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감계(鑑戒)(2)

역사(歷史)란 무엇일까요? 역사는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 또는 그 기록을 말합니다. 초, 중고교 시절 저는 그래도 역사공부를 꽤 잘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젊은 시절부터 아예 우리나라 역사를 외면하고 살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나이에 따로 역사공부를 새로 할 수는 없고, 마침 ‘서울대 명예교수 허성도’님이 《역사의 감계(鑑戒)》라는 글을 보내주셔서, 이 글을 네 차례에 걸쳐 올려 새삼 역사공부를 해 보고 싶네요.

<감계(鑑戒)>라는 말의 뜻은 ‘지나간 잘못을 거울삼아 경계하는 것’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우리나라의 영욕(榮辱)역사를 되돌아보며 앞날을 경계해 보면 어떨까요? 어제에 이은 두 번째 <역사의 감계>입니다.

【왜? 편지를 쓰려면 한문 꽤나 써야 되니까. 그럼 글 쓰는 사람만 다냐? 글 모르면 어떻게 하느냐? 그렇게 해서 나중에는 ‘언문상소’를 허락해 주었다. 그래도 불만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래도 글줄 깨나 해야 왕하고 소통하느냐? 나도 하고 싶다.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오니까 신문고(申聞鼓)를 설치했다.

그럼 와서 북을 쳐라. 그러면 형조의 당직관리가 와서 구두로 말을 듣고 구두로 왕에게 보고했다. 이래도 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신문고는 왕궁 옆에 매달아 놓으니 그러니까 지방 사람들이 뭐라고 했냐면, 왜 한양 땅에 사는 사람들만 그걸 치게 만들었느냐? 우리는 뭐냐? 이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격쟁(擊錚);이라는 제도가 생겼다. 격은 ’칠 격‘ 字이고, 쟁은 ’꽹과리 쟁(錚)‘자다. 왕이 지방에 행차를 하면 꽹과리나 징을 쳐라. 혹은 대형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흔들어라. 그럼 왕이 ’무슨 일이냐?‘하고 물어봐서 민원을 해결해 주었다. 이것을 ’격쟁‘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제도가 흔히 형식적인 제도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다. 예를 들어 정조의 행적을 조사해 보면, 정조가 왕 노릇을 한 것이 24년이다. 24년 동안 상소, 신문고, 격쟁을 해결한 건수가 5,000건인데, 재위(在位) 연수를 편의상 25년으로 나누어 보면, 매년 200건을 해결했다는 얘기이고, 공식 근무일수로 따져보면, 매일 1건 이상을 했다는 것이다.

서양의 왕 가운데 이런 왕이 있었나? 이것이 무엇을 말하느냐면, 이 나라 백성은 그렇게 안 해주면 통치할 수 없으니까 이러한 제도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나라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렇게 보면 아까 말한 두 가지 사항 가운데후자에 해당한다. 이 나라 백성들은 만만한 백성이 아니다.

그러면 최소한도의 합리성이 있었을 터! 그 합리성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오늘 말하고자 한다.

첫째, 기록의 문화이다.

이집트에 가면 스핑크스가 있다. 그걸 보면서 어떠한 생각을 들까? 중국에 가면 만리장성이 있다. 아마도 거의 다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집트 사람, 중국 사람들은 재수도 좋다. 좋은 선조 만나서 가만히 있어도 세계의 관광달러가 모이는구나.

여기에 석굴암을 가져다 놓으면 좁쌀보다 작다. 우리는 뭐냐.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그러한 유적이 우리에게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프랑스의 베르사유의 궁전같이 호화찬란한 궁전이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만약 조선시대에 어떤 왕이 등극을 해서 피라미드 짓는데 30만 명 동원해서 20년 걸렸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 왕이 조선백성 여러분! 내가 죽으면 피라미드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자제 청·장년 30만 명을 동원해서 한 20년 노역을 시켜야겠으니 조선백성 여러분, 양해하시오 그랬으면 무슨 일이 났을 것 같은가?

“마마, 마마가 나가시옵소서.”하고 조선백성들은 20년 동안 그걸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그러한 문화적 유적이 남아 있을 수 없다. 만일 어떤 왕이 베르사유궁전 같은 것을 지으려고 했으면 무슨 일이 났을까? 당신이 나가시오! 우리는 그런 것을 지을 생각이 없소. 이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그러한 유적이 있을 수가 없다.

대신에 무엇을 남겨주었느냐면 기록을 남겨주었다. 여기에 왕이 있다면 바로 곁에 사관(史官)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간단하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어떠한 젊은이가 하나 달라붙는다.

그래서 여러분이 하는 말을 다 적고,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을 다 적고, 둘이 대화한 것을 다 적고, 왕이 혼자 있으면 혼자 있다. 언제 화장실 갔으면 화장실 갔다는 것도 다 적고, 그것을 오늘 적고, 내일도 적고, 다음 달에도 적고, 돌아가신 날 아침까지 적는다.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어떻습니까? 이제 우리나라 역사가 얼마나 자랑 스러운지, 어떻게 돌아갔는지 조금은 맛 볼 수 있지 않았나요? 우리 초, 중등학창 시절로 돌아간 기분으로 또 다음 회를 기다려 보면 어떨 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3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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