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문재인 비방' 공세에만 치중하는 尹, '천하장사' 이만기도 썼다가 호된 역풍 맞은 '색깔론' 재현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최근 대중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에 치중하고 있으며, 한참 철지난 색깔론까지 꺼내들면서 시대착오적인 사고까지 드러내는 모습이다. 1950년대 초반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즘(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이나 군사독재정권 시절 시민들에게 늘상 강요되던 '빨갱이 사냥'을 2020년대에 재현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22일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 유세에서 이재명 더불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우리 사회를 서서히 자유민주국가가 아닌 사회주의국가로 탈바꿈시키려는 몽상가인 공산당 좌파 혁명이론에 빠져 있는 이 소수에게 대한민국의 정치와 미래를 맡겨서 되겠나”라며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서도 “인민민주주의가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냐”라며 “이 정부는 개헌선을 돌파하거나, 어떤 식의 정치 타협을 해서 개헌하려고 하면, 우리나라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자를 빼내려고 한다. 이거 일부러 한 거지 절대 실책이 아니다”라고 비방했다.
윤석열 후보는 또 충남 당진 유세에서도 문재인 정부를 향해 “80년대 좌파 사회혁명 이념으로 무장된 운동권들의 정권”, “좌파 사회혁명 이념을 공유하는 이권 결탁 세력”이라고 강변하면서 한참 철지난 색깔론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또 홍성 유세에서 “좌파 운동권이 장악한 민주당은 중국 입국을 못 막는다. 중국 눈치 본다고 그런다”라고 목소릴 높이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의 이런 '색깔론' 공세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속내로 읽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강경친박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 등으로 옮겨갈 수 있는 '정권심판론'을 자신에게 최대한 결집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윤석열 후보 본인이 내세울만한 '컨텐츠'가 빈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실제 윤석열 후보는 그간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난에 치중하는 반면, 자신의 장점이나 정책·비전 등을 알리는데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MBN'이 윤석열 후보의 지난 일주일간 유세 연설문(지난 15일~21일)을 분석한 결과, 윤석열 후보는 27회의 연설에서 상대정당인 '민주당'을 가장 많이 언급(291회)했다. 두 번째는 정권(136회)이었으며, 자신의 이름인 '윤석열'이라는 키워드는 6번째(65회)로 밀려 있었다.
그만큼 윤석열 후보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네거티브' 언어에 치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후보가 '이재명' 자신을 가장 많이 언급하면서 그 동안 해온 정책들과 유능함을 강조하는 '포지티브' 언어를 쓰고 있는 것과는 지극히 대비된다.
'분단' 상태에서 비판자를 옥죄려는 색깔론과 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안보' 공세는 군사독재정부에서 소위 '만능키'로 써먹었던 것이다. 이를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다시 써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색깔론과 '안보' 공세는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
박근혜 정부 말기였던 지난 2016년 4월 치뤄진 20대 총선에서 있던 사례를 하나 들자면, 바로 전직 천하장사이자 방송인인 이만기(당시 경남 김해을 새누리당 후보)씨의 사례다. 당시 그의 상대 후보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다. 총선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김경수 전 지사가 리드하고 있었다.
당시 'MBC경남'을 통해 방영된 김해시을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만기씨는 김경수 전 지사를 향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번이나 구속됐다”며 “이적 표현물 제작 배포,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한 단체 활동을 한 것으로 아는데 맞느냐”고 색깔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김경수 전 지사는 “(국보법 위반은) 선거공보물에서 밝힌 사실”이라며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다 밝혀진 내용을 토론의 소재로 삼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당시 이만기씨는 “국회의원이 되려면 국가관이 중요하다”며 색깔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에 김경수 전 지사는 “아무리 선거 판세가 어렵더라도 이건 심한 것 아니냐”며 "이 자리는 김해시를 책임지고 일해 나갈 정치인 뽑기 위한 토론 자리”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당시 이만기씨는 색깔론 카드에 이어 김경수 전 지사의 병역 면제(왼손 검지 손가락 접합수술로 인한 면제)를 문제삼으면서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었다.
당시 이같은 이만기씨의 색깔론 공세는 전혀 먹히지 않았고, 도리어 김경수 전 지사가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됐다. 김경수 전 지사는 당시 62.4%를 득표해 당내 전국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이만기씨 득표율(34.4%)에 비해 무려 30%p 가까이 앞섰다.
그만큼 '색깔론'이 철지난 키워드라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윤석열 후보가 '색깔론'에 집착하며 비난 공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한편으론 다급하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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