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케어' 육성부터 경쟁사 인재 영입까지 … 신동빈 회장 의지 강하게 반영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롯데그룹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모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롯데지주가 신사업과 투자에 앞장서는 지주회사로 가겠다는 의도를 여러 번 밝힌 바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신성장 동력을 바이오와 헬스케어라고 공식화 하는 등 행보가 명확해지면서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롯데지주 이동우 대표(부회장)는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제55기 롯데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직접 투자·육성해 해당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은 각각 지난해 8월 신설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혁신실 신성장2팀과 3팀에서 주도해 왔다.

제55기 롯데지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제55기 롯데지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롯데지주는 먼저 700억 원을 투자해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헬스케어 법인을 100% 자회사 형식으로 4월 1일 신설했다. 롯데헬스케어는 향후 메디컬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글로벌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식품 사업부문과 협업해 건강기능식품·건강지향식 개발과 실버타운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오 사업은 외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헬스케어 초대대표인 롯데지주 이훈기 부사장. (사진=롯데지주)
롯데헬스케어 초대대표인 롯데지주 이훈기 부사장. (사진=롯데지주)

초대 대표는 롯데지주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혁신실장을 맡고 있는 이훈기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훈기 부사장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시절부터 신동빈 회장과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인물로, 신동빈 회장의 신임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기 부사장이 M&A(인수합병) 전문가라는 점에서 향후 헬스케어 사업과 관련한 투자 확대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지주는 각 계열사별 미래 사업도 구체화했다. 롯데렌탈·롯데정보통신은 미래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낸다. 이달 롯데렌탈은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의 지분 13.9%를 1832억 원에 취득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에 250억 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기업형 벤처캐피탈인 롯데벤처스를 통해 신사업 발굴도 추진 중이다.

전체 그룹 차원에서는 '지원 역할'에 집중한다. 롯데지주는 롯데그룹이 지난 달 24일 롯데제과·롯데푸드의 합병을 결정하고, 지난 1월, 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을 3134억 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이를 이어가 계열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외부 인재 영입을 포함한 조직개편에도 나선다. 롯데지주는 1일자로 인사담당(HR) 조직을 전면 개편, 3개팀 2개 위원회 구조를 4개 정규팀 구조로 바꾸고 부 인재 영입 전담팀인 '스타(Strategic Top Talent Advisors & Recruiters Team, STAR)팀'을 신설했다.

앞서 롯데는 2022년 임원 인사에서 그간 유지했던 순혈주의를 깨고 경쟁사 인재를 대거 영입한 바 있어 스타팀의 역할이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최근까지 롯데가 받아들인 외부 인사는 홈플러스와 DFI리테일 대표를 지낸 김상현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GFR 대표(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롯데지주의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주가도 반응하고 있다. 1월28일 52주 신저가인 2만 5600원까지 떨어졌지만 등락을 거듭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18일 10시 22분 기준 3만 3200원을 기록했다.

롯데지주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그동안 롯데지주의 역할을 강조해 온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외부 인재 영입과 관련, 신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 등에서 '핵심인재 확보와 육성'을 여러 번 강조하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진행된 기념관 개관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진행된 기념관 개관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다만 롯데지주의 역할론과 엇물리는 지배구조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은 롯데지주지만 그 위를 호텔롯데가 지배하고 있고,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 일본롯데 계열사다. 따라서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 롯데지주와 합병을 통해 일본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이 롯데지주 앞에 당면한 과제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인 호텔업과 면세업은 현재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 2020년에는 4976억 원의 적자를, 지난해에는 261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단일 기준으로는 2020년 2601억 원의 적자를, 지난해에는 158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유통공룡'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헬스케어 외 모빌리티·바이오 등 미래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호텔롯데 상장 실패 등 지배구조 개편의 장애 등은 앞으로 빠르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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