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비애

▲ 김덕권 칼럼니스트

어쩔 수 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悲哀)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비애 중의 가장 큰 비애는 무엇일까요? 그건 아무래도 ‘가짜뉴스’가 으뜸일 것입니다. 가짜뉴스는 뉴스형태로 된 거짓 정보를 일컫습니다. 전체 혹은 일부분이 사실이 아닌 정보로 만든 뉴스도 가짜뉴스에 해당됩니다.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보를 조작해 대중에 유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가짜뉴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SNS를 매개로 한 가짜뉴스는 파급력이 커 실제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문제의 비애로 대두한 것입니다.

가짜뉴스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가장해 기사 형식으로 작성하여 배포한 것을 말하지요. 그러나 모든 가짜뉴스가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 만족이나 재미를 위해 가짜뉴스를 작성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드물게는 특정 이슈를 풍자하거나 비판할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기도 합니다.

'세계는 지금 가짜뉴스와 전쟁’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짜뉴스 역사도 오랜 옛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중종 때의 ‘기묘사화(己卯士禍)’는 위대한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정암 조광조가 가짜뉴스로 30대에 사약을 마시고 죽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 또한 전형적인 가짜뉴스의 피해자였습니다.

“5 · 18광주민중항쟁은 북한군이 파견되어 일으킨 폭동이다”라는 가짜뉴스의 망령이 지금 까지 횡행합니다. “JTBC가 보도한 최순실 태블릿PC는 조작 품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주사파들이 장악했다” 등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을까요? 더욱이 한심한 가짜뉴스는 “종교계에 과세를 한다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는 어느 목사의 발언입니다.

그는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에다 세금을 내라하나”, “하나님께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하나님을 건드릴 때 국가에 위기가 바로 다가오는 거다. 그걸 체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정말 존재한다면, 아마 전지전능하신 그 하나님은 ‘하나님 무고죄(誣告罪)’로 이들을 처벌했을 터인데, 저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건재한 것을 보면 과연 ‘하나님’이 정말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모를 일이 아닌가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가짜뉴스 비애는 또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류여해 최고위원은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라고 했습니다. 그 류여해를 몰아낸 홍준표 대표는 울산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맨날 쇼만 한다. 영화보고 대통령이 질질 운다.”는 망언을 또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도자는 우는 거 아니다. 지도자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를 ‘쇼통정권’이라고 힐난했다”고 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좌파정권이 들어서니 SBS도 뺏겼다”, “분명한 우리의 적은 문재인정부이다” “남북고위급회담은 북의 정치 쇼에 놀아나는 것” “문슬람 정권” “사회주의 좌파 문재인 정부를 척결해야” “평창올림픽은 평양 올림픽이다” 등의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데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없습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526명이 들어와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린 글과 동영상 링크. “이건 문재인을 꺾을 수 있는 절대적 자료, 세월호 책임은 문재인에게 있다.”는 막말로 터무니 없는 가짜뉴스를 연발하여 결국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왜 저렇게 한 시대 나라를 이끌어 왔던 세력들이 타락해 있을까요? 그들에게 남은 것은 ‘탐욕’과 ‘향수(鄕愁)’인 듯합니다. 권력자가 되면 뭐든지 장악할 수 있었던 탐욕스러움과, 정부의 채찍으로 손만 까딱해도 먹고 살았던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향수 말이지요. 문제는 지금은 그런 탐욕과 향수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5천만에 육박하는 국민들을 전부 그렇게 살도록 강요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가짜뉴스 확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소셜 미디어와 검색 서비스인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플랫폼 자체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신고’ 기능입니다. 이는 많은 사람의 참여를 통한 집단 지성에 일단 큰 역할을 맡기겠다는 의지이지요.

그러나 정책과 기술적 해결뿐만 아니라 일반인, 독자 그리고 시청자들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영국의 BBC는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확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면서, 시청자들이 뉴스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뉴스 제공사인가?

•내가 생각한 그 뉴스 소스인가 아니면 비슷한 곳인가?

•일어났다고 하는 곳이 지도상에서 정확히 알 수 있는 곳인가?

•다른 곳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는 이야기인가?

•이러한 주장에 대한 하나 이상의 증거가 있는가?

•이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가?

가짜 뉴스는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악용되고 있으며, 부당한 이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 구성원이 가짜 뉴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가짜뉴스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극하면 변하는 것이 우주의 진리입니다. 인조견(人造絹)은 결국 비단행사를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짓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진실은 천지도 없앨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비애는 가짜뉴스입니다. 가짜뉴스의 폐해가 사라질 때, 사회가 건전해지고, 정치가 바로 서며,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 아닌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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