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조선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정승으로 봉직했던 정홍순((鄭弘淳 : 1726~1784)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정홍순은 비 올 때 갓 위에 덮어쓰는 갈모(葛帽)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기 위해 늘 두 개씩 가지고 다녔습니다. 하루는 당시 왕이었던 영조의 행차를 구경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데, 마침 비가 내렸습니다.

정홍순은 급히 갈모를 쓰고 옆을 보니 한 젊은 선비가 갈모가 없어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선비에게 갈모를 하나 빌려주었고, 가까운 골목 어귀까지 함께 걸었습니다. 이윽고 서로의 집으로 가기 위해, 정홍순이 갈모를 돌려받으려 하자 젊은 선비는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비가 그칠 기미가 안 보이니 갈모를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내일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몇 번이나 간절히 부탁하는 젊은 선비의 말에, 그는 자기의 집을 알려주며 갈모를 빌려주었지요. 그런데 이틀이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결국 갈모를 돌려받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고, 정홍순은 20여 년이 지나 호조판서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부임한 ‘호조좌랑戶曹佐郎)’이 인사차 찾아왔는데 예전에 갈모를 빌렸던 젊은 선비였습니다.

정홍순은 그에게 말했습니다. “한낱 갈모를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작은 약속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백성과의 약속인 나라의 살림을 공정히 처리할 수 있겠는가?”

그 호조좌랑은 결국 더 이상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약속의 무게와 상관없이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참으로 중한 일입니다. 그래서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은 신뢰를 주고받는 표현입니다. 신뢰에 경중이 없는 것처럼 약속에도 작은 약속, 큰 약속이 없습니다.

미국의 철강 재벌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 : 1835~1919)는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한 번 약속한 일은 상대방이 감탄할 정도로 지켜야 한다. 신용과 체면도 중요하지만, 약속을 어기면 서로의 믿음이 약해진다. 그래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분들 거의 모든 분들이 겸손(謙遜)하지 않은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약속도 잘 지키고 겸손의 덕을 갖춘 분이 어찌 성공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원불교의 4대 종법사를 역임하신 좌산(左山) 이광정(李廣淨) 종사님께서 <겸손의 덕>을 이렇게 천명(闡明)하셨습니다.

<겸손의 덕>

1. 겸손이 있는 곳에는 하늘도 돕고 땅도 돕고 귀신도 돕고 사람도 돕는다.

2. 겸손이란 스스로를 낮추는 마음이요, ‘네 덕 내 탓’ 하는 마음이요, 항상 조심하는 마음이요, 늘 모시고 사는 마음이요 누구에게나 배우려는 마음이요, 항 상 더 배우려는 마음이요, 항상 경외(敬畏) 일념으로 사는 마음이다.

3. 겸손이란 높은 데 있어도 오만하지 아니하고, 낮은 데 있어도 더욱 분발하는 마음이다.

4. 겸손이란 위에서도 겸손하고, 있어도 겸손하고, 드러나도 겸손하고, 홀로 있어도 겸손할 따름이다.

5. 겸손이 있으면 길방(吉方)에 있어도 길하고, 흉방(凶方)에서도 도움 있어 길할 뿐이니 어느 곳 어느 때나 길함만 있을 것이다.

6. 겸손하고 수고로움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영광도 그 만큼 클 것이다.

7. 겸손의 심법이 무너지는 순간 오만이 나타나서 모든 재앙의 비롯이 된다. 거룩하도다. 겸손의 덕이여! 나타내도 숨겨두어도 항상 큰 광명 발하는 도다.

어떻습니까? 약속도 잘 지키고, ‘겸손의 덕’도 갖춘 사람이 어찌 모든 일에 성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유독 약속도 잘 안 지키고, 겸손도 갖추지 못하는 맹신과 불신의 대표적인 곳이 정치권입니다.

정치 현실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모두 필요하지요. 그런데 명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역사는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게 아닙니다. 살아서 움직이며 늘 변용(變容)하지요. 그래서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더라도 진보적 시각으로 대처해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진보적 시각을 갖고 있더라도 보수적 시각으로 대처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지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야당과 협치하며 국민 잘 모시겠다.’ ‘국민 통합이 최우선 과제다.’ ‘정치보복 않겠다,’ 다입니다. 대선 공약이야 말로 진짜 약속 중의 으뜸입니다.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키지 않고, 거기다 국민에게 오만함을 보인다면, 아마도 국민의 외면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4월 2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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