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인사청문회 전부터 먼지털이 압수수색한 '윤석열 검찰', 尹 지명 공직후보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돼야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들의 각종 비리 의혹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논란이 거센 후보자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정호영 후보자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각종 특혜 및 아들의 병역면제 관련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며,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자진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자 측이나 정호영 후보자 모두 인사청문회까지 가보자는 입장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정호영 후보자는 19일 오전 입장문을 발표하며 "자녀들의 문제에 있어 단 한 건도 불법이거나 도덕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당선자측 배현진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국민 앞에서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소명할 시간은 국회 인사청문회장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켜보고 있다”라며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윤석열 당선자는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배현진 대변인이 전했다. 실제 정호영 후보자 자녀의 입시와 병역 관련 '부정의 팩트'를 확인하려면 강제수사와 압수수색 등이 필수적이다. 이런 과정이 없는데도 윤석열 당선자는 '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버티는 셈이다.
윤석열 당선자 측은 실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강제수사와 무더기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윤석열 당선자가 이끌던 검찰은 국회가 청문회에 합의한 바로 다음날 부산대 의전원과 고려대, 한영외고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사모펀드 운용사, 웅동학원 등 약 2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즉 '의혹'만으로 먼지털이식 압수수색을 강행했던 윤석열 당선자 측이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고제규 시사인 기자(전 편집국장)은 19일 페이스북에서 "다른 이는 저런 스탠스를 취해도 되지만, ‘공정과 상식’을 내건 윤석열 당선자만은 그래선 안 된다"라고 직격했다.
고제규 기자는 윤석열 당선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주축이 된 '윤석열 검찰'이 인사청문회 이전부터 조국 전 장관 일가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데 대해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 시간’과 ‘언론의 시간’을 짓밟은 것"이라며 "서초동에 있어야 할 검찰이 한강다리를 건너 여의도에 닿았다"라고 비유했다.
고제규 기자는 “2019년 윤석열 검찰은 조국 후보자와 그 딸 명의 ‘국민카드, 농협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한국씨티은행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을 영장을 받아 사용내역을 다 뒤졌다”며 "인턴 활동 기간에 다른 장소에 있었는지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서 10여년 전 카드 내역까지 들여다보았다"라고 짚었다.
고제규 기자는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가 일상생활에서 어디를 들러 돈을 지출했는지는 물론, 8년전 동선까지 초 단위로 확인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조국 후보자의 딸이 오전 10시8분에 맥도날드 서울역점에서 식사를 하고, 10월15일 12시45분 부산 해운대 피부미용실을 이용하고, 10월21일 오후 2시10분에는 한국칼국수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 2시38분에는 빵집에 들렀고, 2월4일 2시24분에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은 걸 확인했다. 검찰이 고등학생 식사 메뉴까지 다 조사한 것이다"
"또 하나 검찰은 조국 후보자의 딸이 실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인턴을 했는지 확인한다며 전산실을 압수수색했다. 8년 전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임시 출입기록증을 특정했다. 통상 출입증으로 각 문 앞에 태그하며 출입한다. 검찰은 가령 7월12일 오전 10시20분, 10시46분15초, 10시46분18초, 10시46분26초, 10시46분35초 등 초 단위까지 딸의 이동 동선을 복원했다"
고제규 기자는 "2019년 8월27일 한강다리를 건넜던 검찰이, 2022년에는 왜 이렇게 조용한가? 다들 기소권 수사권 분리 법안 반대에만 열중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한동훈 후보자가 과거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고 말했던 점도 거론하며 "검찰은 왜 손놓고 있나"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고제규 기자는 구체적으로 “척추질환으로 군 면제를 받은, 정호영 후보자의 아들이 실제 봉사활동을 했는지, 정호영 후보자와 아들의 전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4~5년 전 사용 내역을 전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아들이 19학점을 들으며 경북대 U-헬스케어 융합네트워크연구센터에서 ‘학생 연구원’으로 주 40시간 근무한 게 맞는지, 연구센터 출입증을 특정해 초 단위로 동선을 복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고제규 기자는 또 “정호영 후보자의 딸이 편입 전 선수과목에 해당하는 계절학기 과목을 수강한 과정에서 아버지의 안내와 지시 등이 있었는지 메일을 5~6년치 다 뒤지고 털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면접위원들에게 정호영 후보자의 청탁이 있었는지 면접 교수들과 정호영 후보자의 전체 메일을 다 털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묻기도 했다.
고제규 기자는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 시간’과 ‘언론의 시간’을 빼앗고 한강다리를 건너 여의도까지 직진했던 윤석열 당선자가, 이제 선을 지키자고 한다. 40년 지기 의혹 앞에서 ’국회의 시간’을 지켜보자고 한다"라며 "이게 내로남불이 아니면 뭔가, 이것이 바로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의 실체가 아니면 뭔가"라고 요약했다.
조국 전 장관은 고제규 기자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윤석열 검찰'이 내 딸의 인턴/체험활동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고교생 시절 일기장만 압수해 뒤진 것이 아니다"라며 "동선 파악을 위해 딸 명의 현금카드와 신용카드를 다 뒤졌고, 대상 기관 출입기록도 압수수색했다"라고 회고했다.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똑같이 하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 ‘공정’은 ‘굥정’일뿐"이라고 일갈했다. ‘굥정’은 윤석열 당선자가 강조하는 '공정'의 이중잣대를 비꼬는 일종의 '밈(meme)'이며, '굥'은 그의 성인 '윤'을 뒤집어 비꼬는 표현이기도 하다.
조국 전 장관이라는 사례를 통해 공직 후보자의 검증 잣대를 대폭 올려놓은 당사자는 분명 윤석열 당선자다. 즉 그가 임명하는 공직 후보자에겐 적어도 조국 전 장관에게 가했던 그 잣대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그가 강조하는 '공정'이 최소한이라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그런 강도높은 검증의 잣대를 통과할 인사가 과연 얼마나 될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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