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백지희 화백] 전통적으로 동양은 자연과 벗 삼고자연에 동화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를 즐기고 또 높이 기려온 전통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자연을 벗 삼는다’는 것은 자연을 즐기고 자연을 닮아가려는 것으로 자연으로 부터 무언가를 배워 얻고자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적 삶의 전통을 누리며 살아왔다. 이는 자연을 유기체적인 생명의 창조 및 완성과정으로 파악하면서, 자연 속에서 생명의 가치와 생명의 조화로운 질서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자 노력해왔다. 그리하여 예컨대 ‘천인합일’(天人合一)1) 사상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실질적으로 ‘자연의 원리’(天道)와 ‘인간의 원리’(人道)를 동일시하는 성찰에 이르기도 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 할 수 있다.2)

▲ 백지희 화백

동양에서는 자연이 ‘어떻게 있느냐’ 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대응자세를 예비하기 위해, 사전에 인간의 삶과 직접 관계되는 자연의 역할과3) 법칙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자연이야말로 인간이 설정하는 모든 원리와 규범의 기본 근거와 원천이라는 믿음이 자연스레 일반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개조・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오히려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그에 어떻게 순응해나갈 것인가 하는 노력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자연운행의 원동력이 외부적인 존재가 아니라 바로 자신 내부의 ‘운동성’4)에서 비롯한다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의 합일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자연스레 부상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자연을 완전무결한 존재로 간주하는 탓에, 인위(人爲)를 오히려 자연과의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깨뜨리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간주하는 풍조도 만연할 수 있었다.

이처럼 동양은 전통적으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시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기체적 자연관’5)에 지극히 익숙해 있다. 이것은 자연이 생명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 견해와는 전혀 다르게, 자연을 살아 있는 존재로 파악하는 입장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를 유기체로 이해함으로써,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고 복종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이다. 또한 자연을 동적이고 시간적인 것으로 파악할 뿐만 아니라, 사물들 간의 상호관련성이 강조되는 유기체적 자연관을 배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현실을 통해 고의(古意)와 이상을 찾고자 한 당시의 사상적 동향(실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한국의 산천을 주자학적(朱子學的) 자연과 접목시키고자 한 문인 사대부들의 자연친화적 풍류의식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동양 철학적 개념이 농축되어 있는 것이 산수화로 자연 그 자체가 경험한 산수를 이상화 시켜 표현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경험을 주로 하였는지 아니면 이상을 주로 하였는지의 구분은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중시 되는 관점 중 하나이다.

우리 산수화의 주제와 화풍을 이해하려면 중국 절파와 오파의 유입과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조선 초기와 중기에 화원과 문인이 대부분 절파의 화풍을 응용 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산수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안견으로 그의 화풍은 이내 유행 하였던 곽희, 허도령 등에 의해서 일어난 신비주의 자연관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그려진 동기화재 화풍은 도가적 신비주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1) 이권, 「老莊과 『周易』의 天人合一觀 比較 硏究」, 연세대 박사논문, 2000, p.75.

2) 백종현, 「哲學의 주요 개념」, 『哲學사상』별책 제2권 제1a호, 서울대학교 哲學사상연구소,          2004, p,23

3) 백종현 상괄서, p,27

4) 이규성, 󰡔생성의 철학: 왕선산󰡕,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2, p.282.

5) 우주를 상호 유기적 연결 속에서 통일된 전체로 파악하는 입장 세계를 분리된 부분들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라 통합된 전체로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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