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칼럼] 실수와 부적절 행위의 연속, 진보정권이었으면 보수언론 가만있었겠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을 앞두고 있다. 검사복을 벗고 대선에 뛰어들었을 때, 국정 운영 경험이 전무한 정치 신인 윤석열의 역량을 두고 많은 이가 의구심을 품어왔다. 현재 시점에서 이 의구심은 속단에 불과할까? 아니면 의구심을 넘어 그의 역량을 불신하게 만드는 과정을 목도하고 있는 것일까? ‘일 잘하는 정부’를 표방하며 능력을 중시한 윤 대통령의 지난 한 달간의 행보를 최근부터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김건희 여사 팬클럽에  공개된 사진
김건희 여사 팬클럽에 공개된 사진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 용산 대통령 청사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외부에 공개되었다. 아무리 대통령 내외의 휴일 사생활 사진이라고 할지라도, 보안 시설인 대통령실 내부가 찍혔기에 대통령실의 공식 창구인 대변인실로부터 나와야 한다. 허가받지 못한 사진 촬영은 불가한데다 대통령실 내부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만 촬영할 수 있고, 외부 공개 전에는 대변인실 검증까지 거친다. 그러나 김 여사 팬클럽에 사진이 공개된 점은 대통령실에서 보안이나 계통을 가벼운 것으로 치부해버리며 공적 영역의 경각심이 매우 부족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찍은 카메라는 김 여사의 것이고, 사진들이 팬클럽에 전달된 통로도 김 여사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윤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얼마 전까지 조용히 내조를 하겠다고 말하던 김 여사가 직접 개인 팬클럽에 사진을 전달한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대통령 부인이라는 공적 위치에서 보여야 할 최소한의 격은 고사하고 앞으로 대대적인 대외 활동에서 영향을 미칠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가? 이 문제로 인해 김 여사를 보좌할 기구나 직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직제 폐지가 무색하게도 말이다.

그리고 최근 대통령 집무실 주변 경비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101경비단에서 실탄 6발을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경비단 소속 경찰관의 근무 교대 과정에서 실탄 6발이 분실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사고 발생 후 2주 일이 넘도록 탄환을 찾지 못했다. 군대에서 실탄 분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그 실탄을 찾을 때까지 수색 및 전수 조사한다. 그만큼 실탄 분실은 심각한 문제임에도, 대통령 집무실 경비단에서는 사고가 벌어진 후 수습조차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나? 이는 단지 경비대의 문제일뿐 아니라 대통령의 신변안위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안보 위기라고도 볼 수 있는 문제이다.

실탄 분실 말고도 안보 위기를 우려하게 만드는 상황이 또 있었다. 5월 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소집되지 않고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보실 점검회의만 열렸었다. 바로 다음 날인13일에는 윤 대통령의 거처인 아크로비스타 인근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이 공격할 조짐이 보이면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등 미사일을 쏘는 북한을 향해 '도발'이라는 말도 못하는 벙어리 민주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소리높여 외쳐 왔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안보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지 않은가? 안보 없으면 경제도, 사회도 없다며 그토록 안보를 중요시하는 윤 대통령이 안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이처럼 안보에 대한 윤 대통령의 표리부동이 심각한 안보 위기를 불러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인 듯하다.

미국 국가 연주에 경례하는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가 연주에 경례하는 윤석열 대통령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만찬 당시 윤 대통령이 미국 국가 연주 중 가슴에 손을 얹는 의례를 표했다. 대통령실은 상대국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며 에둘렀지만, 영미권에서 이 동작은 자기 소속에 대한 충성의 표시이다. 이에 대해 상대국 존중 차원이었다고 무작정 변명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솔직하게 실수라 인정하고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앞서 살펴본 사안들은,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고난이도 직무수행을 위해 정무적 능력을 발휘해야할 사안이었다기보다는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지니고 기본에 충실하면 되는 일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제 막 국정 운영에 뛰어들며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치부하며 눈감아 줄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만약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진보 정권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나는 언론이나 여론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똑같이 보이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실례로, 문재인 前 대통령 사저 앞에서 그를 간첩으로 규정하고 연일 시위하는 보수단체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결국 윤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보수 스스로 침묵하면서, ‘보수’ 대통령이 나라만 잘 이끌어가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닌가? 나라의 안정보다는 이념 그 자체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수구적 가치를 지닌 보수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 비약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윤 대통령이 이러한 보수의 이면에 편승하여 자신의 문제를 덮어버리고 책임을 면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간과하거나 좌시할 계제가 아님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또한 보수를 표방하지만, 그 자체가 수구보수인 그 정체성의 한계라 생각한다. 앞으로 5년이 별 문제 없이 지나가길 소망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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