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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9주기…공동정범, 국가 폭력이 남긴 상흔에 대한 냉철한 기록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8.01.23 00:31
  • 수정 2018.01.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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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아직끝나지 않은 상처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작년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란 코너가 인기다. 취객으로 등장하는 개그맨 박성광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외치며 우리 사회를 풍자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마주하는 일은 심히 고통스럽다. 하지만 용산참사 가해자로 몰린 철거민들은 용산참사 당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그들 자신에게 씌워진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09년 1월 20일 용산의 철거직전 건물 위 망루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김일란, 이혁상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공동정범>(2016)은 용산참사 가해자로 지목되어 법적인 처벌까지 받고 풀러난 철거민들의 출소 이후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 해 2009년 11월 29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 있었다. 그 해 8월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5년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이다. 이명박정부는 청와대가 이번 사면에 대해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선 이건희 전 회장이 IOC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의 청원을 수용한 국익 차원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사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용산참사와 쌍용차 파업 등의 문제에선 줄곧 ‘법치’를 주장해 오던 이명박 정부가 법치주의를 흔드는 사면을 단행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대상이 우리나라 최대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정부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죄를 짓더라도 쉽게 풀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개발 보상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의 대치 중 화재로 6명이 숨진 용산참사가 어느덧 9주기를 맞았다. 교회협의회 인권센터를 비롯한 용산참사 추모위원회는 지난 20일 추모식을 열어,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4년 후 용산참사 공동정범으로 몰린 생존자들이 출소를 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4년 전 함께 싸웠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한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철거민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의 골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용산참사 당시 공동정범으로 몰린 이들은 자신들을 범죄자로 만든 이명박 정권을 강하게 원망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강했다. 유족과 정부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사건 현장엔 아직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희생자의 분향소가 남아있다.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로 해를 넘겼고 당시 농성자들은 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법치를 주장하는 정부지만 3000여 쪽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는 따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역시 정부 스스로 법치논리를 부인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 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사면(赦免)이란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하는 것으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 중 하나다. 정부는 사면의 이유를 국익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을 위한 것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친서민 정책을 펼치겠다는 대통령의 권한이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더이상 용산참사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은 철거민들은 용산참사의 가해자, 범죄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다. 불타는 망루에서 겨우 살아남은 철거민들은 순식간에 범죄자가 되었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에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서로를 원망하고 할퀴며 살아간다. 하지만 철거민들 사이에 패인 갈등의 골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참사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들 스스로의 죄책감이다. 용산참사 이후 9년이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렇기 때문에 용산참사의 진실 규명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참사의 흔적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당신마저 기억하지 않는다면. 1월 25일(목요일) 개봉. 올해에는 ‘돈 있는 사람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서민들의 푸념이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김현태 기자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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