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덕질' 언어가 연결된 전후무후 현상, 그들이 만든 '포지티브' 폭발력 그리고 대선 이후에도 지치지 않는 이유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번 대선에서 석패했지만, 선거 막판 청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그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보통 대선에 패배한 후보의 경우 여론의 관심에서 일정 기간 멀어짐에도, 이재명 고문에겐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주목된다. 이는 최근 민주당에 신규당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또 이같은 현상이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며, 기존 정치에선 한 번도 일어나지 않던 현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쿠'는 이재명 고문에 대한 소위 '덕질' 현상을 주도하고 확산시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번 대선에서 석패했지만, 선거 막판 청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그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최근 민주당에 신규당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대선 선거운동 당시 '절박재명'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이재명 당시 후보를 응원하는 지지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번 대선에서 석패했지만, 선거 막판 청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그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최근 민주당에 신규당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대선 선거운동 당시 '절박재명'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이재명 당시 후보를 응원하는 지지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쿠'라는 커뮤니티는 이른바 매니아층을 일컫는 '덕후'에서 변형된 용어로, 해당 커뮤니티엔 연예인이나 게임·취미·스포츠 등의 다양한 분야에 몰입해 있는 '덕후'이자 '전문가'가 수도 없이 많다. '더쿠'에서 본래 '정치' 관련 이야기는 꺼내기 어려운 이슈였으나 최근 이재명 고문을 통해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아이돌 키워내던 기존 흐름→정치로 이질감 없이 '기출변형' 

이같은 '더쿠'의 소위 '이재명 덕질' 현상에 대해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는 지난 16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덕질 기출변형이라고 표현한다"며 "내가 좋아하던 스타들을 키워내던 그 흐름을 말 그대로 정치적인 것에 고스란히 기출변형 해봤는데 똑같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유정 평론가는 "사실 더쿠들이 쓰고 있는 '무명의 더쿠' 등 댓글에도 많이 나온다"라며 "이게 정치와 정치인을 사랑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사랑하고 키우는 거랑 사실 똑같네(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강유정 평론가는 최근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소속사를 향해 하는 시위인 '트럭총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럭총공이란 소속사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부당하게 대우할 때 항의하거나 건의사항 등이 있을 경우, 큰 LED 전광판을 탑재한 트럭을 소속사 사옥 앞에 세우거나 인근 도로를 운행하면서 요구사항을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트럭총공'이 정치로 옮겨가면 소속사는 '당'이 된다.

강유정 평론가는 또 '이재명 센터해'라는 표현도 돌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위 '센터'는 아이돌 그룹 멤버 중 가장 인기 많으면 서는 자리로 정치로 비유할 경우 이재명 고문이 민주당에서 가장 인기 많은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강유정 평론가는 또 "어떤 (아이돌 그룹)멤버는 자신의 개인활동 위주로 하느라 팀 활동을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들도 똑같이 왜 (대선)선거판에서 지금 '갠활(개인활동)' 하느냐(는 표현도 있다)"고 했다. 즉 이번 대선에서 선거운동을 잘 하지 않은 의원들을 아이돌 팀 활동보다는 개인활동에 치중하는 멤버에 비유한 것이다. 즉 기존 아이돌에게 쓰던 표현들이 정치 분야로 아무런 이질감 없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번 대선에서 석패했지만, 선거 막판 청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그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대선 선거운동 당시 '간절재명·절박재명·쏘리재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재명 당시 후보를 응원하는 지지자의 모습. 사진=이재명 고문 유튜브 영상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번 대선에서 석패했지만, 선거 막판 청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그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대선 선거운동 당시 '간절재명·절박재명·쏘리재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재명 당시 후보를 응원하는 지지자의 모습. 사진=이재명 고문 유튜브 영상 중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선거가 그들 입장에선 허무하게 패배로 끝나서 게임 오버가 아니고 현실은 정반대"라며 "제가 보기엔 오히려 2030 덕후를 비롯한 여초 커뮤니티의 '이재명 현상'은 오히려 선거 기간 중에는 이재명 팬덤현상이 아니었다. 굳이 비유하면 '입덕 부정기'라는 게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데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라고 일반인 코스프레(일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이게 말이 되는 게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당선인이든 선거 내내 언론이 '비호감 선거'라며 악재만 계속적으로 노출했다"며 "그러다보니 '나는 윤석열은 싫어서 다른 사람 뽑고 싶은데 이재명이라는 사람도 비호감' 이렇게 되면 열심히 알리고 파는 영업이 불가하다. 아이돌 덕들 판에선 암묵적 예의는 억지로 영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영업은 사람이 관심 가질만할 때 시작해야 한다. 그냥 들이대면 예의가 없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 시작은 (윤석열 당선인의)여가부 폐지를 비롯한 일종의 안티심으로 시작됐고, 이재명이라는 자체에 대한 영업은 무언가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렇게 소위 안티로 시작한 것이 긍정적인 흐름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거티브' 아닌 '키우자'가 만든 막판 폭발력, 절박함과도 연결됐다

강유정 평론가는 "사실 이번에서 각각 커뮤니티가 나름의 정치색을 드러냈다"라며 "그런데 왜 폭발력을 못 가졌냐면 일종의 네거티브 전략을 고스란히 쓰고 있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함으로서 어떤 다른 후보를 다른 세력을 누르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라고 했다. 그는 "더쿠가 가장 다른 점은 포지티브한 '키우자'라는 얘길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유정 평론가는 "(더쿠의 영향력이)다른 커뮤니티로 넘어가 확장했던 건 솔직히 (윤석열-안철수)단일화 이후"라며 "그 이후엔 '선거가 하루이틀만 더 있었어도 선한 영향력이 훨씬 더 많은 커뮤니티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짚었다. 그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더쿠는 잠도 안 자나보다. 젊어서 좋다' 너무 발랄한 이야기들이 네거티브에 물든 사람들에게 한 번에 정화작용까지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덕질의 세계에서 결국 네거티브 흐름은 긍정적인 흐름을 이기지 못한다"라며 "덕질이라는 건 누구를 좋아하는 건데 '나는 누구를 싫어해서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사람이 좋아야 한다. 그 그룹이 좋은 점과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납득하는 실마리가 찾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그 '실마리'에 대해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연약함과 귀여움을 찾으면 된다"며 "(입덕부정기를 넘어)영업이 되고 사람들이 납득하기 위해선 귀엽게 생겼다가 아닌 귀여운 정서를 내가 느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귀여운' 정서의 계기는 이재명 고문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블로그에 올렸던 자신의 애틋한 정서를 담은 자작시들이 발견되며 시작됐다는 것이다. 

'더쿠'의 한 회원은 이재명 고문과 직접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인증글'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사진=더쿠 커뮤니티 캡처
'더쿠'의 한 회원은 이재명 고문과 직접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인증글'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사진=더쿠 커뮤니티 캡처

강유정 평론가는 "포지티브하게 멘트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말하자면 '(대통령으로) 키워주자'(는 것)"이라며 "선거 기간 어느 때도 볼 수 없던 것으로 예를 들면 '이재명도 대통령 데뷔해'(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만들자'는 강경한 어조가 아니라 아이돌을 대하듯 애정을 가지고 한 것이, 사람들에게 부정성을 넘어 다정하게 다가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유정 평론가는 인상 깊게 느꼈던 멘트에 대해 '이재명을 뽑아서 120시간 일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윤석열-안철수)단일화 이후에 가장 떴던 게 '간절재명' '절박재명' '쏘리재명' 이런 네이밍들"이라며 "사실은 이 절박함은 이재명 후보도 절박했겠지만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아서 여성들도 절박해진 거다. 심리를 고스란히 얹어서 이심전심처럼"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평론가는 "이성적인 부분인 능력도 120시간 일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이 나의 절박함과 같이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 대단한 시너지를 폭발적으로 일으켰다"라고 해석했다.

스스로 '밭갈이'되어 온 그들, 왜 호흡이 길 수밖에 없을까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연약함이란 키워드와 단일화를 연결하면 단일화로 이재명 후보가 연약해졌고. 내가 도와주고 키워낼 데뷔시켜야할 동기가 되고, 그래서 입덕부정기에서 입덕으로 확 넘어가서 문화적으로 훈련된 세대가 정치이슈와 아주 화학적으로 잘 결합한 모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여성들이 스스로 학습해서 터진 것이지 정치적 기획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나"라고 했다.

강유정 평론가는 "밭갈이를 한 게 아니라, 밭갈이가 된 상태로 온 것"이라며 "최근에 오히려 대선 끝나고 돌판(아이돌판)이나 정치판이나 똑같다라는 글도 있다. 오히려 '내가 마음 다하면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거 같다"고 짚었다. 그는 "오히려 대선 초반보다 막판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 흐름이 안 멈춘다"며 "많은 정치 커뮤니티가 잠잠한 데 여기만 안 잠잠하다"라며 '더쿠' 현상을 짚었다.

김영대 평론가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선 타이밍이 좀 늦은 것이며 선거 자체는 실패했고 탈락했지만, 그런데 더쿠 입장에선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재명 대통령 데뷔'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의지를 드러내는 트위터 내용. 사진=트위터 캡처
김영대 평론가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선 타이밍이 좀 늦은 것이며 선거 자체는 실패했고 탈락했지만, 그런데 더쿠 입장에선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재명 대통령 데뷔'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의지를 드러내는 트위터 내용. 사진=트위터 캡처

김영대 평론가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선 타이밍이 좀 늦은 것이며, 선거 자체는 실패했고 탈락했지만, 그런데 더쿠 입장에선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재명 대통령 데뷔'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유정 평론가는 "'나 전소민 강다니엘 이채연 조승연(WOODZ) 다 데뷔시켰어. 이재명 대통령 데뷔해'라는 말도 있다"며 "이게 뭐냐면 사실 안 보이던 신인 시절부터 덕질 시작하는 팬들이 많다. 말 그대로 키우는 육성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래서 생각보다 잘 지치지 않고, 애정 쏟아서 결실 볼 때까지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힘들여서 하기에 호흡이 훨씬 길다"라고 강조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본인이 큰 실수나 잘못을 하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덕질을 멈추지 않는다"라며 "소속사가 헛발질해도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은 완전히 사그라드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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