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자심(不欺自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째, 중생 차원에서는 <남을 속이지 말라>는 의미이고, 둘째, 수행자 차원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속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에 속지 말아야, 남을 속이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스스로의 마음에 속지 말라는 말은 <번뇌에 속지 말라>는 뜻입니다. 중생들은 번뇌(煩惱)가 뭔지도 모르고, 번뇌가 자신을 속이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지요. 1971년 연세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하고 고시 공부를 하던 한 청년이 가장 친했던 친구가 출가해서 해인사 백련암에 있다고 하여 그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성철 스님(1912~1993)을 뵙게 되었습니다.

대화 끝에 “스님⁉ 좌우명을 하나 주십시오.”하고 말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큰 스님은 대뜸 부처님께 ‘만 배(萬拜)’를 올리라고 하셨지요. 삼 천 배로 녹초가 된 청년에게 스님이 말씀을 내리셨습니다.

“속이지 말아라!” 굉장한 말씀을 기대했던 청년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툭 던지는 스님의 말씀에 실망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와? 좌우명이 그래 무겁나? 무겁거든 내려놓고 가거라.”

그러자 청년은 무언가 깨달음을 얻어 그 길로 머리를 깎고 출가를 했습니다. 이분이 성철 스님이 입적(入寂)하실 때까지 꼬박 20년을 곁에서 모셨던 ‘원택 스님’이셨습니다. 이 ‘불기자심(不欺自心)’은, ‘자기 마음을 속이지 마라’는 성철스님 자신이 평생 잡고 계셨던 화두(話頭)였다고 합니다.

한때 세상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마음’을 속일 수는 없는 법입니다. 조선 명종 때 문신이었던 ‘임권(任權 : 1486~1557)’의 좌우명이 ‘독처무자기(獨處毋自欺)’였습니다. 즉, ‘홀로 있는 곳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 뜻이지요. 이 말도 유교 경전 ‘대학’에서는 ‘신독(愼獨)’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역시 홀로(獨) 있을 때 삼가야(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떻습니까? 참으로 무서운 다짐이고 당당한 자기 확신이 아닌가요? 성경의 ‘갈라디아서 (6장7절~8절)’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자신을 속이지 마라. 하느님은 조롱을 받지 않으시니, 사람이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둘 것이다.’ ‘심은 대로 거두리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합니다.

요즘 정치 지도자가 거짓말을 예사로 하고 다닙니다. 낯짝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내로남불, 표리부동, 안하무인, 인면수심, 후안무치, 양두구육, 적반하장, 억지 춘향, 철면피, 등의 부정적인 말을 이루다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지금 카톡에 「박완주 의원 ‘성비위 사실 아냐, 법적대응’ 3선 의원 제명 질실 게임」이라는 제하의 보도가 떴습니다. 5월 12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내 성 비위 사건 관련 박완주 의원(3선·충남 천안을)의 제명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 지난 4월 28일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예외 없이 사실무근이라고 발뺌을 했습니다. 지난 5월 12일 퇴임식을 한 김부겸 총리가 ‘정치인의 덕목’에 대한 인터뷰를 한 기사가 있습니다.

「나는 정치인의 덕목 중 도덕성을 가장 크게 여깁니다. 그다음이 능력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지만, 첫째는 도덕적이어야 하지요. 정치지도자는 때려 죽여도 일단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나는 바른 마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국민을 이끌 정치지도자, 내가 따르는 정치지도자로 두고 싶지 않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이지요. 김대중과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을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했지요.

일반인들도 물론 그렇지만, 특히 정치인들, 정치지도자는 사람이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노짱처럼 장인의 한국 전 때 부역 문제로 권 여사가 곤경에 처했을 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내가 아내를 버려야만 한다면 나는 대통령을 안 할 것입니다!’ 라고 크게 소리쳤던 그런 멋있는 사람 말입니다.

일단 눈앞의 작은 이익에 오락가락하는 사람 싫고, 거짓말 잘하는 사람 싫고, 언행이 가벼운 사람 싫고, 의리 없는 사람 싫고, 가식적인 사람 싫고, 낯간지러운 짓 잘하는 사람 싫습니다.

일반인들도 아닌 그가 내가 존경하는 정치지도자라면 말입니다. 김대중과 노무현과 문재인을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했습니다. 그분들은 내가 존경해도 전혀 내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부심이 생겼지요.」

어떻습니까? 무법천지를 만들어버린 정치판에서 이렇게 ‘불기자심(不欺自心)’의 심법을 갖춘 이만한 양심을 갖춘 분이 있어 천만다행입니다.

정치지도자의 덕목은 첫째,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둘째, 멋있어야 하며, 셋째, 눈앞의 작은 이익에 오락가락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외 거짓말 잘하는 사람, 언행이 가벼운 사람, 의리 없는 사람, 가식적인 사람, 낯간지러운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 불기자심의 정치지도자는 볼 수 없는 것일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5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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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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