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나이를 먹고 보니까 참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로서는 무엇보다도 잘 걸을 수 없게 된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그러나 참 좋은 면도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덕화만발을 쓸 수 있고, 그리고 제가 나이가 많아 어른이 된 것입니다. 교당에서도 제일 앞자리에 앉아 빙긋이 웃고만 있어도 모든 것이 착착 잘 돌아가니까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노인이 많으면 사회가 병약해 집니다. 하지만 어른이 많으면 이사회가 윤택해 지는 것입니다. 음식도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하는 음식이 있고, 발효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마찬 가지로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노인이 되는 사람과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인은 나이를 날려버린 사람이지만, 어른은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지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노인은 머리만 커진 사람이고, 어른은 마음이 커진 사람이 아닌가요? 또한 노인은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지만, 어른은 어린 사람에게도 배우려 합니다. 또 노인은 아직도 채우려 하지만, 어른은 비우고 나눠 줍니다.

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만 알지만, 어른은 이웃을 배려합니다. 노인은 나를 밟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른은 나를 밟고 올라서라 합니다. 노인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어른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겉모습이 늙어가는 것을 슬퍼하지만, 어른은 속사람이 충만해지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이렇게 노인은 늙은 사람이고, 어른은 존경 받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몸과 마음 그리고 세월이 가니 자연히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자신을 가꾸고 스스로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노인은 자기 생각과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입니다.

또 노인은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좋은 덕담을 해 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상대에게 간섭하고 잘난 체하며,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알고, 알아도 모른 체 겸손하며, 느긋하게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노인은 대가없이 받기만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상대에 베풀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고독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고, 어른은 주변에 좋은 벗과 도반(道伴)과 동지를 유쾌한 모습으로 대하고 항상 크게 웃는 사람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노인은 이제 배울 것이 없어 자기가 최고인 양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자기가 사용했던 물건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그 물건들을 재활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노인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은혜를 입었으면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행복한 어른이 되는 비결이 있습니다.

첫째, 밝게 사는 것입니다.

마음이 밝으면 얼굴도 윤활해지고 동안(童顏)이 됩니다.

둘째, 열 받지 않는 것입니다.

열을 자주 받으면 건강만 해칩니다. 화를 자주 내면 주름살만 늘어갑니다.

셋째, 느긋하게 사는 것입니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단명합니다. 느긋하게 사는 어른이 천수를 누립니다.

넷째, 고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민은 병을 부릅니다. 그냥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다섯째, 남을 미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움은 피를 탁하게 하는 주범입니다. 남을 증오하면 그 업(業)이 무겁습니다.

여섯째, 숙면을 취하는 것입니다.

수면 부족이 노화를 앞당깁니다. 마음이 요란하면 숙면을 취할 수 없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보다 확실하게 어른이 되는 길은 없습니다. 계절은 오고 가고 하건만 늙음은 한번 오면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어도 인생은 다시 젊음으로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늙어가도 어른이 되면 몸은 신선이 되고, 뭇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습니다.

만족(滿足)이라는 한자의 뜻을 살펴보면, 만(滿)은 ‘가득하다’, ‘차오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족(足)‘은 그냥 발이라는 뜻이지요. 저는 아직 어째서 만족에 굳이 발 족자를 쓰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알아봤더니 '발목까지 차올랐을 때, 거기서 멈추는 것이 바로 완벽한 행복‘이라는 뜻이라네요. ’만족‘이라는 한자를 보면서 행복은 욕심을 최소화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떻습니까? 누구나 노인이 되거나 어른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어른은 마음을 열고 욕심과, 어리석음과, 그름을 없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허공처럼 텅 비운 어른이 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3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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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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