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즘

'에이지즘(ageism)'이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1969년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로버트 버틀러’가 처음 사용한 말입니다. 나이를 이유로 개인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배제하는 사회적 집단 사고와 행위, 즉 ‘연령 차별주의’를 ‘에이지즘’이라 합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에이지즘을 ‘나이를 이유로 행해지는 선입견이나 편견, 차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인들의 건강에 해로운 음험한 사회적 관행’이라고 비판했지요. 에이지즘은 남녀 차별이나 인종 차별보다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은 다른 모든 이들처럼 개별 성과 차별 성을 갖습니다. 그러함에도 사회는 모든 노인을 하나의 계층으로 인식해, 부당하게 싸잡아 취급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니까 일자리를 구할 때나 임금을 책정할 때, 나이를 이유로 노인의 선택권을 박탈하거나 부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이 80이 훨씬 넘으니 영락없는 노인의 모습입니다. 머리는 빡빡 밀어 민 대머리이고, 다리가 아파 지팡이를 짚어야 하며, 옷은 사시사철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닙니다. 그래서 잘 다니지 못하고 ‘방콕’을 하는 처지라 어디 가서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노인의 외모만 보고 차별하는 경우가 아주 심한가 봅니다. 어느 고위직을 지내신 노인 한 분이, 동네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사려고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가게 주인이 “영감님! ‘박스’ 없으니까 다음에 오세요.’라고 합니다.

그 상점 주인은 가게에서 버리는 박스를 얻으려고 온 불쌍한 노인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늙으면 그렇게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늙으면 누구나 초라하게 보여지고, 사람들이 싫어하기에 십상입니다.

옛날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발모랄성’에서 살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여왕은 종종 평복을 입고 거리를 걷는 것을 즐겼습니다. 하루는 여왕이 믿음직한 하인 한 명 만을 데리고 성을 빠져나왔습니다. 여왕은 길을 따라가다가 한 떼의 양 무리를 몰고 있는 소년을 보았습니다.

그 소년은 그녀가 양 떼의 움직임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고는 다음과 같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지저분한 할망구, 저리 비켜요. 비켜!” 그런데 빅토리아 여왕은 그 말을 듣고도 그 소년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그때 여왕을 수행하던 하인이 그 소년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빅토리아 여왕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 소년은 매우 당황했습니다. “정말이에요? 그러면 여왕같이 옷을 입었어야 하잖아요.”

어떻습니까? 아마 옷이 날개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여왕도 여왕 답게 입지 않으면, 사람 취급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럼 우리가 치사한 ‘에이지즘’에서 벗어나려면 어찌하면 좋을까요?

첫째,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재산을 모으거나, 지위를 얻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황혼의 인생은 이제 그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둘째, ​권위를 먼저 버리는 것입니다.

노력해서 나이 먹은 것이 아니라면, 나이 먹은 것을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나이 듦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조그만 동정일 뿐입니다.

셋째,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푸는 것입니다.

살면서 쌓아온 미움과 서운한 감정을 털어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베풀고, 조금은 바보처럼 살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넷째, 항상 청결과 단정해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추한 꼴 안 보이려는 것이, 인간의 자존심입니다. 좋은 옷이 아니더라도 깨끗하게 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깎으며, 냄새도 없이 해야지요.

다섯째, 신변을 정리해야 합니다.

나 죽은 다음에 자식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사고방식은 무책임한 것입니다.

여섯째, 시간을 아껴야 합니다.

노인의 시간은 금 쪽 같이 귀합니다. 삶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부지런히 이 생에서 못다 한 일을 남김없이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일곱째,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익혀야 합니다.

새로운 기계의 사용 방법을 익히기가 어렵습니다. 새로운 기계 사용을 포기하기보다는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내 생을 위한 준비이지요.

여덟째, 입 냄새, 몸 냄새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노인이 되면, 노인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항상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아홉째, 자신의 물건, 재산 등은 깔끔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일기나 사진 등, 자식들이 꼭 남겨 달라고 하지 않은 것들은 미리 처리하고, 죽음을 맞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습니까? 최소한 이 아홉 가지만 정리, 정돈하고 다니면, 최소한 언제 어디서나 ‘에이지즘’을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노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6월 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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