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칼럼니스트, 전 원불교문인협회장

독거노인의 슬픔

지난 연말 어느 분이 독거노인(獨居老人)의 비애(悲哀)에 대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독거노인은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노인을 말합니다. 우리 내외 역시 아내가 먼저 떠나든가 제가 먼저 떠나면 영락없이 독거노인 신세라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 글을 한 번 살펴볼까요?

「독거노인은 이래서 서럽습니다.

같은 독거노인이라도 할머니들은 주변에서 고운 눈으로 바라봐 주지만, 할아버지 독거노인은 이상하게 봅니다. 자녀들에게 얹혀 얻어먹고 살라는 듯이요. 식당에 가면 홀써빙 아줌마들까지도 “혼자세요?” 하며 좀 못 마땅해 합니다.

4인상에 혼자 앉으나 네 사람이 앉으나 써빙 아줌마가 할 일거리는 맹 같으니까요. 영화관의 매표원까지도 “한 장만이요?” 하며 호호호 오늘 처음 한 장짜리 매표해 본다나요? 커플 아니고 영화관 오는 사람은 저뿐이니까요. 거리에 나가면 늙은이나 젊은이나 전부 쌍쌍인데 그렇다고 노부부같이 함께 다닐 여친(女親)을 간청해보면, 외양은 멀끔한데 좀 어떻게 된 늙은이로 치부하면서 이제 뭘 ...하며 남자구실(?) 못하는 퇴물로 여깁니다.

유달리 눈에 많이 보이는 노부부들의 쌍쌍을 볼 때마다 살짝 화도 나고 그러다간 은근히 샘이 나고 부럽습니다. 자칫 이러다가 우울증으로... 염려 될 만큼 늘 외롭고요. 고독감이 엄습해서 스스로 어찌 할 수 없을 때도 많습니다.

미국에 사는 딸내미까지도 홀아버지는 홀대해버립니다. 자기 엄마에게는 비행기 표 사 보내면서 꼭 꼭 오라고 합니다. 비싼 파출부아줌마보다 더 쉽게 마구 부려먹을 수 있으니까요. 홀아버지는 무용지물 용돈만 얻어 쓰니 오라고 할 수가 없지요. 그나마도 이제는 메일과 카톡으로 효도를 대신해 버리네요.

이것저것 단념하고 수분안거(守分安居)하며 개구리 월동하듯 칩거(蟄居)하려니 의식도 박약(薄弱)해지고 나날이 조금씩 몸과 마음이 함께 쇠퇴해 가는데 다시 소생하듯 활력 재활하는 구급약 처방 명의는 어디에 계십니까?」

독거노인은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노인을 말합니다. 1970년대, 아니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 주로 대가족 형태로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독거노인 문제는 크게 일어나진 않았지요. 독거노인들 중, 중산층 이상의 노인들을 제외하면 거의 빈곤하게 살아가는 노인이 많습니다. 이들 가운데 굶어죽거나, 자살, 사회적 멸시로 인해 고독사로 죽는 등 인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캐한 연기가 나오는 연탄을 쓰고, 폐지 줍는 일로 생을 연명해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하면 설탕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 가시는 분도 있다고 하네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생활보호대상 노인은 1999년 말 현재 25만여 명이며, 이 중 거동이 불편해 거택보호자로 지정된 12만 9,000여 명이 독거노인이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은 무려 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65세 이상인 1만 452명을 면접 조사해 발표한 ‘2014 노인 실태 조사’를 보면, 자녀와 동거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1994년 54.7퍼센트에서 2014년 28.4퍼센트로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10가구 가운데 7가구가 노인가구인 셈이지요. 노인 부부끼리 사는 가구는 44.5퍼센트, 혼자 사는 독거노인은 23.5퍼센트였습니다. 노인 1인당 월 소득은 79만 9,400원이었고요.

1990년 이 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연령은 32.6세로 1970년에 비해 8.6세가 늘었고, 1997년 평균수명은 74.4세로 1970년보다 12.1세 늘었으며, 노령화 지수도 4.4배 상승했습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연령이 8세나 높은 데다 도움이 필요한 80세 이상의 전체 노인 중 2/3가 여성이므로 독거노인 문제는 여성 독거노인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 독거노인들은 경제적 궁핍, 각종 질병, 긴급간호 문제, 정신적 고립감 등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독거노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요즈음 혼 밥, 혼술, 혼자 노래 부르는 ‘혼 창’, 혼자 영화 보는 혼영, 혼자 여행하는 혼행, 혼자 캠핑하는 ‘혼 캠’, 혼자 노는 ‘혼 놀’, 혼자 클럽에 가는 ‘혼 클’ 등, ‘혼’족이 여러 문화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혼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는 식당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혼자 술을 먹는 것을 금기시했던 음주문화와는 달리 ‘혼 술’을 매우 긍정적으로 비추는 드라마 ‘혼 술 남녀’까지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고 혼자 술을 먹거나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혼 밥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매우 짧은 시간에 밥을 먹습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간단히 먹는 식사를 선호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주로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독거노인의 음주 율은 82.1%로 다인 가구 음주 율 67.9%보다 높습니다. 즉, 혼자 살수록 술이나 담배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남의 눈치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많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들의 처지가 난민들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독거노인 중, 자녀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노인들을 가리켜 ‘노인 난민’으로 칭하는 것은 너무 격한 표현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 고령화에 따른 노인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를 담은 용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우울한 독거노인의 비애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가슴이 답답합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들에게도 찾아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고려장(高麗葬)을 지낼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정부에서 노인복지 차원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 밖에 도리가 없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월 2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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