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의 뒷 물결과 앞 물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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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의 뒷 물결과 앞 물결이
  • 김덕권
  • 승인 2022.04.24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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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마음은 청춘이라고 큰소리치던 저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원불교 여의도교당에서는 뒤로 물러나 앉아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후진들 하는 것에 ‘잘한다 잘한다.’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조윤제 인문고전연구가’는 이번에 오랫동안 기고(寄稿)해 오던 ‘농민신문’을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어린 봉황의 노래가 더 아름답다.> 한 시대를 풍미(風靡)한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뛰어난 후배가 등장하면, 그땐 자리 물려주는 것이 순리다. 끝까지 버티고 집착하면 안 된다. ‘농민신문’ 오랜 연재를 마치며, 그간 사랑해준 독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저도 조윤제님의 이 글에 공감이 커 그분의 고별사 일부를 함께 합니다.

당(唐)나라 후기 시인 이상은(李商隱(812~858)은 그 탁월한 재능으로 동시대 시인 백거이에게서 “죽어서 너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극찬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상은은 교분이 두터웠던 한첨의 아들 ‘한동랑’을 위해 칠언고시(七言古詩)를 지었지요.

「오동나무 꽃 가득한 산길에 어린 봉황이 늙은 봉황보다 더 청아한 소리를 내는구나(桐花萬里丹山路 雛鳳淸於老鳳聲」라고 읊었습니다. 이 시는 ‘열살 때부터 훌륭한 시를 지은 한동랑이 아버지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인정한 시입니다.

이 시는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세상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온 산을 울리며 노래했던 봉황도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더 청아한 소리를 내는 어린 봉황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지요.

여기서 어린 봉황(雛鳳·추봉)은 훌륭한 젊은이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쪽에서 나온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과 같은 말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존재라고 해도 언젠가는 더 뛰어난 후배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직접 가르쳤든 혹은 다른 곳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든, 더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인생 순리이지요.

어느 곳에서든 그것이 물 흐르듯 이뤄져야 세상이 조화롭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만약 이를 거부하고 자리에 집착하면 큰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맙니다. 명대(明代) 후기에 이루어진 ‘명구·명언집’인 <고금현문(古今顯文)>에도 “장강의 뒷 물결은 앞 물결을 재촉하고, 세상의 새 사람은 옛 사람을 쫓는다(江中後浪催前浪 世上新人)”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은 이 변화에 순응하기에 아름답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 세상은 그렇지 않아서 항상 분란이 일어납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물러날 때가 됐는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버틴다면, 마치 앞 물결이 뒷 물결에 쫓겨 가듯 강제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요?

이런 사람들은 자리를 차지할 때도 자신이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지, 능력이 있는 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데 혈안이 됩니다.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보다는 처세에 능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면 그 조직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군자를 자처했던 옛 선비들은 “나아가기는 어렵고 물러나기는 쉽다”며 스스로 자중했습니다. 설혹 주위 강권으로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부족함을 깨닫거나,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재가 있으면 아낌없이 자리를 물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습니다. 진정한 실력자는 최고 자리에 있을 때 흔쾌히 자기 자리를 훌륭한 후배에게 물려주고 떠납니다. 후배 실력을 인정하고, 그가 잘할 수 있도록 도우며, 그의 앞길을 축복하며 떠나기에 그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지금은 나라도 사회, 우리 크고 작은 조직도 세대 교체가 일어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 <덕화만발> 카페도 영원히 이어지기 위해 원만하고 아름답게 세대 교체가 잘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 여간 간절한 것이 아닙니다.

<덕화만발>을 개설한지도 근 15년이 가까워옵니다. 오는 10월 25일을 이돈희(임마누엘)님이 앞장서<덕화만발의 날>로 제정해 놓았습니다. 이제 제가 물러나지 않고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일 날지도 모릅니다.

어느 능력있는 후진이 자진해서 이 역할을 맡아주면 좋겠습니다. 따로 무슨 자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들의 <덕화만발>을 사랑하는 분이면 됩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이끌어 주시면 됩니다.

정산(鼎山) 종사는 “선 후진의 모든 동지가 서로 서로 업어서 라도 받들고 반기라.”하셨습니다. 어떠한 허물이 있다 할지라도 서로 감싸주고, 용서하며, 이끌어 주어서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덕화만발>의 대업’이 영원히 이어가면 참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겠네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4월 2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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