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폭포 등 보여주는 미화 정책..비 실효성, 식상함 '지적'
생활밀착형 주민 공감 정책으로의 전환 '기대'

[충북=뉴스프리존]= 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

제천시 빈집의 재발견

올해 제천시가 원도심 도시재생모델의 한 축인 '빈집 재활용' 사업을 전격 추진겠다는 '빈집의 재발견' 시나리오를 내놨다.  

제천시는 장기간 흉물로 방치된 도심 속의 빈집개선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먼저 시범적으로 3곳의 빈집을 매입해 주차장과 쌈지 공원 등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심에 장기간 방치돼 흉물이 된 빈집을 정비해 안전하고 쾌적한 활용공간으로 재탄생 시킨다는 복안으로 보여진다.

제천시는 우선 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심에 흉물로 전락해 있는 빈집 3곳을 매입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나 쌈지공원을 만드는 것을 빈집 재탄생의 출발점으로 잡고 있다.

제천시가 빈집 개선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위해 사들인 폐가 모습 (사진=제천시)

 

제천시가 사들인 또다른 폐가 (사진=제천시)

지난 달 이상천 시장이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접근성과 활용도, 주변여건 등을 살펴 3곳의 빈집을 매입했다.

제천시에는 현재 1년 이상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빈집판정을 받은 곳이 총 349동이고, 그중 도심에만 200동, 농촌지역에 149동이 있다. 이중 174동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물로 파악됐다.

제천시는 우선 위험한 50동을 선정해 1동에 200만원씩의 철거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철거되는 건물은 제천시가 순차적으로 매입해 주민친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방침이다. 이와 같은 제천시의 빈집 재활용 시범사업은 도시재생모델의 한 축으로 도심활성화에 추진동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형식적이고 일시적인 사업이 아닌 제천시만의 특색있는 '빈집 재발견' 시나리오가 나오길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

이상천 제천시장은 "이 시범사업이 폐가 등 빈집 활용을 위한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골목정비 및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예산투입을 통한 빈집 정비에 나설 방침으로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제천시는 이와 연개해 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도 추진중이다.

제천문화재단 상권르네상스사업단에서는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2주간 2022년 스타점포 입주자를 모집한다.

스타점포 조성사업 또한 원도심 상권 내 빈 점포에 활력을 불어 넣는 사업이다. 제천문화의 거리 일원에 건물면적 29~118㎡ 규모의 빈 점포들이 대상이며, 우선 시범적으로 3팀을 모집중이다. 

창업공간 및 설비제공, 내·외부인테리어 지원, 창업교육 및 메뉴개발지원, 외식 및 위생교육 지원, 홍보 마케팅 지원, 점포 임차료 지원 등 초기창업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게 된다.

원도심 상권 스타점포 사업에 선정되면 올해 상반기 개업을 목표로 창업 기본 교육 및 컨설팅, 배달메뉴개발, 음식점 위생등급제 인증관련 교육 등을 받게 된다. 업종제한은 없으나 외식창업일 경우 가점을 부여한다.

하지만 제천시와 제천문화재단이 각 추진하는 원도심 빈집, 상권 재활용 사업이 전시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려면 민선 7기 사업에 그치지 않고 민선 8기,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야 하고 집행부와 의회가 초당적 차원에서 합치 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제천시가 뒤늦게 '빈집의 재발견' 프로젝트를 가동한 많큼 타 지역의 성공사례를 통해 제천만의 성공사례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핵심에는 지자체장의 의지와 시민들의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제천시는 그동안 도시 미화라는 명분으로 꽃, 조경, 정원, 폭포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를 두고 코로나로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사업이라는 곱지않은 비판이 시민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제천시의회 한 의원은 정례회 5분 발언을 통해 제천시의 미화정책을 신랄히 피판하기도 했다. 제천시가 민선 7기 들어 추진했던 도시미화 정책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쓸데없은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제천시가 추진하는 원도심 빈집 재활용 시범사업에 거는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커 보인다.

빈집 재발견의 성공사례

빈집개선을 통해 원도심의 부흥을 일군 사례는 많다. 전남 순천의 향동, 서울 금천구, 대전 중구 판자촌,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이 좋은 사례다. 이들 성공의 핵심은 지속성과 전폭적인 투자다. 빈집 재활용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어떤 비전을 보여 주는지 살펴 보자. 

#1. 도시재생 1번지 순천

순천시의 전남 순천의 원도심인 향동과 중앙동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던 잊혀진 거리였지만 순천시가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2017년 순천시는 원도심 재생 사업을 위해 도시재생주민대학을 출범시켰다. 도시재생주민대학 1기 졸업생들은 ‘고쳐드림’이라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먼저 허름한 한옥(적산가옥)을 개조해 유럽 가정식 레스토랑 ‘팡파르’를 개업했다.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창호를 그대로 살린 목재창호와  1960년대 단창 유리창, 1970년대 방범창 등 복고풍 장식을 그대로 살려낸 것이 젊은이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 레스토랑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음식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됐던 낡은 한옥이 원도심 내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으로 변모한 성공사례다. 찾지 않는 공간을 재미있는 장소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 '핫플레이스'로 재탄생 된 것이다. 단순히 빈집을 개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경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은 진정한 도시재생 모델로 꼽힌다.

이 외에도 순천시의 빈집의 재발견 사례는 다양하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대로변 피부관리 매장을 리모델링해 주민 쉼터이자 창업 공간으로 활용한 '에스테틱'은 매장 입구 공간을 주민 쉼터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주민을 위한 피부 관리나 족욕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버려진 지하 유흥주점을 개조해 지역 뮤지션들의 공연장이자 연습장으로 만든 ‘코워킹 커뮤니티 스페이스’ 등 모두 침체된 원도심에 버려진 공간이 '빈집의 재발견' 프로젝트를 통해 침체된 원도심 상권을 살린 사례다.

순천시는 빈집 살리기 사업 성공을 토대로 전국 도시 재생 1번지란 명성을 얻었다. 순천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6개월 이상 방치된 빈집을 활용해 주거, 창업, 공방, 주차장 등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유·제공하는 빈집뱅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순천시는 6개월 이상 방치된 빈집을 활용해 주거,창업, 공방,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빈집뱅크제를 운영중이다 (사진=순천시 자료사진)

순천시는 원도심인 향동·중앙동 일대 빈집 수가 2014년 156채에서 최근 6채로 줄었다. 이 지역 발생 범죄도 2014년 100건에서 2018년 52건으로 절반 가까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미관 뿐만 아니라 상권 활력, 범죄 율 하락 등 1석3조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주목할 점은 빈집이 늘어나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옛 도심이 활기를 되찾으며 청년들이 돌아오는 희망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순천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노후 주택이 밀집한 향동 원도심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금곡에코지오마을'로 재탄생 시켰다. 허물어져 흉물스럽던 빈집을 유명 작가의 창작예술촌으로 개조하고, 빈집 주변과 거리에 이웃사촌정원을 조성해 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순천시의 원도심 재생사업은‘ 정원의 도시 순천'이라는 새로운 명성을 얻을 수 있었고, 이는 고향을 떠난 청소년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인구 유입 효과를 가져왔다.  

제천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000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외지로 빠져나갔다.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지만 제천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 현실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는 한 인구 유출을 막을 길은 요원하다. 

순천시의 사례를 통해 제천시의 도시재생 사업이 청년층을 다시 불러들이고 인구유입을 통해 지역경기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높다. 

#2.대전 판잣촌의 변신 

대전 중구 용두동은 수 년 전까지만 해도 흉물스러운 빈 판잣집이 있던 자리다. 한국전쟁 때 피난 온 주민들을 위해 대충 지은 판자집이 주를 이루던 곳이다. 수십 년 세월이 지나면서 주민들은 떠나고, 빈집은 거미줄과 주민들이 몰래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동네 최고의 쉼터이자 명소가 됐다. 

대전 중구는 쓰레기 가득한 빈집을 철거하고 꽃반쉼터를 조성했다. 2015년부터 빈집 총 44채의 정비를 통해 공공텃밭이나 주차장, 주민쉼터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흉물로 발걸음이 끊겼던 판자촌이 대전의 명물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시적인 전시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사업을 펼쳐온 결과물이다. 

#3. 부산 달동네 감천동, '관광명소'로 재탄생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산비탈에 계단식 마을로 오랫동안 재개발에서 제왜됐던 소외된 지역이었다. 이 달동네가 부산의 관광명소로 발전한 것 역시 ‘도시재생’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돼 학생과 작가, 주민들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넣고 조형물을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을에 방치돼 있던 빈집 6개 동을 리모델링해 갤러리로 사용하면서 많은 건축학도들이 줄을 잇는 명소로 재탄생했다.

또 주민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위해 비즈니스센터를 만들고, 빈집을 리모델링해 도시형 민박과 유사한 체험형 주택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몰려들고 있다.

부산시는 2030년까지 2593억 원을 빈집 개선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1·2등급 빈집은 리모델링을 통해 마을작업장, 예술가 레지던스(문화카페·복합문화공간·작은 도서관), 주민 건강·복지서비스센터, 청년임대사업장, 임시 주거공간, 중소기업 직원 숙소, 가정폭력 피해자 피신처 등으로 활용한다. 3등급은 주민이 직접 빈집을 순찰하는 ‘안전 지킴이’ 사업 및 일자리 창출 공간으로, 4등급은 철거 후 주민 쉼터와 주민 플랫폼(공동체 공간), 텃밭, 마을 주차장 등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꾸준히 추진 중이다.

장기적인 계획과 전폭적인 투자만이 원도심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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