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당분간 안 보고, 안 듣고, 입 닥치고 살려고 해도 타고난 호기심은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터무니없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부글부글 끓던 차, 윤석열 당선자에게 그런 영감을 주었다는 ‘천공’이란 자의 유튜브를 찾아보고야 만다.

하지만 용산이 중요한 땅이어서 용이 여의주 물고 내려와야 한다는 등 중인지 무당인지 도사인지 모를 이 자의 황당무계한 횡설수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자의 횡설수설을 듣다 보니 문득 아주 오래 전 들었던, 마찬가지 황당무계한 소리들이 어슴푸레 기억에 떠오른다.

일본이 식민지 조선의 정기를 흐트리기 위해 전국 여러 산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 마찬가지로 인물이 나올 만한 여러 마을의 지맥을 끊기 위해 그 위로 아스팔트 신작로를 냈다는 것, 조선왕조와 관련된 신성한 지역과 건물들을 공원화했다는 것(창경원, 사직공원 등), 고유한 한자 지명에 슬쩍 ‘日’자를 집어넣는 등 장난질을 쳤다는 것 등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무계한(아마도 내 나이 또래, 혹은 연장자 중 많은 이들이 들었음직한) 소리가 일본이 경성(서울)에 총독부, 경성부청(지금의 서울시청), 용산 군부대 건물을 지을 때 총독부는 큰 대(大)자, 서울시청은 날 일(日)자, 용산 군부대 사령부는 밑 본(本)자, 즉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때 위아래로 ‘大日本’이 뚜렷하게 나타나도록 지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할 터무니없는 소리이지만 그 소리를 듣는 우리 어린이들은 분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이제야 떠오르는 것이다.

그 때 50년대 생 우리에게는 식민지 시절이 까마득한 옛날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제 돌이켜 보면 해방된 지 20년도 안 됐던 때였다.

해방 후 유행했다던, “소련놈 속지 말라, 미국놈 믿지 말라, 일본놈 일어난다, 조선사람 조심하자”는 참요를 여전히 재밌다고 흥얼거리던 때였다.

그런데 그 후 십몇 년 만에 광주학살이 벌어지고 그로부터 40여 년이 또 지난 지금 용산 소동 속에 일본이 한국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닌가.

미국은 믿을 만 하고, 조선사람들은 조심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짧은 잠 속에서 귀신에 쫓기다 일어나 횡설수설하고 있다.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온통 잡귀들이 횡행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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