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양쪽 모두 가치평가 '기준시가' 적용 "동일한 기준 맞춰야"
일부 주주들, "동원산업은 '가치평가' 해야 공정"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동원그룹이 진행 중인 순수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을 통한 사업지주사 전환 작업과 관련, 주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동원그룹은 지난 7일,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산업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동원산업이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해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소멸하고 동원산업이 존속하는 구조다. 대표이사는 동원산업 이명우 사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박문서 사장이 각각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동원산업은 합병과 동시에 주식 액면 분할을 실시했다. 합병과 액면 분할을 반영한 최종 합병비율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1 대 3.8385530다. 합병이 끝나면 지배구조가 단순화 될 뿐 아니라 신사업 관련 회사를 계열회사로 편입하는 것이 원활해질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는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동원시스템즈 등 자회사 5개를 지배하고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동원로엑스 등 종속회사 21개를 보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즉 지주사가 2개로 존재하는 등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다. 합병 뒤에는 이같은 구조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주주들 "동원산업 가치평가 달리해야"

그런데, 주주들 사이에서 합병 시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산정하는데 있어 '기준시가'를 적용한 것이 동원산업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원그룹의 합병 기준에 따르면 동원산업 가치는 9156억 원,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는 2조 2247억 원이 되는데, 동원산업의 영업이익이 동원엔터프라이즈 영업이익보다 훨씬 많다는 점 등에 비춰 실질 가치는 동원산업이 높다는 것이다.

원래 주권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은 법적으로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 자산가치로도 산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동원산업의 가치평가 산정에 있어 자산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반발하는 주주들의 주장이다.

반발 주주측은 더 나아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아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이같은 합병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지분 68.27%를 보유한 동원그룹 김남정 부회장이다. 따라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가 높아지면 김 부회장의 주식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원그룹 측 관계자는 "원칙에 따라 한 것이고, 유불리를 따진 것은 아니다. 양사 같은 기준으로 본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즉, 기업의 객관적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반발 주주 측의 입장을 반영한다면 한쪽은 기준시가를 적용하고, 한쪽은 자산가치로 산정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주식 구성과 관련된 논란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의 특성상 별도기준 총자산의 86%가 동원산업(지분 62.72%), 동원F&B(지분 74.38%), 동원시스템즈(지분 70.56%) 등 3개의 상장 자회사 주식가액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종속기업의 가치가 반영된 것인데, 이를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이어 김남정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가치 산정이 아니냐는 지적에 "합병 이후 김 부회장의 지분이 더 낮아진다"며 "경영권 강화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미 경영권 승계는 끝난지 오래이며, 합병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합병이 현재 안대로 마무리되면 김 부회장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약 48%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주주단체들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다. 결국 오는 8월 30일 예고된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합병이 순탄하게 이뤄질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동원산업 우회상장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동원산업 우회상장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이 주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회사와 주요 주주와의 거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는 상법 제398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시정이 없으면 다음 달 초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고, 소액주주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지난 20일 '동원산업 우회상장 반대 집회'를 열고 합병 추진 중단을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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