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성 낮은 '아니면 말고 식' 거창한 공약 난무
기업투자유치=지역발전 견인...방정식 같은 사고 벗어나야 '지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 공약...진정성 '의심'

[선거공약분석=뉴스프리존] 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6.1 지방선거 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선거철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온 갓 '장미빛 공약'이 난무한 것이 우리네 정치풍토 라고 보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후보자들이 내걸고 있는 공약들은 하나 같이 대단한 업적이 될만한 것들이다. 저마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슈퍼맨을 자처하고 나서는 모양세다. 하지만 이들이 표방하고 있는 공약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구호만 거창하고, 실제 내용은 허황되고 실현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공적인 약속(公約)이 헛된 약속(空約)이 되 버리기 일쑤다. 유권자들은 그런 헛 공약을 수없이 많이 지켜봐 왔고, 속아왔기에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늘 '이번에는'이란 반신반의의 기대와 믿음으로 후보들의 공약을 살피고, 후보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는다. 이런 순수한 유권자들에게 정직한 후보가 선택되야 하지만 현실은 정당의 세력과 힘, 그리고 바람에 따라 대부분 당락이 좌우된다.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선거 풍토이자 정치 현실이다.

오는 6.1 지방선거에 임하는 제천·단양 단체장 후보들의 공약들을 보더라도 목표만 있고 방법은 없는 공약들이 적지 않다. 전혀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도 눈에 띈다. 또 공약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자신이 내건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 제천·단양 단체장 후보 공약의 '허와 실' 

더불어민주당 이상천 후보는 민선7기 1조7천616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낸 업적과 96.4%의 공약이행율을 내세우며, 드림팝렌드 등 벌려놓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적임자임을 표방하고 있다. 앞으로 뭘 하겠다는 '장미빛 공약'을 앞세우기 보단 지난 4년간의 시정운영을 냉정하게 평가받겠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민선7기에 추진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면 보다 폭넓은 관광자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내 중심권으로 관광객이 흡수될 수 있게 되고, 이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매개체가 되며 자연스럽게 인구 증가의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이 후보가 제시하는 지역발전 청사진이다.

민선7기 투자유치 규모는 민선5기, 민선6기에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제2산단 기업유치 100%, 제3산단 기업유치 96%의 실적이 1조7천616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민선5기, 민선6기와는 기업유치 여건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로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 후보는 제4산업단지 완공과 함께 100% 기업유치를 통해 민선7기에 이은 성공적 투자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민선7기의 공격적인 투자유치로 성공을 거둔 것에 추진력을 얻어 민선8기까지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평가와 분석이다. 

이 후보의 주목할 만한 성과는 단연 공약이행율이다. 민선7기 공약이행율 96.4%는 민선5기 76.9%, 민선6기 73%와 비교해 20% 이상 높은 수치다. 민선7기 시작과 함께 내세웠던 공약 대비 실천 수치를 행정기관에서 면밀히 분석해 발표한 수치로 이 후보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이상천 더불어민주당 제천시장 후보는 민선7기 공약이행율 96.4%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며 민선8기 적임자임을 표방하고 있다(사진=이상천켐프 자료사진) 

이 후보는 공약이행율을 표면에 내세워 '약속을 지키는 사람, 한다면 하는 추진력 있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후보의 공약 중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도시미화 사업은 민생과 '조경과 폭포'에만 집중하는 민생과 동떨어진 전시성 사업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많은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도시미화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이자 걸림돌이 될 듯 하다.

국민의 힘 김창규 후보는 3조원의 투자유치 및 무역공사설립, 파크골프장 10개 조성 등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우며, 제천의 무너진 경제를 확실히 살리겠다고 주창한다.

김 후보는 외교관 경험을 통해 쌓은 경험과 인맥을 동원해 외국기업 및 외국인 투자 3조원을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그 방법으로 제천무역공사설립 및 파크골프장 10개 유치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현실성 없는 전시성 공약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먼저 외국기업 특화도시, 명품산업단지 도시를 만들어 3조원의 투자유치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은 4년 임기내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민선7기 4년동안 제2산업단지 마무리분양과 함께 1,092,331㎡(산업시설용지 699,216㎡)의 제3산업단지 조성 및 분양을 동시에 진행해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달성했지만, 투자유치 금액은 46개기업 1조 7천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3조원의 투자유치를 달성하려면 제3산업단지 규모의 산업단지가 최소한 3개 정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민선7기에 시작한 제4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보면 전체 면적이 817,864㎡(산업시설용지 617,164㎡)로 3산업단지 보다 규모가 작아서 4산업단지 내에 투자유치 100%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1조원 규모가 된다. 나머지 2조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려면 4산업단지 규모의 산업단지가 2개는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산업단지는 현재 타당성 용역을 진행중이고 타당성 용역 결과가 나오면 실시설계를 거쳐 준공에 이르기까지 행정적 절차 등의 시간이 적어도 3년은 족히 걸린다고 보면 4산업단지에 100% 투자유치를 민선8기 내에 이끌어 내기도 쉽지않다. 

결론적으로 임기내 3조원의 투자유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산업단지 100% 분양이 전제되야 하고, 3산업단지 규모의 산업단지가 2개 이상을 임기 초반에 조성해야 한다는 것인 바, 기본적으로 부지확보도 안되어 있고, 구체적 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3산업단지 규모의 산단 2개를 뚝딱 만든다는 것은 '도깨비 장난'이 아니고서는 실현될 수 없는 공약이라는 것이다.

김창규 국민의 힘 제천시장 후보는 외교관 경험과 노하우로 무너진 제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3조원 투자유치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사진=김창규 켐프 자료사진) 

특히 김 후보가 자신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기존 절차 외에 특수한 다른 복잡한 절차들이 산재해 있어 그 가능성이 더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가 차별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제천무역진흥공사(제천 KOTRA) 설치 공약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무역투자진흥공사는(KOTRA)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법에 따라 중앙정부의 국가사무에 속하는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국가사무처리 고유 사업을 하도록 명시되어 있어 지방자치단체는 독립적으로 무역진흥공사를 설치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사무만 처리하고, 국가사무의 처리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으로 무역공사를 설치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법에 따르면 '필요한 경우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국내외 필요한 곳에 지사·무역관·사무소 또는 주재원(駐在員)을 둘 수 있고, 법에 따른 공사가 아닌 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에는 사무소나 주재원을 두어 국가사무의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김 후보는 이와 같이 국가사무에 속한 무역공사를 어떻게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인지 법적 근거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제천무역진흥공사 설치를 7대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후보는 방송토론을 통해 지역 조례를 제정해서 설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법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조례를 어떻게 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와 방법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부분이다.   

또 김 후보의 공약 중 파크골프장 10개 이상을 설치하여 일평균 체류 관광객 2,500명을 확보하겠다는 공약도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파크골프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민들의 레저활동의 일환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그 설치 목적 자체가 지역민의 건강한 문화체육을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10개 이상의 파크골프장을 설치하려면 막대한 부지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부지확보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10개의 파크골프장을 임기내에 건설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 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통한 체류관광객 2,500명 유치 구상은 더 비현실적이다. 2022년 5월 현재 전국에 파크골프장은 무려 307개에 달한다. 수도권(서울,경기)에만 57개를 비롯해 강원권 26개, 충청권 41개, 전라권 50개, 경상권 127개, 제주권 6 개 등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2개 이상 파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들은 지역민의 복지 차원에서 앞으로도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건설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따라서 제천에 10개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한다 해도 외지에서 이를 이용하기 위해 제천을 찾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김 후보는 지난 23일 제천시장 후보 농정토론회에서 파크골프장 10개 조성 공약을 제시했다가 토론회에 참석한 농민들로부터 야유와 비난을 받았다. 

"김창규 후보는 국민의힘의 지지세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외교행정과 지역행정의 차별성을 인식하고, 지역민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는 유권자들의 조언을 깊이 새겨야 할 듯 하다. 

단양군수 국민의힘 김문근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동진 후보는 당초 류한우 군수의 8년 군정의 실정을 신랄하에 비판하면서 유 군수의 3선 저지를 기치로 내세웠다.

김문근 후보는 유 군수가 추진하는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강수를 던지며 경선에 임해 국민의힘 단양군수 후보가 됐지만, 경선 과정에서의 공천 시비에 휘말리면서 국민의 힘 유권자들의 분열 사태를 맞게 되자 당초 유 군수의 사업 전면 재검토를 철회하고 유 군수가 추진하던 사업을 이어 받아 마무리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김문근 국민의힘 단양군수 후보는 유한우 군수의 단수공천에 반발하면서 김광표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경선에서 승리했다.(사진=자료사진)

김 후보가 "군수가 바뀐다고 해서 추진하던 계획을 모두 중단하거나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전임 군수 역점사업의 알찬 마무리는 내 공약에도 포함돼 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유권자들은 '상황에 따라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김동진 후보 또한 지난달 12일 단양군수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천시와 영월군, 영주시로 모든 상권이 빼앗기고 있는 단양은 희망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류 군수의 8년 군정을 비판했다가, 지난 2일에는 "단양의 발전은 멈출 수 없다. 류 군수의 추진 사업을 꼼꼼히 마무리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김동진 더불어민주당 단양군수 후보 (사진=자료사진)

두 후보 모두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한 유한우 군수와 그 지지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유 군수 구애작전에 돌입하고 있는 모양세다.  이는 역대 단양군수 선거는 1000표 차 이내로 당락이 갈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 군수 지지자들은 단수공천에서 경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엄태영 의원의 역할을 비난하며, 대거 국민의힘을 탈당해 김동진 후보를 지원하는 사태로 이어지면서 유 군수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 당락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이탈된 유 군수 지지층이 이번 단양군수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일순간 전시적으로 보여주고 현혹시키는 얄팍한 약속이 아니라, 천금보다 무겁게 내 놓아야 하는 공적인 약속이다.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 시시때때로 바뀌는 공약은 유권자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재선에 나선 후보에게는 임기 전 내건 공약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했는지를 따져보고 검증해야 하고,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후보에게는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아닌지를 철저하게 따져보는 것이 유권자들에 주어진 의무이자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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