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그넷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가수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의 노랫말입니다.

유행가 가사라도 철학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 젊어서 열심히 따라 부른 노래이지요. 인생이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여정(旅程)을 말하는데, 내세를 믿는 종교계에서는 인생은 잠시 살다 가는 나그네라고 보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노릇입니다.

이 인생을 아는 사람이 불보살이고, 모르는 사람이 중생입니다. 우리 인생이 무엇인지 한번 더듬어 보면 어떨까요? 톨스토이의 참회록에는 아주 유명한 다음과 같은 우화가 있습니다. 물론 불경(佛經)에 나오는 예화입니다.

어떤 나그네가 광야를 지나다가 사자가 덤벼들기에 이것을 피하려고 물이 없는 우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우물 속에는 큰 뱀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물 밑바닥에 내려갈 수도 없고, 우물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나그네는 우물 안의 돌 틈에서 자라난 조그만 관목 가지에 매달립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나무를 쳐다보니, 검은 쥐와 흰쥐 두 마리가 나뭇가지를 쏠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두 손은 놓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나그네는 우물 밑에 있는 큰 뱀의 밥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주위를 돌아보니 그 나뭇잎 끝에 흐르고 있는 몇 방울의 꿀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그네는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꿀을 혀로 핥아 먹습니다. 인간이 산다는 것이 꼭 이 모양이지요. 여기 검은 쥐 흰 쥐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우리가 사는 밤과 낮인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인생이란 한 70~80년 밤과 낮, 검은 쥐 흰 쥐가 드나들 듯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리면 마침내 매달렸던 가지는 부러지고 인생은 끝이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기막힌 사연이 인생의 현주소입니다. 톨스토이는 우리 인생을 향해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지금 아주 맛있는 꿀을 드시고 계십니까? 그 꿀은 젊은 날의 향기와 인생의 성공으로 인한 부와 권력 혹은 행복한 가정일 수도 있습니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 번쩍이는 새 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검은 쥐 흰 쥐 그리고 고개를 쳐든 독사를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태어날 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울며 태어나지만, 주변 사람들은 웃으며 축하하고 손뼉을 칩니다. 그러나 인생의 종말인 죽음에서는 두 손을 펴고 빈손으로 가지만, 주변 사람들은 슬퍼하며 애도합니다. 태어날 때는 울고 죽을 때는 웃으면서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인생이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인 것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처럼 인생도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그것이 출생이고 죽음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살고 있는 나그네 인생은 검은 쥐와 흰 쥐가 쏠고 있는 나무 가지가 언젠가 부러지면 종말인 죽음이 있음을 알면서도 현실의 꿀을 위해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사는 것이 원만하고 행복한 나그네 인생일까요? 초년에는 가진 자가 되려는 준비단계로 공부를 합니다. 중년은 직업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며 부를 움켜쥐려고 정열을 불사릅니다. 노년은 가진 것을 베풀면서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라면 아마 훌륭한 일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락(人生樂)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락(人間樂)이요, 또 하나는 천상락(天上樂)입니다. 인간락은 형상 있는 세간의 오욕락(五欲樂 : 財, 色, 名, 利, 安逸) 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처자로나 재산으로나 지위로나 무엇이든지 형상 있는 물건이나 환경에 의하여 나의 만족을 얻는 것이 인간락입니다.

예를 들어 옛날 실달(悉達) 태자가 위는 장차 국왕의 자리에 있고, 몸은 이미 만민의 위에 있어서 이목(耳目)의 좋아하는 바와 심지(心地)의 즐거워하는 바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인간락입니다.

반면에 천상락은 곧 도(道)로써 즐기는 마음락입니다. 다시 말해서 서가모니 부처님이 대원정각(大圓正覺)을 이루신 후, 형상 있는 물건이나 환경을 초월하고 생사고락과 선악 인과에 해탈하시어 당하는 대로 마음이 항상 편안한 것이 천상락이지요.

그러나 인간락은 결국 다할 날이 있습니다. 온 것은 가고 성(盛)한 것은 쇠(衰하며, 난 것은 죽는 것이 천리(天理)의 공도(公道)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천하에 제일가는 부귀공명을 가졌다 할지라도 노 · 병 · 사(老病死)앞에서는 저항할 힘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천상락은 본래 무형한 마음이 들어서 알고 행하는 것이므로 비록 육신이 바뀐다 할지라도 그 낙은 여전히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 천상락을 누릴 수 있다면 원만하고 행복한 나그네 인생이 아닌가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5월 2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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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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