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될까요? <덕산재(德山齋)> 거실에 작은 치자나무 화분에 하얀 꽃 두 송이가 피었습니다. 그 작은 꽃송이에서 내뿜는 향기가 진동합니다. 하지만 푸른 잎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고, 예쁜 꽃도 언젠가는 지고 말겠지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오늘 이 시간도 다시 오지 않습니다. 영웅호걸(英雄豪傑) 절세가인(絶世佳人)도 세월 따라 덧없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그 무엇이 안타깝고 미련이 남는다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아쉬워할까요? 누구나 그러하듯 세월이 갈수록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가고, 남은 사람들마저 세상과 점점 멀어져 외로워집니다.

이별이 점점 많아져 가는 고적한 인생길에 서로서로 안부라도 전하며, 도반(道伴) 동지(同志)들이 마음을 나눌 수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덕화만발>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것이 나이 들어 외롭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사는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인 대안일 것입니다.

세월 앞에 그 누구도 장사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한 탐험대가 유적을 조사하다가 인적 드문 산속에서 토굴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토굴에서 탐험대가 발견한 것은 엄청나게 쌓여있는 황금과 두 사람의 유골이었습니다.

탐험대장은 이 사람들이 황금을 쓰지도 않고 모으기만 하다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지요. 황금을 캐기 위해 온 두 사람은 오래된 토굴에서 금을 발견했고, 한동안 금을 캐며 토굴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오로지 금을 모으는 데만 정신이 팔렸고, 앞으로 먹을 식량도, 다가오는 겨울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한 때는 이미 겨울의 한복판에 와 있었고, 식량도 모두 떨어진 채 땔감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보라가 몰아치며 쌓인 눈이 토굴을 막아버렸습니다. 이들은 갇힌 채 서서히 죽음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평생을 쓰고도 남을 황금을 발견했지만, 죽음 앞에서 황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세상에서 중요한 세 가지 금이 있습니다. 그건 ‘황금, 소금, 지금’이라고 합니다. 죽음 앞에서 황금은 그저 돌덩이에 불과하고, 소금은 언제든 황금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고, 태어나서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합니다.

지금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삶이라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황금보다 더 소중한 것들로, 지금을 채워야 합니다. 오늘날 3대 성자는 공자, 맹자, 장자가 아닙니다. <보자, 놀자, 쉬자>라고 하네요.

첫째, ‘보자’ 입니다.

누군가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잘 사는 사람입니다.

둘째, ‘놀자’ 입니다.

같이 놀 사람이 없으면 행복도 멀어집니다. 같이 놀지 않으면 자꾸 멀어집니다. 놀자는 친구가 없으면 외롭습니다.

셋째, ‘쉬자’ 입니다.

같이 놀 친구도 좋지만, 같이 쉴 친구는 더 좋은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부담이 없는 사람이 같이 쉴 친구입니다.

어떻습니까? <보자. 놀자. 쉬자> 3대 성자가 되된 기분이 어떠신지요? 우주 자연은 봄 다음 바로 ‘겨울’을 맞게 하지 않았고, 뿌리에서 바로 꽃을 피우지 않게 하였습니다. 봄엔 땅 위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했고, 가을엔 어김없이 열매를 거두게 했습니다.

이렇게 만물은 물 흐르듯 태어나고 자라나서 병들고, 또 사라집니다. 그것이 순리 자연한 생로병사의 이치입니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고, 기다림은 헛됨이 아닙니다. 가면 다시 오고, 오면 다시 가는 과정인 것이지요.

이 세상에는 변치 않는 게 없고,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없으며, 가진 것을 영원히 누릴 수도 없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야 꽃은 다시 피는 것처럼 ‘사람도 순리’를 따르면, 치자 꽃처럼 향기 나는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삶의 전 과정은 노년을 위한 준비이고 기다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 힘과 여유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준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당당하고 멋진 노년이 되느냐 아니면 지탄받고 짐이 되는 인생으로 살 것이냐 하는 것은 우리 하기 나름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노년은 새로운 삶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황혼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하지만 그 황홀한 저녁놀은 곧 사라집니다. 몸은 느리고 불편할지라도 마음 한구석은 바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막을 내리기 전에 우리는 부지런히 도반 동지들과 선연을 맺는 덕화만발 광장에서 마음껏 뛰놀다 내생을 기약하며 떠나가면 어떨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4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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