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악재 걷어내고 지난해 두 자릿 수 매출 성장·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 달성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P-CAB 신약 '펙수클루'·보툴리눔독소 '나보타' 중심으로 매출 키우기 시작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대웅제약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신약 3형제를 기반으로 올해 상당 폭의 성장을 일궈낼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 1조 552억 원(전년 대비 12%↑), 영업이익 955억 원(전년 대비 656%↑)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시현했다. 두 자릿 수 매출 성장률과 높은 영업이익률 9.1%(전년 대비 8%p↑)로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이다. 2015년 이후 첫 두 자릿수 성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성장은 이제부터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약 3형제'라고 불리울 만한 캐시카우를 키워나가고 있어서다.

대웅제약 사옥 전경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사옥 전경 (사진=대웅제약)

첫 번째는 지난 1일 품목허가를 신청한 제2형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이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억제제 기전의 당뇨병 신약이다. 지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내 최초로 신속심사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받았으며, 올해 하반기 국내 허가를 취득하고, 내년 상반기에 단일제 및 복합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개발 중인 SGLT-2 억제 당뇨병 치료 신약인 이 약은 혈당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 투여한 임상 2상에서 기존 SGLT-2 억제제보다 추가적인 당화혈색소 감소를 통해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확인했으며,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에서 낮은 부작용 발생률을 확인해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미 지난 1월, 이나보글리플로진에 메트포르민을 더한 복합제 임상 1상 시험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으며, 아예 단일제와 메트포르민을 추가한 복합제를 동시기에 출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초기 당뇨병 치료에 가장 표준적으로 쓰이는 약물이며 SGLT-2 억제제와의 병용투여는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치료법 중 하나다. DPP-4(디펩티딜 펩티다제-4효소)억제제 성분까지 더한 3제 병용 임상시험도 최근 완료돼 3제 복합제도 개발 추진 중이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이 기대되는 이유는 국내 최초의 SGLT-2 억제제이기도 하지만, 당뇨치료제 중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DPP4 제제 중 LG화학의 신약 '제미글로' 제품군을 2016년부터 판매중이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공동판매에 나선 뒤 제미글로는 2019년 국내 신약 중 최초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2030년까지 공동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LG화학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PP-4 복합제도 제미글로 제품군과 합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당뇨치료제는 현재 오래전부터 처방돼 온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3개 시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DPP4 억제제 중 제미글로 제품군이 지난해 130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산 약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허가받은 SGLT-2 억제제는 아직 없다.

즉, 대웅제약이 이나보글리플로진을 허가받는 순간부터 당뇨시장에서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국산 DPP-4 억제제와 국산 SGLT-2 억제제 모두를 손에 쥐고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나보글리플로진 출시가 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나보글리플로진 3상 임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하반기 허사 받고, 약가 산정까지 마치면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임상이 빨리 끝나면 더 빨리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펙수프라잔 연구진과 전승호 대표가 지난 해 6월, 펙수프라잔 미국 수출 기념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펙수프라잔 연구진과 전승호 대표가 지난 해 6월, 펙수프라잔 미국 수출 기념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두 번째는 올해 국산 신약 34호로 승인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신약 '펙수클루'다. P-CAB은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이 지배하던 위식도 역류질환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약물이다. 기존에 처방되던 PPI 제제는 주로 소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효과 발현 속도가 비교적 느리지만 P-CAB 계열 약물은 효과 발현 시간은 20~30분에 불과하다는 점 등 장점이 많아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HK이노엔이 국내 최초의 P-CAB 계열 신약인 '케이캡'을 출시한 이후 출시 첫해인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불과 9개월 만에 309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1096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올리며 국산 신약 중 두 번째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시장에서 두 번째 국산 P-CAB 계열 신약을 출시한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P-CAB 계열 제제가 아직도 성장 중인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경쟁 보다는 협업해서 시장을 키우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식도력류질환 환자가 많은 국내에서 P-CAB 계열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큰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수출 시장 개척도 기대할 만 하다.

이미 해외지사법인 8개 국가를 전략거점으로 삼아 1조 1000억 원의 기술수출을 달성했으며, 갈수록 더 큰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해외 법인 및 지사를 운영 중인 국가 중 필리핀, 인도네시아 및 태국에 품목허가신청서(NDA, New Drug Application)를 제출하기도 했다.

마지막은 대웅제약이 개발한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다. 나보타는 지난해 79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특히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데 이어 미국 등에서 보툴리눔 톡신 사업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해외 매출도 60% 이상 상승했다.

나보타는 그동안 2017년부터 시작된 메디톡스와의 국내 소송전과 엘러간(현 애브비)·메디톡스와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악재로 인해 성장이 더뎠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에 일정기간 동안 매출에 대한 기술사용료(로열티) 지급하는 조건 등으로 메디톡스 및 애브비와의 삼자간 합의가 성사되면서 빠른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여기에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등을 상대로 고소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리스크를 완전히 걷어냈다.

실제로 나보타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9970만달러(약 1223억원)로 2020년의 5650만달러(약 693억원) 대비 76% 이상 급증했다. 대웅제약의 미국 협력사인 에볼루스는 '누시바'라는 제품명으로 올해 3분기 유럽에 출시를 준비 중이며, 지난 2월에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에도 나보타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대웅제약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총 500만 바이알 생산을 위해 나보타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KTB투자증권 박종현 연구원은 최근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나보타 해외 매출액이 679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 향 매출이 전년 대비 50% 성장하는 가운데 태국, 브라질 등의 기타 국가 매출도 25% 신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 (자료=대웅제약)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 (자료=대웅제약)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15개 이상의 스타트업·바이오벤처와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중이며, 분야는 엑소스템텍·핀테라퓨틱스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부터 넥스아이·KB바이오메드 등의 합성신약·약물전달시스템(DDS) 플랫폼, 디지털헬스 케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등 다양하다. 2년 전에는 보스턴에 투자법인을 설립해 현지 거점으로 활용 중이다. 신약 연구 단계에 접어든 파이프라인만 15개 이상이다.

대웅제약 전승호 대표는 지난 3월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웅제약은 작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신약 펙수클루정 허가 획득 및 기술 수출을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R&D(연구개발) 성과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올해는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나보타의 글로벌 시장 다각화 및 치료 시장 확대, 펙수클루정 출시와 이나보글리플로진 허가 획득을 필두로 미래 성장동력을 한층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