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 칼럼] 간첩조작 담당검사 출신 공직기강비서관? 탈북민 인권도 말로만인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이시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시원 변호사는 2014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소속 검사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와 공소유지를 수행했던 핵심 담당 검사였다. 당시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탈북민 유우성씨가 그 피해자다. 이 사건은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조작이 드러났고 검찰은 인지하고도 묵인했고, 오히려 공소권 남용으로 보복기소하여 간첩으로 몰아갔던 사건이다. 하지만 법원은 유우성씨에게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모해증거위조로 구속 기소됐고, 검사들은 대검찰청으로부터 감봉·정직의 징계를 받았다. 이시원 검사는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만 받았다.

이 사건은 간첩조작사건과 더불어 검찰 공소권 남용의 대표적인 사례로도 평가된다. 검찰은 증거 조작이 드러나 간첩 혐의 무죄를 받은 유우성씨를 2014년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지난해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다.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재조사를 통해 검찰이 증거가 허위임을 사전에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2019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큰 과오가 있었다”며 검찰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사과했고 이시원 검사는 재조사가 이뤄지던 2018년 검찰에서 명예퇴직했다.

탈북민을 간첩으로 몰아 인생을 파탄낸 담당검사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꽤나 충격적이다. 임기 시작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겁이 날 정도다. 유우성씨는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에 의문을 던지며 철회를 요구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비판에 나섰으며 윤석열 정부의 계속되는 검찰출신 인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김인철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교육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에 대해 개혁적 목소리를 내왔다"라며 그를 '적임자'로 극찬했는데, 결국 각종 부정 논란들로 '첫 낙마'하는 사례가 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자의 인사를 보면 공정과 상식은 커녕 역사의 퇴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이시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내정했는 이 변호사는 2014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소속 검사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와 공소유지를 수행했던 핵심 담당 검사였다. 사진=연합뉴스

‘검사’라는 이름,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검사의 이미지와 다를 바 없다고 경험자들은 하나 같이 고백한다. 심지어 강원랜드 채용비리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검사 출신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도 “검사는 무섭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했던 검찰개혁 중재안을 권성동 원내대표가 곧바로 수용했던 이유도 아마 검사 앞에 앉아 조사받은 경험 때문에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검사 앞에서는 누구나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거대한 권력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 단독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이유도 검찰의 과도한 권력남용과 강압적이고 편파적인 수사가 많았기 때문인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가 매우 낮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과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복무 평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직원 등의 복무 점검 및 직무 감찰 등 역할을 맡는다. 쉽게 말해 도덕성과 규율, 법도를 지켜야 하는 역할이다. 그런 자리에 간첩조작과 공소권남용으로 징계 받았던 담당 검사가 내정됐으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슨 변명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조경일 작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담당 검사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한다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표결한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더욱 강화하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스스로 개혁의지를 보여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검찰의 신뢰를 실추시킨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한다는 것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자인하는 셈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직기강은커녕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불법증거취득과 날조, 공소권남용이 심히 우려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조금이라도 신뢰를 얻는 길은 가능한 검찰과 멀리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검찰인사로 정부 내각을 구성한다면 머잖아 탄핵의 길을 걸은 제2의 박근혜가 될까 염려된다. 부디 국민을 두려워하길 바란다. ‘북한인권’을 앞장서 외쳤던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내로남불 인권이 아닌 보편적 인권을 보고 싶다. 북한인권에 앞서 탈북민 인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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