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대필' 정황 드러나자 '일찍 들켰으면 잘못 아니다?', 조국 일가에 적용한 엄격한 잣대는?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논문을 케냐 출신의 '대필 작가'가 작성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온 데 대해, 한동훈 후보자 측은 "실제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과거 한동훈 후보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향한 강제수사를 지휘할 당시, 정경심 전 교수에게 징역 7년형을 구형한 고리였던 '동양대 표창장'은 정작 조민씨의 입시에 사용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조민씨는 우수한 영어성적을 통해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한 것이 부산대 공식문서로 드러난 바 있어서다. 그럼에도 부산대 측으로부터 입학 취소 처분까지 받고, 정당하게 취득한 의사 면허도 박탈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즉 한동훈 후보자가 조국 전 장관 일가에게 적용했던 엄격한 잣대를 정작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으려는 셈이다.
한동훈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8일 공지를 통해 "후보자 딸이 작성한 '논문'이라고 보도된 글은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참고문헌 표기 포함시 4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한동훈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9일 페이스북에서 "이 자는 갈수록 가관이구먼. 어찌 석열과 이처럼 닮았을까..."라며 "조민은 입학에 전혀 영향 주지도 않은 것으로 입학 취소란다"라고 지적했다.
우희종 교수는 "또 검찰이 기소해서 멀쩡한 정당 해산되고 국회의원 자격 잃은 것 기억하지?"라며 "단지 말만 했고 실제 행동은 전혀 없었는데 그렇게 유래없는 짓을 하고서는 지금의 변명, 너무 뻔뻔하고 구차하지 않은가"라고 직격했다.
우희종 교수는 "역시 법적으로 빠져 나갈 생각만 하지,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라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엉망이라고 자백하고 있잖아"라며 "그런데 우리 사회의 한 분야를 이끌 장관을 하겠다니 꿈 깨고, 집에 가서 법조문이나 외우게"라고 일갈했다.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현근택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입시에 사용되지 않았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라며 "대필논문을 제출하여 학회지에 게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현근택 변호사는 "입시에 쓸 것이 아니라면 외국학회지에 논문을 쓰고 외국언론과 인터뷰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조국 전 장관과 같은 기준으로 수사해달라고 요청하실 생각은 없는가"라고 한동훈 후보자에 묻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소지품 검사해서 담배 발견되니까 학생 하는 말 '안 필 건데요'"라며 한동훈 후보자 측 답변을 비유하기도 했다. 즉 '일찍 들켰으니 잘못 아니다'는 궤변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8일자 기사에서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올해 2월 전세계 사회과학 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SSRN(사회과학네트워크)’에 등록한 4쪽짜리 논문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Does National Debt Matter?-Analysis Based On the Economic Theories)’의 문서정보에 '지은이'가 Benson(벤슨)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가 'Benson'을 추적해본 결과, 그는 미국에서 운영하는 한 홈페이지에서 자신을 ‘노련한 대필 작가’(experienced ghostwriter)라고 소개했고, 논문이나 과제 등을 의뢰받았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Benson'에게 '해당 논문을 당신이 작성한 것이 맞느냐'라고 문의하자, 'Benson'이 이를 시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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