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4월 15일이 북한 최대의 명절인 ‘태양절’로, 저녁 7시부터 김일성 굉장에서 대규모 축제 행사를 벌렸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평양 보통강 강변에 최고급 아파트를 건설하고, 어제는 또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이 천국임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저는 오래전 북한에 빵 공장을 지어 주기 위해, ‘조선 불교도연맹’의 초청으로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짧은 10 일간이지만, 되도록 많을 곳을 다녀보고 싶어 평양 외의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요. 그런데 과연 북한이 천국이었을까요?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탈북한 탈북자 김수진이라는 분이, 2022년 2월 7일 자로 올 린 <지옥과 천국>이란 글을 읽고 느낀 바 있어 요약 정리하여 공유해 봅니다.

<지옥과 천국>

【저는 ‘백 년이 떨어진 곳에서, 백 년을 앞선 곳’으로 왔습니다. 저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들어선 탈북 여성입니다. 북한에서 꿈꾸던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대한민국에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천국(天國)입니다. ‘진실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거짓을 읽으며 살아온 것’으로 해서 세상을 제 눈으로 직접 느껴보기 전에는 절대 감정 표시를 잘 하지 않는 저입니다.

그때 이곳이 우리를 받아주는 조국이라는 감동 속에서만 가슴이 울렁거렸지요.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당분간 우리들의 집인 국정원으로 가는 길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북한에 대비한 중국의 거리를 보고 감동에 젖었던 그것은 봄 눈같이 사그라지고, 중국에 비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황홀한 광경에 제 입에서는 “아, 아!” 하는 신음 같은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말문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시(詩)에서 제가 노래 했 듯, ‘백 년이 떨어진 곳에서 백 년을 앞선 곳’으로 단숨에 다달았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국정원으로 들어가기 전, 우리들을 실은 버스가 곧장 병원으로 향해가더니 우리들의 건강 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검진을 시작했습니다.

세심한 검진이 시작되었고, 이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설비들 앞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습니다. 약이 없는 병원, 설비 없는 병원에서 치료는 생각지도 못하고, 중국에서 밀수해 들어오는 흔한 ’정통 편 (正痛片 : 중국산 두통약)으로, 아픔을 달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폭포치듯 흘러내렸습니다.

국정원은 엄숙한 곳이기도 했지만, 우리들을 태국에서부터 보듬어주고 품어준 곳이기도 했습니다. 수천 리 길을 헤쳐온 우리들의 수난의 옷들은 속옷부터 시작해서 겉옷, 신발, 머리띠까지도 낱낱이 바꾸어 주었지요. 그래도 그 물품들을 들고 북한처럼 어디에 서서 “고맙습니다” 하는 인사 같은 것은 시키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에서의 조사를 마치고 선생님들의 따뜻한 환송 속에서 이제 우리가 살아갈 삶의 진로를 가르쳐주는 ‘하나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나원의 수업들에서 제가 제일 기다리는 시간은 ‘한국사(韓國史)’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이 한국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석 달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보내고 하나원을 수료하였습니다. 그리고 2013년 8월, 저는 꿈속에서도 그리던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지요. 국가가 우리에게 배려해준 임대 아파트로 들어가기 전 주민등록증을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저의 이름과 주민번호, 집 주소가 적혀 있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품에 안았을 때,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 앞에서 목이 메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드디어 국가가 정해준 저의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집이지만 푸근함이 확 밀려왔습니다. 황홀한 제 삶의 거처지, ‘나의 집 만세’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전기 ‘밥가마’에 쌀을 앉히고 살짝 스위치를 누르니 “쿠쿠가 맛있는 밥을 시작합니다” 하는 소리가 노래처럼 내 귀를 간지럽히네요. ‘아- 나는 행복하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하며 일부러 전자레인지를 켜봅니다. 신비해서 어쩔 줄 모르겠네요.

전기가 없고 수도가 막혀 찬물도 없어 물 바케츠를 들고 우물가에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물이 고이기 힘든 우물 바닥을 모래와 함께 퍼내던 일, 어쩌다 나오는 수돗물에서 지렁이와 거머리를 건져내며, 그 물을 그대로 마시면서도 다행으로 여기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배려 전기’라는 세계 어느 나라 사전에도 없는 이상한 부름말로 전기를 보는 것이 소원이어서 명절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북한 인민들의 모습이 하루 종일 켜도 깜박하지 않는 TV 앞에서 설움을 불러내고 있었습니다. 공중에 선 도로들, 그 위로 달리고 있는 물 매미같이 반들거리는 자동차들. 이것이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 아닌가요!

북한에서 꿈꾸던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대한민국에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천국입니다. 저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천국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제 몫인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과연 북한이 천국인 양 떠들며 축포를 마구 하늘로 쏘아 올릴 때이고, 미국을 향해 대륙 간 탄도탄을 쏘겠다고 위협을 가할 때인가요?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북한의 오늘을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네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4월 1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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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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