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일 칼럼] 흠집 내는 것에서 ‘차별화’를 찾는 민망한 정치는 이제 끝내야

지난 1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천 계양을 보궐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연설을 위해 신발을 벗고 벤치에 올라가는 모습이 담긴 4초 분량의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재명 후보가 벤치에 올라서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대표는 영상을 올리며 “가는 길에 아이가 있으면 밀어내고, 벤치에 사람이 있으면 뜬금없이 올라가서 혼비백산하도록 만들고, 국회의원 서울로 밀어내고 그 빈 곳에 출마하는 것과 묘하게 닿아있다”라는 글을 추가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신발을 신고 벤치에 올라가 유세하는 사진을 도배하며 이 대표의 ‘선택적 비판’을 역으로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의 포스팅을 보면 참 민망함을 감출 수 없다. 여당의 대표가 포스팅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이런 식의 ‘내로남불’과 흠집 찾기 글 밖에 없었을까. 누가 봐도 상대후보의 도덕성에 흠집 내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쟁하는 상대 당 후보라고 해도 자기 당 후보들도 빈번이 하는 일은 모른척하고, 상대 당 후보의 일거수일투족 문제삼을만한 건더기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유치한 정치가 안타깝다. 물론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후보 흠집 내는 것에서 겨우 차별화를 찾고자 하는 민망한 정치는 국민들을 피곤하게만 할 뿐이다. 도덕성을 따지면 지금 자신에게 있는 ‘성상납 의혹’부터 해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재명 후보든 김은혜 후보든 신발 신고 벤치에 올라선 모습은 굳이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되고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사건이다. 이 대표의 포스팅으로 논란이 일자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해당 영상은 짜깁기한 음해라며, 연설이 끝나고 물티슈로 벤치를 닦는 모습을 추가 공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물티슈로 닦았다. 물론 이 대표는 김은혜 후보의 똑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 대표는 또 지난 대선기간 윤석열 후보가 KTX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았던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들은 비판에 신속히 사과했다며 이재명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한 번 따져보자. 야외 길거리에 있는 나무벤치는 먼지가 자주 쌓여 이용하는 사람들이 앉기 전에 휴지로 한 번씩 닦거나 입으로 바람을 불어 먼지를 털어내고 앉기도 한다. 반면 KTX 실내 좌석은 우단 또는 벨벳 소재와 비슷한 천 재질이여서 사람들이 실내 소파를 대하듯 편하게 앉는다. 그러니 야외 벤치에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것과 KTX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놓는 것은 조금 다르다. 굳이 이렇게 까지 비교하며 설명하는 글을 써야 하는 것조차 유치한 생각이 들지만 이 대표가 비교했으니 굳이 비교한다. 이 대표의 내로남불과 흠집내기 정치가 유권자들을 선동하니 비판을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치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연합뉴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에는 졸렬한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6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의 2016년 트윗을 캡쳐해서 포스팅하면서 이재명 후보가 인천을 비하했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트윗은 성남에서 인천으로 이사 간 한 트위터가 이재명 후보에게 인천에 와서 출마하라며 응원하는 글이다. 해당 트윗에 이재명 후보는 어찌 살려고 성남에서 인천으로 이사했냐며 “빨리 성남으로 돌아오세욧!!”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은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 하 인천의 난맥상을 풍자한, 위트있는 글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도 있는 글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를 ‘인천 비하’라며 문제 삼았고,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비판 글이 올라오고 같은 당 정치인들은 같은 비판들을 쏟아냈다. 참으로 한심한 정치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정태옥 후보는 2018년 한 언론에서 이혼하면 부천으로, 망하면 인천으로 이사 간다는 그 유명한 ‘이부망천’ 망언을 남기지 않았던가. 정치인들의 망언이 어디 이뿐인가. 열거하면 셀 수도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대표가 되기 전인 지난 해 3월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라고 말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있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의 진심이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자당의 당대표이다. 지금 이 대표는 위에서 뱉은 자신의 말을 가능하기만 하다면 다시 주워 담고 싶어 할 지도 모르겠다. 아쉽지만 이준석 대표에게는 정치 기술만 보일뿐 철학이 보이지 않아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대남(20대 남성)’을 등에 업고 등장한 그의 아젠다 선점 능력이나 갈라치기와 선동의 정치는 정치 기술 그 자체로는 현란하고 선거에서는 꽤 유리한 전략이다. 그래서 이슈를 잘 탄다. 자신의 강점인 소위 ‘말 빨’로 어떻게든 이기려고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을 끝내 토론의 장으로 끌어냈던 사건도 그의 현란한 정치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철학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지난 4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자당의 유승민 후보를 견제하며 “경기도 연고를 따지는 것은 치사한 일”이라며 “역량과 능력이 있다면 누구든 선의의 경쟁을 해야”한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성남 시장 출신의 이재명 후보가 인천에서 출마하는 것을 두고 연고가 없다느니 인천을 비하했다느니 하는 국민의힘의 비판은 그래서 유치할 수밖에 없다. 저마다 지역에 없는 연고도 만들어서 명분을 내세웠던 사람들이 정치인들이었던 걸 감안하면 연고를 따지는 정치는 속히 사라져야 하는 구태 정치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김은혜 후보의 CBS라디오 인터뷰는 언론용 발언이었다고 해도 꽤 정확한 인식이라고 평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랬던 사람들이 정작 선거에 나오면 앞 다퉈 자기부정을 하니 그저 구태라는 표현 외엔 묘사할 방법이 없다.

누군가는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도덕성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또 누군가는 정치적 능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선거는 정치인을 뽑는 것이지 도덕 교사나 목회자를 뽑는 게 아니다. 서로 자기가 더 잘났다고 떠드는 후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고만고만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깨끗한 정치인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누구나 저마다 사연이 있고 굴곡이 있다. 그런데도 선거만 되면 온통 자기가 더 도덕적이라고 자랑을 한다.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된다. 하지만 도덕적인 정치인이 유권자들의 삶을 바꾼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하는 정치인이 유권자인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깨끗한 사람이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착하지만 무능한 정치인이 어디 한 둘인가. 물론 정치인이 도덕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정치인의 도덕적 자질과 정치적 역량을 매의 눈으로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차악’을 뽑는 선거였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쉽지만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의 영역에서는 정치력이 도덕성에 우선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선거라는 게임에서는 말이다. 물론 정치력이 도덕성에 우선하는 경우는, 선거라는 게임에서 차악을 선택할 때에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왕이면 정치력도 있고 깨끗한 정치인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선거판이 항상 그렇지는 않지 않은가. 선거 때만 되만 자신이 더 깨끗하다고 서로 증명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눈에는 모두 도긴개긴이니 나는 차라리 정치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다.

조경일 작가

정치인의 도덕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력이나 정치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후보가 둘 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고, 둘 다 최악이라면 그 중에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 선거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이다. 마음에 드는 깨끗한 후보가 나올 때까지 갈아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후보가 둘 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치력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이익이다. 정치인 개인에게 흠이 조금 있어도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의 도덕성은 충분히 보이지 않게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견제하고 통제할 장치가 부족할 경우 정치를 한 참 후퇴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제도적 보완장치로 줄일 수 있다. 제도개혁을 통해서 말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