파일을 단독 입수하였습니다. 대화 파일은 총 11시간 분량으로 △삼부토건 일가가 재기를 도모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황, △삼부토건 주요 수사 관련 검찰과의 관계, △2005년, 2011년 삼부토건 수사 당시 윤석열 후보의 역할, △윤석열 캠프와 조시연의 연루 정황 등이 담겨있습니다.
이후 정상적인 보강/확인 취재와 보고, 발제 과정을 밟아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지난 2월 15일(화) 편집위원회 회의에 보고를 하였고, 이후 부장을 통해 국장단의 논의를 거쳐 기사 여부를 판단하겠단 입장을 전달받았습니다. 15일 밤에는 류이근 국장, 정은부 부국장과 탐사팀이 면담을 진행했고, 취재 내용과 이후 기사 진행 계획 등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16일 오후 국장단 논의를 거쳐 기사 게재가 확정되었고, 1면+5면 기사로 게재한다는 지면 계획이 확정되었습니다.

16일 오후 5시 이후, 1판 지면 제작이 완료되어가던 상황에서 갑자기 기사가 빠지는 것으로 결정이 번복되었습니다. 결정 번복의 이유에 대해 “일부 편집위원이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고, 편집위원회 재논의 이후 기사 여부를 재판단하겠다”는 전달을 받았습니다.

이후 17일 오전 편집위원회 회의에서 다수의 참석자들이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워딩 기반 기사인데 워딩만으로 수사 무마 입증이 약하다’, ‘시기적으로 예민하다’, ‘기사 나갔을 때의 반향과 파장을 생각하면 보도 실익이 별로 없다’ 등의 발언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후 국장단은 최종적으로 기사 게재가 어렵단 결정을 했다고 전해왔습니다.

취재팀은 이런 의견에 동의하기 어려워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고자 합니다. 우선 취재 기자들이 확보한 워딩은 수사 무마를 직접 청탁한 당사자의 발언이고, 이 당사자는 재벌 3세로 윤석열 비롯한 다수의 검사들과 지속적인 유착 관계를 의심받아온 인물입니다. 단순히 비교해선 안 되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는 피의자의 발언이 검사의 전언으로 전해져 기사가 되기도 하고, 김만배 일당이 주고 받은 카톡 대화가 대서 특필되기도 합니다. 조시연의 발언은 <한겨레>가 지난 2019년부터 보도해 온 삼부토건-검찰 유착의 가장 유력한 자의, 최고위급의 언급이기도 합니다. 워딩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수사 무마 상황을 진술하고 있습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수사 담당 검사였습니다.

워딩의 ‘입증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조시연이 윤석열과 하는 얘기는 본인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정당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윤석열 뿐만 아니라 검찰의 최고위급 인사에게도 청탁을 했다는 진술도 있습니다. 어떤 워딩도 100% 사실을 담보할 순 없습니다. 만약, 타사가 이 보도를 먼저 했다면 우리는 입증력이 약하다며 인용 보도를 하지 않았을까요. 수사는 기소로 입증되는 것인데 조시연이 언급한 2차례 수사에서 삼부 측은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거나, 기소가 되지 않았습니다. 1회 기사 이후 조시연의 워딩 및 취재 내용을 추가 후속 보도 할 수 있음을 국장단에게 알렸고, 기사 비중을 따지지 않을테니 보도할 수 있도록 여러 맥락과 의미를 종합해 판단해달라고도 요청하였기도 하였습니다.

시기적 문제나, 보도 실익 문제는 정치적 고려일 뿐이지만, 우리가 사회적 관계 속에 놓여있는 회사이니 편집위원들은 고민할 순 있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사실을 취재하는 기자와 그 기사에 부적절한 영향이 미치고 압박을 주고 보도를 막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언론의 가치와 저널리즘의 책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해야지, 사실을 알았더라도 정치적 시기와 파장을 고민해 보도를 미루는 것이 우리의 태도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사내 구성원들에게 1판에 들어갔던 기사에 대한 공동의 판단을 묻고자 합니다. 기사와 함께 발행하려고 했던 녹음 파일도 첨부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밟더라도 편집위원회가 내린 집체적 판단이 달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2015년 이후 <한겨레> 기자로 여러 벅차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개인적으로도 너무 많은 걸 얻고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편집국 이하 구성원들 덕분이고 정말 많은 빚을 졌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17일자 1면+5면에 들어갔다가 빠진 기사 전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사이던 시절,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 일가가 지난 2005년 파주 운정지구 개발사업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직접 청탁했다는 증언이 처음 나왔다. 파주 운정지구 개발사업 당시 삼부토건의 자금으로 토지를 매입했던 동업자 등은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삼부토건 쪽은 조사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미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16일 <한겨레>는 조남욱 삼부토건 전 회장의 아들인 조시연 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인과 나눈 대화 녹음파일 4건(11시간 분량)을 입수했다. 2010년 전후 사업 관계를 맺어온 이들은 삼부토건이 추진하다 수사를 받았던 ‘헌인마을 개발 사업’ 재개를 도모 중이었다. 그러다 조 전 부사장의 사업 추진 자금이 차명으로 숨겨져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면서 대화를 녹음하게 되었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2005년 고양지청 검사였던 윤 후보가 ‘파주 운정지구 개발사업 수사 과정에서 삼부토건의 범죄 정황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말한다. 당시 사업을 두고 “고양시에서 걸린 게 그것. 삼부 돈 가지고 이것저것 지네들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난리치고 그런 게 있어”라며 “(해당 사안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게 윤총(윤석열 검찰총장을 이름)일 거야. 거기 보면 그때 돈 돌린 거, 회삿돈 가지고 돈 돌린 거, 어디에 투자한 거 다 나와”(2월 대화)라고 말한다.

삼부토건에서 당시 사업을 주도한 이는 조 전 회장의 동생인 조남원 전 부회장이었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부회장이 걸린 것은 회의록”이라며 “그게 다 우리 윤총한테 다 걸린 거야. …(조)시연이 너한테 차마 얘기 못하겠으니까 그냥 아버님(조남욱 전 회장)한테 이것은 안을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안 된다고 이야기해라 이랬는데”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 사건 관련하여 윤 후보 상대의 수사 청탁이 이뤄진 정황이 조 전 회장 일가의 직접 진술로 처음 제기된 것이다. 윤석열 후보 쪽은 “파주 운정지구 부동산 비리 수사와 관련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했다”고 밝혀왔다.

대화 중 지인이 “그럼 그때 잡아넣었어야지”라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돈 잔치를 한 거야”라고, 이어 “그때 저걸 봐준 거네”라는 말에는 “그걸 (윤 검사가) 못 봐준다고 한 건데 영감(조남욱 전 회장)이 막 난리쳐서”라고 답한다. 자금 흐름 등을 파악해 ‘윤 검사’도 난색을 표했으나 결국 조 전 회장이 힘썼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윤석열 후보 상대의 삼부토건 수사 무마 시도 정황은 11시간 대화에서 반복해 설명된다.

조 전 부사장은 “거기(회의록)에 여러가지 돈을 어떻게 빼느니, 이 돈을 어떻게 남기느니 … 그다음에 돈 처리 문제가 쫙 그다음에 쭉 나오는 거지. 그게 증거인데 그걸 얘기하겠냐 나한테?”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부토건 사주 일가의 청탁이 실제 윤석열 당시 검사에게 어떤 인과적 영향을 미쳤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사건 수사 결과, 삼부토건의 사실상 하청에 불과한 동업자(SM종합건설)는 기소된 반면, 사업을 주도한 ‘돈줄’(삼부토건)은 어떤 혐의로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수사 검사와 사건 관련한 사주 일가의 만남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고 극히 이례적”이라며 “똑바른 검사라면 그런 만남을 갖겠느냐. 평소 보험 든다는 차원에서 관리해오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준우 변호사는 “일반 시민들은 물론 변호사 입장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20년 전 신승남 검찰총장이 동생 비리 사건 무마와 관련해 문제가 불거진 이후론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파주 운정지구 개발사업 수사 때 5명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중 하나인 에스엠(SM)종합건설 대표도 토지 매입을 사업공고일(2003년 5월) 이전에 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당시 법상 사업공고일 이전 토지를 취득한 건설사가 일정의 주택용지를 수의계약으로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처벌받은 에스엠종합건설은 사실상 삼부토건의 하청업체이고, 토지매입 자금 출처 역시 삼부토건이었다.

조 전 부사장의 말을 종합하면, 이 같은 수사 과정에서 삼부토건의 횡령 정황 등도 포착됐으나 수사로 이어지지 않고, 매매계약서를 허위 작성한 시행업자만 처벌되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조시연 전 부사장의 해명을 직접 듣기 위해 유선전화, 텔레그램 전화, 메시지 등을 십수차례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겨레>는 대선 캠프를 통해 윤석열 후보에게 “2005~2006년 고양지청의 파주운정지구 수사와 관련해 삼부토건 조시연 부사장 혹은 조남욱 회장을 만나거나 사건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했지만 윤 후보 쪽은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파주 운정지구 부동산 비리 수사와 관련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였고 범죄 혐의가 입증되는데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며 “당시 매매계약서의 작성일자를 소급하는 데 공모하고 관여한 시행업자들은 예외 없이 엄정하게 처리하였다”고 밝혀왔다.

삼부토건은 파주 운정지구에서 이후 8500억원대의 분양사업을 펼쳐 1300억원이 넘는 사업이익을 거뒀다. 당시 삼부토건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삼부토건이 2005년 파주 운정지구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후 파주, 고양 개발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던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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