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칼럼] '검수완박' 정면돌파 하는 패기, 한국 정치의 잔다르크가 되어야

“조 전 장관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떳떳하게 국민의힘을 지적하려면 묵인할 수 없다. … 검찰의 표적 과잉 수사와 법원의 지나친 형량이 입시 비리를 무마할 수는 없다. … 우리가 먼저 사과하고 성찰할 때 상대의 반성과 성찰도 요구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전) 교수가 대법원판결에 대해 진솔한 입장을 밝혀 달라.”

이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윤 당선인의 내로남불식 내각 후보자들의 잘못을 지적함과 동시에 사회 전반에 공정한 잣대를 적용하기 위해 조국 전 장관의 해묵은 문제부터 되짚어 보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번 대선은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2030에게 화두가 되기 시작했고, 결국 대선 결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서는 2030들, 특히 이대남의 지지를 힘입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에 맞수를 놓을만한 젊은 정치인의 역할이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흐름에 의해 선출된 젊은 여성 정치인인 박 위원장은 현 트렌드와 2030의 민심을 대변하여 ‘공정’을 표방했으리라 생각한다. 박 위원장의 말대로 끊임없이 기득권 내에 반복되는 비리와 편법 등과 같은 ‘불공정’이 사회에 난무하고 있다. 20대인 나로서는, 나와는 소위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르는 불공정에 대해 절망감을 넘어서 분노를 느낀다.

그런데, 이렇게 격분하는 마음 한구석에 공정의 잣대로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사과를 받아낸 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 나는 “박 위원장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는 단순히 박 위원장이 조 전 장관에 대해서만 사과를 요구하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조 전 장관을 향한 사과 요구와 더불어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조사 자료를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교육부가 공립, 사립할 것 없이 전국의 모든 대학을 전수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잘못된 관행과 편법을 저지르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수(우파)와 달리 진보(좌파)는 어떤 문제와 사안에 대해 구조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원래 어떤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보정당인 민주당에 속한 박 위원장의 제안 속에는 현 대학 내의 ‘부모 찬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의 구조적인 틀을 바꾸면 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교육부 조사 자료를 공개하고 전국의 모든 대학을 전수조사한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과거 행해졌던 불법이나 편법들을 드러내 죄를 지은 사람들을 다 벌하고 난 후부터, 앞으로는 이와 같은 불공정이 다 사라질 수 있는가? 만일 사라진다고 하면, 난 언제든지 박 위원장에 제안에 찬성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교육부 시스템이 바뀐다고 해서 이러한 불공정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또한 불공정을 저지른 사람 한 명의 사과를 받아낸다고 해서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국 전 장관이 사과한다고 정호영 후보도 스스로 도덕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여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만일 정말 해결 가능하다면, 후보 자질 논란이 있었을 때 당장 정 후보는 사퇴를 종용받지 않았겠는가?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사건들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체계 앞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사법체계 자체가 정치와 이념적 사고에 따라 요동치면서 정당한 시스템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어떠한 구조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마련한다고 해도 그 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박 위원장이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 법안'인 이른바 '검수완박'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말했다. 물론 검수완박에 대해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내 생각엔 박 위원장이 기성정치인들과 다르게 패기를 가지고 검수완박에 대해 정면돌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 2030에게 검수완박의 취지와 효과를 자세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 '검수완박' 법안 합의 회동 (사진출처= 연합뉴스)
여야 '검수완박' 법안 합의 회동 (사진출처=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 대선후보이자 검찰 출신인 홍준표 의원조차도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찰 수사권 분리 중재안에 반발하는 검찰을 향해 “정치수사를 통해 늘 정권의 앞잡이만 해온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정의로운 검사가 사라진 시대, 그걸 이제 와서 부정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말한 홍 의원의 말에 비추어 볼 때, 정치 신인인 박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가? 민주당에서 검수완박에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가? 높여야 하는가?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교육팀장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교육팀장

지금 민주당에서 박 위원장이 해야 하는 일은 잔다르크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에 대한 결과는 정치사에 맡기고, 나라를 위해, 정의를 위해, 또 공정한 다음세대를 위해, 선택적 공정이 아닌 ‘진정한 정의’를 세우는 일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나는 박 위원장이 갈라치기 정치를 통해 정치무대의 중앙에 선 이준석 대표를 롤모델로 삼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만들어가고자 ‘공정’이라는 프레임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된다. 박 위원장이 일회성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인의 모델로 그 입지를 다지고자 한다면, 구태 정치에 몸소 부딪히며 새로운 정치를 향한 도전적인 길로 열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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