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7가지 흥미로운 사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4’)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영화다. 세 편의 시리즈가 완결된 뒤 30년 만에 나온 속편이고 1~3편을 찍은 조지 밀러 감독이 또 다시 연출했다. 올해로 70세인 이 외과의사 출신 노장 감독은 컴퓨터그래픽(CG)을 최대한 배제한 채 젊은 감독들도 놀랄 만한 획기적인 액션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29일까지 이 영화를 본 관객이 벌써 250만명에 이른다. ‘매드맥스4’에 대해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몇 가지 사실을 소개한다.

 

1. 기획에서 개봉까지 17년 걸린 영화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는 전문 스턴트맨이 대부분 CG의 도움 없이 직접 연기했다. 오랜 준비 기간 덕에 리허설 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조지 밀러 감독이 ‘매드맥스’ 시리즈를 부활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1998년, 그러니까 ‘꼬마돼지 베이브2’를 찍고 나서였다. 호주에서 할리우드로 넘어와 ‘로렌조 오일’ ‘꼬마돼지 베이브’ 같은 가족영화만 찍다 몸이 근질근질해진 그는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미래, 이번엔 물이나 기름이 아니라 인간 자원을 놓고 싸운다’는 설정으로 기획을 시작해 2001년 촬영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9.11 사건으로 연기됐고 다시 촬영을 하려 하자 촬영 예정 장소였던 호주 동부 사막에 전례 없는 비가 내려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또 다시 연기됐다. 1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지대로 옮겼더니 이번엔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마냥 ‘매드맥스4’에만 매달릴 수 없었던 밀러 감독은 그 사이 애니메이션 2006년과 2011년 ‘해피 피트’ 1, 2편을 제작, 연출해 시간을 벌었고 2012년 ‘매드맥스4’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랜 준비 기간 아이디어가 많이 쌓여서일까. 밀러 감독은 벌써 두 편의 속편 시나리오를 준비해뒀다고 한다.

 

2. 시나리오 대신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완성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스토리보드에는 브렌든 매카시, 마크 섹스턴 등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매드맥스4’는 최소한의 대화와 최대한의 영상으로 채워진 그래픽 노블 같은 영화다. 촬영도 글로 쓰인 시나리오가 아닌 그림 위주의 300쪽짜리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이뤄졌다. 설명적인 대사가 거의 없는 건 ‘세계 어디서나 자막 없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밀러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대사가 많지 않고 추격전의 영상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시나리오보다 스토리보드가 훨씬 유용했고 밀러 감독은 다섯 명의 아티스트를 고용해 3,500개에 달하는 컷을 그리도록 했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스토리보드가 있으면 연출 방향이나 카메라 움직임을 따로 적을 필요가 없어요. 배우들도 스토리보드를 보고 연기하니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죠. 굉장히 유용했습니다.”

 

3. 대부분의 액션은 아날로그로. 70대 여배우들도 직접 연기

 

퓨리오사는 모계사회인 부발리니 족 출신이다. 부발리니 족 여전사를 연기한 고려의 여배우들이 바이크를 몰고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매드맥스4’는 CG를 배제하고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실제로 연기하며 찍었다. CG는 주로 사막의 황폐한 풍광을 강조하거나 액션 장면에 쓰인 장치들을 화면에서 지우는 데 사용됐다. “가짜로 찍으면 사람의 눈은 그걸 알아채기 마련”이라며 밀러 감독은 어렵더라도 사람이 실제로 차에서 떨어지고 차들이 부딪히는 걸 직접 찍었다. 촬영이 계속 지연된 덕에 스턴트팀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실제로 리허설을 하며 치밀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놀라운 건 노장 여배우들도 직접 액션을 연기했다는 사실이다. 고령의 부발리니 전사로 출연한 78세의 호주 여배우 멜리사 재퍼는 “우리 나이 여배우들에겐 흔히 병원에서 죽어가는 인물이나 치매에 걸린 노인 역할만 들어온다”며 “생전에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출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액션을 직접 촬영하려면 부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제작진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와이어나 크레인 등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단 한 차례의 쇼를 실수 없이 준비해서 마치는 이들의 손을 빌어 감독은 위험한 액션 장면들을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4. 조지 밀러 감독은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독재자 임모탄에게서 탈출한 여인들. 왼쪽부터 애비 리(금발), 조 크라비츠(흑발), 커트니 이튼, 로지 헌팅턴 휘틀리, 라일리 키오. 조 크라비츠는 가수 레니 크라비츠의 딸이다.

 

‘매드맥스4’는 주인공 여전사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사막의 독재자 임모탄에게 학대 받으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역할을 하는 여자들을 탈출시키는 내용을 그린다. 밀러 감독은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희곡을 쓴 극작가 이브 엔슬러를 자문위원으로 초대해 조언을 부탁했다. 엔슬러는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성적으로 학대 받는 여성들을 상담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엔슬러는 “이 영화는 세계 종말 후의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세계 여러 곳에선 영화 속 미래 상황이 현재처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5. 기타맨은 맹인 캐릭터에서 출발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캐릭터로 꼽히는 두프 워리어.

 

화염방사기 역할을 겸하는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두프 워리어’는 시종일관 헤비메탈을 연주하며 전사들의 피를 솟게 만든다. 두프 워리어를 연기한 아이오타(iOTA)는 실제로 호주에서 꽤 인기 있는 기타리스트다. 탑처럼 쌓인 스피커 앞에서 줄에 매달려 기타를 연주해야 하는 두프 워리어는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살아 남은 인물이다. 사막을 달리며 싸우는 영화에서 맹인 기타리스트를 등장시킨 건 무슨 이유에설까. 밀러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깜깜한 탄광 깊은 곳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계가 멸망하는 가운데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인물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게 도움이 된 거죠. 아무도 없는 탄광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마침 탄광 근처를 지나가던 임모탄의 부하가 그 소리를 듣고 데려온 겁니다.”

 

6. 영화 속엔 실제 부부가 있다.

 

영화 '매직 마이크'에 출연한 라일리 키오. 그는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알렉스 페티퍼와 잠시 약혼한 적이 있다.

 

‘매드맥스4’에 등장하는 배우들 중엔 실제로 부부가 있다. 촬영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두 배우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 라일리 키오와 두프 워리어 역으로 아이오타를 대신해 액션 연기를 한 스턴트맨 이다. 키오는 임모탄에게서 탈출한 다섯 아내 중 한 명인 케이퍼블을 연기했다. 극 중 눅스(니콜러스 홀트)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촬영장에서 연인이 된 둘은 지난해 약혼을 발표했고 올해 초 결혼식을 올렸다.

 

7. 히스 레저가 주인공으로 출연할 수도 있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 역으로 출연한 히스 레저.

 

기획에서 촬영까지 14년이 걸리면서 주인공 맥스 역을 연기할 뻔한 배우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2007년 ‘매드맥스4’ 촬영을 준비하던 밀러 감독은 호주 출신 배우인 히스 레저를 맥스 역으로 캐스팅했다. 하지만 레저는 ‘다크 나이트’ 촬영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캐스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밀러 감독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히스 레저가 할리우드에서 호주로 돌아올 때마다 만나 맥스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는 (1~3편 주인공인) 멜 깁슨과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톰 하디와 비슷한 면을 지니고 있어요. 남성적이며 카리스마 넘치고 불안한 에너지가 있는데 정적인 캐릭터를 통해 그걸 드러내야 합니다. 톰 하디가 눈에 들어온 건 레저가 세상을 떠난 뒤였어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2세기 신인류 눅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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