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단일화' 아닌 '사퇴후·조건없이 윤석열 지지'라는 국힘

'공동정부 구성'이나 '합당 후 공동대표 체제' 등 모두 "나중에 논의하면 될 일" 선긋기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대선을 불과 6일 남기고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돌연 발표되면서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안철수 후보를 탐탁치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실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후보 단일화'가 아닌 '사퇴 후 지지선언' '조건없이 윤석열 지지' 등의 표현을 쓰고 있었다.

안철수 후보와 상당한 악연 관계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시, 안철수 후보는 정부(국무총리)로 가는 것이 맞나'는 질문에 "제가 확인해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안철수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상당한 악연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이준석 대표는 '후보 단일화'라고 표현하지 않았고 대신 '사퇴 후 지지선언' '저희에 대한 지지선언'과 같은 표현을 썼다. 즉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했다는 것을 애써 언급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는 "저희가 전혀 자리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라며 "나중에 공동정부가 구성되고 그 안에서 적절한 인사들이 추천되고 하면 고려해보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그런 직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오간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 선언문'과 관련해 "공동정부, 연립정부라고 하면 DJP정도 연대가 돼야 한다"며 "그런데 DJP 정도는 상당기간에 걸쳐가지고 가치연대나 분점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선거 일주일 남기고 안 대표의 사퇴 후 지지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솔직히 인수위 단계나 이런 걸 거치면서 저희가 승리한다면 논의해봐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과거 DJP연대(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간 연대)는 대선 두달 전(1997년 10월) 이뤄진 것이며, DJP연대의 경우 국무총리직을 비롯해 장관 몇 자리 등 정부의 일정 지분을 김종필 전 총재 측에 배분하는 것이었다. 이번 안철수 후보의 후보 사퇴는 대선 6일전 갑자기 이뤄진 것이기에 DJP연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인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또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대해서도 역시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 언론에서는 공동대표체제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그건 들은 바도 없고 협의의 대상도 아니었다고 들었다"며 선을 그었다.

대선을 불과 6일 남기고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돌연 발표되면서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안철수 후보를 탐탁치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는 '대선 이후 바로 합당할 경우에도 이준석 대표 단일체제로 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변화는 없을 걸로 보인다"며 "예전에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바로 합당하기로 했었다. 지금 그때도 당명 변경 요구나 이런 것들이 나와서 무산됐는데 이번에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직 두 자리를 국민의당에게 준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들은 바도 없고 그건 그 제안도 당 차원에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협상단이라는 게 전권을 위임 받은 적도 없다"며 "그건 협상과정에 있어서 전적으로 당의 영역"이라고 역시 잘라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특히 '후보 단일화'라고 표현하지 않았고 대신 '사퇴 후 지지선언' '저희에 대한 지지선언'과 같은 표현을 썼다. 즉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했다는 것을 애써 언급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대표는 또 안철수 후보가 자신을 '그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관심 없다고 한 데 대해 "전 예전에 그분(안철수 후보)한테 그 자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며 "항상 감정에 솔직한 분이기 때문에 그게 흥미롭다"고 맞받았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가 다당제·중대선거구·결선투표제 등 정치개혁을 제안한 데 대해 "이미 후보 통합 야권 통합을 할 때 제가 듣기로는 무슨 아무런 조건 없이 이번에 확실하게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라고 한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자세한 내용들은 앞으로 더 논의를 할 것으로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며 역시 선을 그었다.

안철수 후보는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단일화는 끝났다' '후보 사퇴 없이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돌연 자신의 말을 바꾸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후보는 전날 윤석열 후보와의 공동 회견에서 "다당제가 제 소신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며 중대선거구제 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대선에서의 결선투표제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안철수 후보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신 거니까 본인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하고, 우리가 야권 통합을 할 때 그런 논의를 한 거하고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이번에 후보 통합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 이번에는 윤석열 후보를 당선시키자는 목적을 가지고 합쳐진 것이니까 그 문제가 필요하면 나중에 논의하면 되는 것"이라고 거듭 답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이준석 대표와 마찬가지로 '단일화'가 아닌 '야권 통합' '조건없이 윤석열 지지' 등의 표현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