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광복회장 보궐선거에 나선 ‘장준하 아들’, 시대정신에 맞는 광복회로 개혁하겠다  

김원웅 전 회장 사퇴 후 공석이 된 1년 임기 광복회장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가 오는 31일로 정해진 가운데 장준하 선생 장남 장호권(73) 전 광복회 서울시지부장, (사)장준하기념사업회 회장을 만났다. 

장준하 선생 장남 장호권(73)

본인의 이름 장호권보다 ‘장준하의 아들’로 먼저 불리는 장 회장은 한동안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지만, 김원웅 광복회장 취임 후 김 회장을 상대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인사 전횡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다가 광복회 서울시지부장에서 면직된 이후 광복회를 상대로 법원에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지난달 24일 승소했다. 

이후 장 회장은 12일 제22대 광복회장 후보 출마 소견서를 통해 “전임 회장의 잘못된 운영으로 우리 광복회의 권위와 위상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이대로 주저앉아 정체성을 상실하여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하고 말 위기에 봉착해 있다”면서 “‘광복회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회장 후보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서울지부장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당면한 문제 해결에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 유족으로 광복회에 몸담았었는데, 광복회가 이렇게 되기까지 일말의 책임감도 느낀다"며 "광복회는 과오를 청산하고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은 독립운동가 고(故) 장준하(1915∼1975) 선생의 장남이다. 광복군과 임시정부에서 활약했던 장준하는 1953년 월간 '사상계'를 창간한 이후 유신헌법 반대운동을 전개하는 등 박정희 독재에 맞섰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인사로 활동하다 1975년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후 부친의 의문사를 규명하던 중 신변의 위협을 느낀 장 회장은 해외로 피신, 오랜 해외생활 끝에 2003년에 귀국,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사상계 복간에 매진하는 등 언론 출판활동을 해왔다.  

본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한 장 회장과 여의도 광복회 사무실 근처에서 출마입장과 광복회 개혁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광복회 보궐선거 출마 각오와 포부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 대한민국 건립의 초석이고, 순국선열과 독립유공자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광복회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광복회는 지난 57년 동안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하고,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앞장서야 하는 시대적 사명과 함께, 회원의 복지증진과 상부상조로 자활 능력을 키우는데 매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운영으로 광복회의 권위와 위상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대로 주저앉아 정체성을 상실하여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하고 말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광복회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회장 후보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서울지부장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임기 내에 반드시 광복회 운영의 정상화와 선진화를 이루어 내려고 합니다.

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의 통일에 대한 메시지가 심금을 울렸다.
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광복회 전 서울시지부장이 31일 광복회 보궐선거에 나섰다. 

-. 해임무효소송 승소 이후 서울특별시지부장에 복귀하지 않으셨는데요, 이후 어떤 계기로 광복회장 출마 결심을 굳히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서울시지부장에서 해임된 이유는 정치적 중립과 이권개입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광복회 이름으로서 너무 과도하게 편향된 정치적 행보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과 광복회 이름으로 사람들의 불필요한 눈총을 받는 이권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었는데, 김원웅 회장과의 이견충돌로 해임되었습니다. 일방적인 해임이라 소송을 통해 승소했으나 내가 옳았다는 것만 알렸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해 서울시지부장에 복귀하지 않고 그렇게 끝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해임된 사유와 동일한 우려대로 광복회가 엄청난 세간의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되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서 광복회에 개입했던 중요한 직책을 가지고 있던 사람으로서 관망하기만은 힘들었고 일말의 책임감도 가지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뜻을 같이하는 지회장님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어 출마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 회장님께서는 누구보다 친일잔재와 적폐 청산의 필요성을 절실히 외쳐오셨고, 김원웅 전 회장 임기 초반에도 많은 기대감을 보이셨습니다. 그렇기에 김원웅 전 회장 관련 사태와 해임무효소송을 거치면서 더 크게 실망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전임 광복회 서울시지부장으로서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전 회장과 이견을 보였던 정치적 중립과 적폐청산에 대해 얘기하자면 너무 과도하게 편향된 정치적 행보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과 이 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적폐인 것인데  광복회 내에서도 적폐는 청산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회의 적폐라는 것은 친일 왜곡 역사와 연결되어있는데, 광복회는 민족의식을 갖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광복회는 그 중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친일청산 하는 과정에서 일본과의 국제적 관계라든가 역사적 배경을 보면서 과정이라는 것이 미래를 지향하며 해나가야 하는 것인데, 단적으로 토착왜구, 이런 식의 일방적인 적대로 원수와 전쟁하자는 식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친일잔재와 적폐청산은 같이 가야한다고 내 의견은 그런 것이었는데 방향에서도 전 회장과 이견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서울시지부장에서 해임된 이후, 지난 2월 본인의 회고록 『민족·국가와 나』의 발간과 3월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4월 24일 해임무효 소송에서 승소하기까지 우리 광복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지켜봤습니다. 국내외에서 거룩하게 희생한 수많은 열사와 지사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이상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다짐을 했습니다. 오로지 순국선열의 숭고한 유지를 현창(顯彰)하고 완전한 광복을 도모하려는 염원을 한 덩어리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식민사관과 사대주의, 민족주의, 주체사관으로 분열하고 있고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국가 정체성, 대북관과 통일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힘이 없어 국권을 상실하고 분단된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광복회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적절한 견제 및 감사 시스템 등 민주적 통제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떤 대안을 갖고 계신지요.

⇒ 수익사업 및 재무 상태를 투명화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수익금은 모두 회원 복지증진에 사용하도록 하고, 광복회 설립 근거 및 정관개정·보완을 통해 조직 개편을 이루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개혁방안과 국가와 조직·회원의 동반성장을 위한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법령과 규정 개정을 통한 조직의 선진화 등을 실천해 독립유공자 단체의 대표기관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쌓인 적폐를 깨끗이 청산하도록 하겠습니다. 국가 발전과 민족통일을 위한 역사교육과 장학사업, 선양사업, 정관에 규정한 수익사업을 강화하여 회원 복지를 넓혀 가되, 광복회 명의의 이권개입은 일절 금지하겠습니다. 광복회관 소유권 또는 운영권 확보를 통한 광복회 재정의 독립화 실현을 통해 특정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아니라 ‘광복회’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조직으로 재정비하여 일부 회원들이 광복회를 전횡하여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움츠러든 광복회의 활성화를 위해 회원 가입 및 대의원 선출 방법을 개선하는 등 광복회 운영의 정상화와 민주화를 위한 시스템을 좀 더 체계화하고,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가려고 합니다.

-. 장준하기념사업회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 장준하기념사업회는 1999년 6월에 장준하 선생과 함께했던 후학 수십명이 모여 장준하선생의 민족혼, 민주혼, 자유혼의 정신과 그의 헌신적 삶을 기리며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통일과 바람직한 민족공동체 문화형성에 기여하고자 설립했습니다. 초대 회장에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선출되었고 이부영, 임현진, 유광언 선생들이 이후로 회장직을 맡아 이끌어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동안의 으뜸 사업은 장준하선생이 끌려간 일본군부대를 탈출하여 중경 대한민국임시정부까지 달려갔던 중국대륙 고난의 길을 탐방하는 ‘아! 장준하 구국장정 6천리’행사입니다. ‘구국장정 6천리’에 참가한 청년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청년등불’을 만들어 장준하선생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기일인 8월17일에는 추모식을 개최하고 있고, 30주기에는 백범기념관에서 ‘동북아 질서의 재편과 한민족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움을 열었습니다. 특히 <사상계>복간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청원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습니다. 현재 파주 통일동산에 ‘장준하 평화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장준하선생의 민족, 민주, 자유의 정신을 본받아 ‘돌베개’ 정신을 잇고자 강연, 대담, 공연, 역사문화탐방 등을 기획하고 실행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선거에 앞서 국민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광복회는 순국선열 및 독립유공자의 뜻을 받들어 민족정기를 선양하고 국가발전과 민족통일에 이바지하며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국민정신으로 승화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우리 광복회가 국민들에게 정신적 구심점이자 나라의 중심적 단체가 되어야 하는데 잘못된 운영으로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광복회가 지향해야 할 발전적 미래와 사명을 ‘국가유공자 단체의 대표기관’과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 실현’에 두고, 광복회 운영의 정상화와 중장기 발전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겠습니다. 겸허한 자세와 열린 마음, 열정과 봉사하는 자세로 광복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립군 후손으로서 옳고 바르게 살며 존경받는 광복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번 광복회 보궐선거에는 장 회장 외에 김구 선생의 장손인 김진 대의원이 출마, 광복회 주변에서는 2파전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원웅 전 회장 사퇴에 앞장섰던 김 대의원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일 선전포고 80주년 기념식에서 김구 선생이 발표한 대일선전(對日宣戰) 성명서를 낭독하는 등 광복회 안팎에서 위상을 다져왔다. 

김진 대의원은 백범 김구 선생의 후광으로 독립운동 후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고,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친밀한 관계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와도 우호적인 관계이다. 광복회 보궐선거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31일 선거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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