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되기 위해서보다 최적을 위해 노력 투입하는 것이 생산적이며 효과적'

▲ 이인권 뉴스프리존 논설위원장

1990년대 초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세계적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을 다시 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경영학의 교과서’로 불리던 잭 웰치 회장이었다. 그는 세계 1, 2위를 유지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가 내세웠던 참신한 개혁제도들은 경영학의 새로운 개념들이 되었다. SWOT분석, 6시스마, 워크아웃, 타운 미팅, 활력곡선 등등. 기업의 반등에 성공한 GE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21세기 들어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의 족쇄가 돼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젝 웰치의 경영기법이 가 당시의 상황에서는 먹혔지만 그것이 또 다른 ‘무사안일'(complacency)을 가져오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세계 ’최고, 최대‘라는 과거의 가치에 안주해 기업확장에만 몰입한 결과다.

비단 기업에서 뿐만 아니다. 개인의 경쟁력에서도 그렇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외형적 등위에 연연하다 보면 유연성이 결여되고 최고라는 강박관념에 쫒겨 소진감에 휩싸이기 쉽다. 그러면 지속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수가 있다.

물론 경쟁이란 게임은 이기는데 목적이 있다. 당연히 1등을 추구하게 된다. 어느 누가 경쟁이라는 레이스에서 1등을 원치 않겠는가? 모두가 산술적인 개념으로 ‘1등’, ‘최고’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 오로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1등만을 추구하는 것은 냉정히 보면 비효율적이다.

모든 사람이, 모든 조직이 1등이 되자는 목표로 설정되어 쏟아 붓는 재원이나 자원이 얼마나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허비되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라. 결국 1등은 하나밖에 될 수 없는 경쟁에서 말이다. 그리고 설사 1등의 고지를 달성하였다고 해서 그 자리가 영원히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1등은 언젠가 그 자리를 내어 줄 때도 있다. 그것은 스스로 1등을 만들어냈던 열정이나 기력이 소진해서 일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체계, 곧 환경이 변해서일 수도 있다. GE가 21세기 변화된 환경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내실보다는 외형적 경쟁에 치우쳤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이유이던지 간에 영원한 1등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왜 개인이나 조직은 지속적이지도 않고 오직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1등을 향해 매진하는지 모른다. 차라리 그 막연한 1등을 향해 쏟을 노력을 애초부터 좀 더 잘 조준된 목표를 향해 쏟았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좀 더 잘 조준된 목표란 1등이라는 최고의 위치가 아니라 주어진 여건 내에서 나만이 이룩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의미한다. 모든 개인이나 조직은 각자 해 낼 수 있는 역량이나 분량의 크기가 다르다. 그 주어진 역량이나 분량을 뛰어 넘는 목표를 설정하여 그것을 달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산에 가서 고기를 잡으려하는 이치와 같다.

이제는 '최고’가 아니라 ‘최적’이다.

‘최적’이란 목표는 순위와는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최적화를 이룬다는 것은 나만의 능력,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순위를 매길 수가 없다. 개인과 조직이 나름대로 각자의 특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에 적합한 능력을 개발하여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하면 그것이 차별화가 된다. 차별화된 개인이나 조직은 그 자체로서 경쟁력이 되며 경쟁이라는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이유도 없다.

학업에 관심 없는 아이를 공부로 1등을 시켜보겠다고 아무리 채근한들 그것은 헛수고다. 학업에 관심이 없는 만큼 아이가 즐겨 하려고 하는 다른 것에 열중하도록 한다면 그 아이는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탁월함을 나타내 보일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경쟁력이란 ‘최고’가 아니라 ‘최적’이 되는 것‘ 곧 ’Be Optimal, Not Top - BONT‘다. 그것은 1등, 2등, 3등...의 서열이 아니라 무순위가 되는0등이다. 0등만큼 안정적이며 확실한 것은 없다. 그것은 비교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유일한 가치다.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는 1등주의에서 비롯된다. 그 하나밖에 없는 1등을 위해 맹목적으로 뛰고 달리고 야단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1%의 1등외에 99%는 1등이라는 찬란한 월계관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만족하지 못해 또 하나의 1등을 차지하려고 격렬한 투쟁에 나선다.

이제는 모두가 생각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적합하고 적절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나만이 갖는 0순위 경쟁력의 차별성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순위의 관념으로 보아 결코 1등이 아니지만 나만이 지니고 있는 차별화된 능력이다.

블루오션 개념은 바로 자기만의 차별화된 무순위 영역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등수로 결정되는 레드오션의 영역에서는 1등의 가치만이 승자가 되는 냉혹한 세계가 펼쳐진다. 거기에서는 오로지 승자만이 최고가 되는 냉정한 법칙이 작용한다.

그래서 이제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보다 최적이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생산적이며 효과적이다. 순위를 중시하는 레드오션 경쟁에서 하위에 머물러 있으면서 최고를 외치기보다는 블루오션의 최적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결국 BONT는 진정한 승리를 의미한다. 남을 앞서가는 전략이다. 경쟁자를 ‘리드’(LEAD) 곧 ‘이끌어 나가는’ 전술이다. 이 리드라는 말 속에는 BONT의 정신이 함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새로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존 플래러니는 다시 기업을 과감하게 경량화해 회사 가치를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GE를 있게 한 핵심 전구사업까지도 정리할 계획을 밝혔다. 1990년 관료화된 조직을 회생시킨 신화가 다시 도태 직전까지 몰렸다. 등수에 몰입됐던 기업의 미래가 어떤지에 대한 경영학의 사례를 GE가 또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 이인권 논설위원장 / 커리어 컨설턴트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지냈다.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국제이사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긍정으로 성공하라> 등 13권을 저술했으며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수 모범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으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은 예술경영가이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 퍼스널 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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