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칼럼] 역대 대선총선에서 문재인 지지, 빨갱이를 뽑은 보수들의 아이러니

2022년 5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을 이끌어왔던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하고 경남 양산 사저에서 ‘자연인 문재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과연 자연인으로 평안하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이유는 양산 사저 입구에 보수단체가 “문 대통령은 광주로 가야 한다”, “문 대통령을 구속하라”, “검수완박 뒤에 숨은 자 구속하라”, “문 대통령 구속, 체포”, “5년간 저지른 악폐 청산한 뒤 양산 와라”, “여적죄로 사형인데, 양산 아방궁이 웬 말이냐!”, “간첩이 갈 곳은 깜방!” 등의 과격한 구호를 쏟아내며 집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하는 보수단체
문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하는 보수단체

관련 보도 자료나 사진을 보다 보면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집회 참가자 분들의 대다수가 나이 지극한 분들이고, 두 번째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태극기 부대’로 활동하시는 분들이다. 촛불집회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태극기 집회를 하는 분들을 보면, 주된 원동력은 그분들 안에 내재된 애국심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보수 성향의 어르신 분들에게 두 가지 점을 말하고 싶다.

첫째는 한국 현대사에서 강조되어 왔던 ‘충과 효, 그리고 반공정신’에 기반한 무조건적이고 무비판적인 기성세대의 리더십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충효정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충과 효는 사회를 견실히 묶을 수 있는 좋은 정신이다. 그러나 이것이 남용되고 왜곡되었을 때 전체주의(全體主義)적 사고를 가지게 만들 수 있다. 故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에는 다른 어떤 시대보다 왜곡된 충효정신이 강조되었다. 밑바탕은 과거 삼국시대, 또는 조선시대의 유교적 충효정신이었지만, 그 근본적 의미와는 다른 의미가 적용되어 국민들의 삶에 깊게 파고들며 세뇌되고 주입되었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인 리더자에게 효를 다하자는 의식을 심어주었다.

국민을 위한다는, 노동자를 위한다는, 신도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대통령은 곧 국가이고, 재벌총수가 곧 기업이고, 종교지도자, 예를 들어 목사가 곧 교회 - 특정 종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돕기 위해 제시한 예시- 라는 관점을 교육과 언론 매체 및 설교 등으로 계속 주지시키고 학습시켰다. 여기에다 한국전쟁으로 공산주의에 대한 격멸, 두려움, 체제 경쟁의식까지 더해져서, 과장되고 왜곡된 충효정신과 반공정신 형태가 매우 견고해져 버린 셈이다. 그 과정에서 불만이나 반대 의견을 말하면 가차 없이 반공분자(속칭 빨갱이) 또는 반사회적인 인간 취급을 받았던 야만의 시대를 살아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한강의 기적이라고까지 언급되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까지 간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60-70년대 개발독재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여러분의 나라처럼 한국 역시 공산주의자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한국이 공산주의자들과 대결하여 이기려면 경제를 일으켜야 합니다. 여러분들로부터 받은 경제적 도움은 반드시 갚겠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할 줄 모릅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을 이길 수 있도록 한국을 도와주십시오.” 이 내용은 1964년 12월 11일 서독 국회에서 故 박정희 대통령이 연설한 내용 중 일부분으로, 이 당시 북한 공산당과 마주한 한국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연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반공주의’는 이데올로기를 이용한 지배계급의 지니 - 알라딘의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 가 되어버렸다. 더불어 경제성장제일주의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사회문제를 ‘승공(勝共, 공산주의와의 체제경쟁에서 승리)’이란 명분으로 모든 정당성이 확보되었다. 산업화의 정신에 기반한 ‘산업전사’의 용어가 바로 그 정점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산업전사위령탑 (사진출처 : 연합뉴스)
산업전사위령탑 (사진출처 : 연합뉴스)

북한 공산당과 대치한 상황에서 강력한 힘과 경쟁력을 가져야 하므로, 이처럼 ‘왜곡된 충효정신과 반공주의’에 대한 합리적인 반발은, 소위 빨갱이(혹은 레드 콤플렉스)라는 말로 덮어버렸다. 빨갱이라는 말은 특히 정의를 외치는 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당당하게 박탈할 힘을 부여하였다. 이렇게 현재의 어르신세대와 그 자녀세대들은 세뇌되고 대물림으로 영향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 결과 나라의 실제적인 발전이나 질적인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념’이 되어 버렸다. 보수가 수구 세력이 되어도 스스로 수구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오직 이념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이념의 잣대(공산주의 프레임)로 판단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는 지독한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역사를 세세하게 짚어보는 것보다 거시적으로 보고자 함을 밝혀둔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공산당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해준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정말 미국이 아니었으면 한반도는 공산화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의 도움을 기반으로 한국은 안보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현재는 명실상부 선진국이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한국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며 한국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역사는 여전히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정선거가 있다고 미국에 가서 고자질(?)하는 의원이 있었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이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미국의 식민지도 아니고, 위성국가도 아니고, 더욱이 과거처럼 원조를 받는 국가도 아닌데, 왜 미국에 가서 부정선거가 있다고 도움을 청하는가? 난 한국의 보수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자조감이 든다. 그리고 왜 태극기 외에 성조기를 드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군대가 들어왔을 때 우리는 성조기를 흔들었다. 그들을 환영하고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의미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것인가? 우리보다 더 미국과 친밀하고 동맹관계가 강한 일본도 집회를 할 때 일장기는 흔들어도 미국 국기를 흔들지는 않는다.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교육팀장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대표

이는 한국의 근현대사의 분단과정의 상처와 아픔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기에 언제든지 개인 또는 단체가 집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레드 콤플렉스(빨갱이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의 선출 및 총선에서의 대승이 가능했던 것도 다 보수의 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퇴임을 맞은 문대통령을 대상으로 빨갱이 논쟁을 다시 하는 태극기부대 어르신들을 보면, 그럼 지금 빨갱이라 손가락질 하는 문대통령을 뽑았던 그 당시 보수 진영은 소위 문대통령 진영 사람들이 간첩이라는 걸 알면서도 대선총선에서 뽑아준 셈이 아닌가? 자가당착임을 알고는 계시는 건가 싶어 안타깝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이건 정통보수는 명확한 인류애적인 기준과 흔들림 없는 가치정립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국은 애석하게도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오히려 진보 진영이 지켜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난 한국의 진보가 전통적인 보수의 관점을 가지고 부국강병을 이루어간다고 생각한다. 이념과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가치중립적인 눈을 뜨고 살펴만 봐도 쉽게 인지할 수 있기에 안타까운 심정으로 수구화 된 줄도 모르는 보수를 향해 이야기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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