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아트갤러리 ,7월31일까지 ‘달, 맞이’개관기획전
고영훈 권유미 권혁 김덕용 김용진 석철주
양성훈 이용순 이이남 최영욱 등 10인참여

[서울 =뉴스프리존] 편왼식 미술전문기자=평택의 mM아트센터가 부산에 호텔(브로시스) 한층을 전시공간으로 꾸며 mM아트갤러리를 개관했다. 5월 31일부터 7월 31일까지 열리는 개관전 ‘달, 맞이’전엔 고영훈 권유미 권혁 김덕용 김용진 석철주 양성훈 이용순 이이남 최영욱 등 한국 달항아리 작품계의 대표작가 10인이 나름의 방식으로 구현한 각자의 달항아리를 보여준다. 과거의 달항아리를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한 달항아리 도자기부터 나무결에 새겨진 달항아리, 다양한 회화뿐만 아니라 디지털적으로 변모된 달항아리까지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통해 새롭게 조형된 달항아리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110여 평의 넓은 전시공간은 각각의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꾸며졌다. 관람객은 그 속에서 각자의 달맞이를 해 볼 수 있다.

전시의 포커스는 현대작가들에게 달항아리의 조형성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가 뭔가에 대한 질문이다. 수화 김환기 화백은 굽과 입이 좁은 풍만한 백자 항아리가 달빛이 비추니 또 하나의 달이 됐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자연스레 항아리에 달이 붙어 달항아리가 됐다. 감성적 예술적 대상으로 전이 된 것이다.

휘영청 달 밝은 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밝음과 그 원만함에 빠져들게 만든다. 일찍부터 달은 광명이요 원융(圓融)의 상징이었다. 희뿌옇고 어슴푸레한 달빛은 포용적이다. 인간의 모든 감성을 감싸 안았다. 시적 소재로 모성(어머니,여인), 연인, 님, 그리움, 애달픔, 풍요, 둥그란 미소 등 각양의 정서를 담아내 왔다. 달빛에서 우리가 푸근함과 은근함을 느끼는 이유다.

달빛은 햇빛과 달리 사물들을 서로 확연하게 개별화하거나 구분하기보다는 서로 어울리게 하고 녹아들게 한다. 달빛은 구별하는 빛이 아니라 융합하는 빛이다. 달빛은 어둠을 몰아내지 않고, 어둠의 일부를 밝히면서 어둠과 함께 공존한다. 달빛이 신비주의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유다. 무엇이든지 떠올릴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중간지대(자유지대)다. 자연스레 소원을 빌고 꿈을 꿀 수 있게 해준다.

달처럼 풍만한 달항아리는 우리의 모든 감성을 담아내고 풀어내게 해준다. 현대미술 작가들에게도 달항아리가 매력적인 소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를 다양하게 조형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전시에서는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고영훈은 200여 년의 시간을 견뎌온 달항아리, 즉 '시간을 삼킨' 달항아리를 캔버스 위에 재현한다. 그 긴 시간을 빨아들인 항아리가 단순한 물체라기 보다는 스스로가 영물이 되어 비물질화 되어가는 모습을 페인팅을 통해 표현해낸다.

권유미는 달항아리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달항아리로 드러낸다. 달항아리에 대한 경탄, 기쁨, 환희, 쓸쓸함 등의 감정을 자개나 금박 등 다양한 미디움이나 색채로 상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권혁은 달항아리에 색을 입혔다. 항아리 자체보다는 항아리가 놓여있는 배경과 공간을 색채로 물들였다. 달항아리의 형태적 특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도자기를 실제로 제작하듯이 평면을 조성한다.

김덕용은 나뭇결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 위에 달항아리를 새겨 놓았다. 도자기라는 물성 속에 녹아있는 시간과 감정을 나무의 결 속으로 파서 심었다.

김용진의 달항아리는 점이 빚어내는 시뮬라크르다. 철심이 촘촘히 박힌 캔버스 위에 달항아리가 얼굴을 내밀듯이 떠 있다. 철심이 점이 되고 선이 되며, 면이 되어 마침내 입체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석철주의 달항아리는 그 자체라기보다는 항아리의 몽환적 환상성이다.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황홀하게 보던 달항아리를 깨어나서 재현하였다.

양성훈의 달항아리는 달항아리의 표면에 새겨진 흔적과 얼룩을 개인의 기억을 드러내는 매체로 다루고 있다.

이용순의 달항아리는 몸체에 비해 밑굽이 좁은데도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다. 몸통과 굽 사이의 직선으로 인식되는 선으로 되레 수평선 위에 둥실 떠 있는 달을 연상시킨다.

이이남의 디지털 화면에서 바로 빠져나온 듯한 매우 가상적인고 비실재적인 달항아리는 마치 꿈에서 꿈꾸는 달항아리 같은, 몽환적인 어디에도 없을 작가만의 달항아리를 보여준다. 달항아리 배경 공간은 작가의 DNA서 추출한 염기서열 이미지다. 달항아리가 작가의 자화상이 된 셈이다.

최영욱은 달항아리 표면에 갈라진 미세한 틈인 ‘빙렬(氷裂)’에 강렬한 의미를 부여한다. 실타래처럼 엮인 사람들의 인연과 관계 속에서 윤회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은유를 달항아리 표면을 통하여 보여준다.

mM아트갤러리 안혜진 관장은 “이번 전시가 서부산 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으면 한다”며 “달항아리가 예술적 열린 감성과 가치를 담은 신비로운 그릇인 것처럼 mM아트갤러리공간이 앞으로 부산 미술계의 무한한 잠재력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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