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우리 <인문 까페>을 개설할 때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풀라. 둘, 무조건 베풀라. 셋, 조금은 바보처럼 살아라, 이었습니다. 15년이 가까이 되는 지금 과연 다짐대로 살았는지 한번 되돌아봅니다.

그렇습니다. 아마 어느 정도 그리 살아온 것 같습니다. 특히 조금이 아니라 많이 바보처럼 산 것 같네요. 우리가 세상 물정(物情)을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을 가리킬 때 우리는 흔히 ‘쑥맥’이라고 합니다. 이 ‘쑥맥’이라는 말의 어원은 ‘숙맥(菽麥)’이지요.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입니다. 그런데 이 ‘숙맥’이 어째서 바보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을까요? 숙맥의 본딧말은 ‘숙맥불변(菽麥不辨)’이었습니다. 변(辨)은 변별하다 또는 구별하다는 뜻입니다. 숙맥불변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되지요.

그런 ‘쑥맥’이고 바보 같은 제가 이 한 길을 달려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제 편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전 세계에 걸쳐 계시는 우리 <덕화만발 가족>이 계셨기 때문이지요. 내 편이 있다는 것!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하와이군도 북서쪽 끝에 작은 ‘카우아이 섬’이 있습니다. ‘쥐라기 공원’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섬은, 한때 ‘지옥의 섬’이라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다수의 주민이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였고, 청소년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고 배우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카우아이 섬의 종단연구’를 시작했습니다.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이 30세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매우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습니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는 833명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을 따로 정해,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대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등,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보다 더 모범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조사 결과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자기편이 되어 응원해주는 어른이 최소한 한 명은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스승, 부모, 조부모, 삼촌 등이었지요. 실패하고 좌절해도 괜찮다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있었기에, 자신의 환경을 이기고 비관하지 않고 자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한 사람만 곁에 있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으신가요? 정말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세상인심 속에 ‘쑥맥’처럼 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인연을 아예 끊어 버리지 않습니다.

그럼 내 편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미국의 작가이고 강사인 ‘데일 카네기(Dale Breckenridge Carnegie, 1888~1955)의 인간관계 론'에서 그 해답을 찾아봅니다.

첫째, 비판과 비난은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한다.

비판은 위험한 불꽃을 만들어 자부심을 불타게 할 뿐입니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마라‘ 비판하는 행위는 나와 적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둘째, 진심으로 칭찬하라

누구나 인간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칭찬을 해야 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칭찬을 한다면 상대방에게도 그 진심이 전달될 것입니다.

​셋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라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상대방의 관심사를 알아주는 것. 이러한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는 나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입니다.

넷째, 밝은 인상으로 사람을 대하라

나의 밝은 인상은 상대방에게 좋게 각인 시켜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들을 밝은 미소로 대하면 그 사람도 같이 밝은 기운이 전달될 것입니다.

다섯째,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대화를 잘하는 방법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청하고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이끌어내는 능력입니다. 경청하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 주니까요.

​여섯째, 상대방과 나의 생각이 다를 때

논쟁으로 가르치려 해봤자 상대방은 오히려 반감만 사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대화를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어떻습니까? 엉덩이에 뿔이나 좌충우돌 천방지축으로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위의 인연들이 거의 떠났습니다. 그리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갔습니다. 얼마나 고달팠는지 상상이 가시는지요?

그러나 천만 다행 하게도 정법 회상을 만나 훌륭한 스승과 도반 동지, 우리 덕화만발 가족들이 제 편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 많은 분들이 ‘쑥맥’ 같고, 바보 같은 저의 편이 되어 주셔서, 제가 오늘의 안빈낙도를 누리고 있는 것 같네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4월 2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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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맥과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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