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 적대적 비난에 익숙…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후반기 원구성 합의 사항, 검찰개혁법으로 신뢰 깨져…회복 선결 과제"

[서울=뉴스프리존] 김정현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26일 퇴임을 앞두고 "이념과 지역, 세대, 성별로 갈라진 '국민 분열'의 적대적 정치를 청산하자"고 촉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우리의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하다.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지 돌아보자.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년 동안 임기를 돌아보며 ▲세종시 국회의사당 설치안 여야 합의 처리 ▲코로나19 민생법안, 추가경정예산안 신속 통과 ▲정부 예산안 2년 연속 법정시한 내 여야 합의 처리 ▲세일즈 외교 ▲국민통합위원회 설치.운영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박 의장은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꼭 필요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장은 "우리 정치의 갈등과 대립의 깊은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갖는 선거제도에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다당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권력을 분산시키고 제도적으로 협치를 하게끔 개혁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도자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협치는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화와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새 헌법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박 의장은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쉬움을 남긴 사례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처리 과정의 여야 간 충돌을 들었다. 

그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안이었다. 양당 의원총회에서 추인도 받았다. 정치권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아주 높은 수준의 합의였다. 국민투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단계의 합의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합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차협의 의회 정치는 설땅이 없다. 의회정치의 모범을 보였으나 일방적으로 뒤집혔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의장 중재에 따른 합의안을 파기한 국민의힘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이다.

그는 "검수완박이란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검찰개혁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합의 파기에 따라 법안 처리를 위한 의사진행 수순을 밟던 자신을 본회의 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막아선 것을 두고 "의장의 회의 진행을 위한 통로를 막는 것은 명백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며 "그리고 나는 의원들과 (신체적으로) 접촉한 것이 없다. 어떻게 의장이 여성 의원들을 발로 차고 즈려밟고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대선에서 0.7%포인트 차이 석패지만 패배는 패배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는 상태에서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이 소홀했다"며 "그러한 자기성찰이 분출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 의장은 '팬덤 정치' 비판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 정치는 자기 편에 의한 정치다. 그것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침묵하는 다수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서로 상대방을 흠집 내고 누가 더 흠이 많은가 비난하는 정치를 한 것을 스스로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21대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난황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후반기 원구성도 합의했던 사항"이라며 "검찰개혁법도 일방에 의해 부정당하면서 여야 간 신뢰가 깨졌다. 깨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선결 과제"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민주당으로 복귀한 뒤 계획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출마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또 국회의장 출신으로서의 행보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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