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3회 딜레마극장에서 극단가음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서울=뉴스프리존] 이준석 기자 =지난 3월 16일 ‘제3회 딜레마극장’ 폐막식 및 시상식이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진행되었다. 제3회 딜레마극장 연극제에는 12개 극단, 179명 연극인이 참가하고,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국내외 작품이 두 달간 열띤 경연을 펼쳤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무산없이 모든 공연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이번 연극제에는 김경익, 정세혁, 최유리 연출가 등이 참여했으며, 후안 마요르가 원작, 김재선 번역, 손대원 연출의 연극 <다윈의 거북이>가 최우수작품상을, ‘거북이’ 역의 박은주 배우가 연기상을 수상했다. <다윈의 거북이>가 2개의 최고상을 수상한 것이다. 

극단 가음-다윈의 거북이 포스터
극단 가음-다윈의 거북이 포스터

 <다윈의 거북이>는 스페인의 유명 연극상인 막스상을 받은 수작으로, 진화를 말하면서 인간의 퇴화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다. 원작을 쓴 후안 마요르가(1965~)는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하고, 그의 작품이 무대에 가장 많이 오르고 있으며,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다양한 국가의 무대에 오른다.

작가는 “극 언어가 수학처럼 정확하기를 추구하고, 진정한 연극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거나 회피하는 것에 시선을 고정시키도록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극은 200살 먹은 거북이의 시선으로 역사적 사건을 묵상함으로써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사태를 반영한다. 특히 '과거 때문에 서로 학살한다'는 대사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인이 불안감에 휩싸인 현재, 인류의 진보와 폭력의 악순환을 다룬 극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스꽝스럽고 통렬하며 비범한 이 극은 우리 시대를 위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극단 가음의 초연 무대는 소극장 공간이 협소하고 조명 장비가 적었기에 오히려 배우들의 실감나는 표정 연기와 세심한 대도구의 활용, 그리고 무대공간을 분할한 치밀한 연출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쓴 약을 달콤하게 감싼 당의정처럼, 20세기 주요 잔학 행위를 관통하는 묵직한 주제의식은 배우들의 유머러스한 연기앙상블로 흥미진진하게 전달되었다.

손대원 연출은 ‘짐승’이 등장하는 우화적인 표현과 가장 낮은 자의 시각에서 인간의 본성을 재조명한 원작의 주제를 시청각 효과로 입체화하고, 배우진의 연기 밀도를 강화해서 극적 재미와 의미를 함께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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