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마지막 10차전 UAE전 승리만이 벤투호 최종 평가 잣대

[서울=뉴스프리존] 김병윤 축구전문기자=32전 9승10무13패!

한국 축구가 이란을 상대(A매치)로 한 역대 전적이다. 그만큼 한국은 이란에 열세였다. 이는 아시아 축구호랑이를 자부하는 한국 축구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전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이와 같은 열세에 상승하는 2-0 완승을 거둬 '숙적'과 함께 '악연'이라는 인식을 단 한 경기로 떨쳐냈다.  

2022년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9차전 이란전 이야기다. 이란전 완승은 다른 한편으로 특별하기도 하다. 그 이유는 2011년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8강) 1-0 승리 이후, 한국은 11년 동안 3무4패로 무승 고리를 끊는데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란전 완승은 팀 전술, 전략보다는 선수들의 간절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에 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중심에는 '캡틴'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있었다. 손흥민은 90분 경기 동안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몸소 경기력으로 보여주며 한국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일등 공신이 됐다. 그 결과 수비적인 축구로 경기에 임한 이란 골문에 전반 추가 시간(47분) 빨래줄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려, 동료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고 한편으로는 이란 선수들의 기를 꺾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반 시작과 함께 한국은 좌·우 측면을 책임진 손흥민과 황희찬(26.울버햄튼)의 적극적인 공격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결정력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그 중 황의조(30.지롱댕 보르도)의 헤더 슈팅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운집한 약 6만5천여 명 관중의 아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결국 이 아쉬움을 떨쳐내는데 손흥민이 해결사로 우뚝서며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 이란은 최전방 사르다르 아즈문(27.바이에른 레베쿠젠)을 축으로 공격력을 강화, 동점골을 노렸다. 그러나 김영권(32.울산 현재), 김민재(26.페네르바체)를 중심으로 하는 포백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필승을 위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팀의 전술, 전략일 수 있고 아울러 선수 개인의 임기응변 일수도 있다. 이 같은 축구에 부합하는 플레이로 추가 득점을 올린 주인공은 바로 김영권이다. 수비 포지션인 김영권이 추가골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이란이 곧 상대 수비 포지션 선수가 상황 판단에 따른 공격 참여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후반 18분 김영권이 터뜨린 추가골은 전술, 전략적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김영권(19번)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 등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김영권(19번)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 등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이 경기로 한국은 11년 동안 3무4패로 대 이란전 무승 고리를 끊는데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축구에 수비 포지션 선수가 공격에 참여하여 득점을 올린 경우는,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우어(77)가 처음 보여주며 전술, 전략적인 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한국 축구에서도 홍명보(53.울산 현대) 감독이 그 뒤를 따랐다. 이에 김영권의 추가골은  마지막 아랍에미리트(UAE)와의 10차전(3월29일 두바이)을 앞두고 희망을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약 한국이 UAE전에 승리로 마침표를 찍는다면 8승2무(승점 26) 무패로서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된다.

이제 이란전 승리로 분위기까지 상승된 벤투호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옛 속담을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것은 UAE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함께 이란전에서 경기 초반 드러낸 선수 개인의 실수 최소화 방법과 더불어, 이란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택한 이재성(30.FSV 마인츠)과 권창훈(28.김천 상무) 미드필더 조합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 전략이다. 이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인 전술보다 앞서는 중요한 문제다.

결론적으로 이란전 완승은 한국 축구에게 또 다른 역사 창출을 위한 예고편의 디딤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10차전 UAE전에 무패 본선 진출이라는 영광의 조건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분명 이란전 완승은 선수 상호 간은 물론 각 포지션 간 호홉의 일치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이에 한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에 의한 경기 지배의  빌드업 축구에 제기됐던 비난의 화살도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됐다. 하지만 UAE전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실패한다면,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란전 완승으로 이룬 성과는 자칫 빛이 퇴색될 수 있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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