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칠레전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 난맥상 여전히 드러나

벤투호가 6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미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사실 벤투호에게 칠레전은 그 어느 경기보다 남다른 의미가 부여된 경기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2일 브라질에 당한 참사(1-5 패)로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에 벤투호는 경기 시작과 함께 적극적인 공격축구로 칠레를 압박한 끝에, 전반 12분 황희찬(26.울버 햄튼)이 경기 균형을 깨는 통쾌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 사냥에 성공,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황희찬의 득점으로 경기 분위기를 가져온 벤투호는 전방 압박과 중원에 첫 선발 기용된, 새내기 정우영(23.프라이브르크)이 구사하는 질 높은 패스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벤투호의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떠 올랐다. 하지만 정우영과 함께 중원을 책임진 황인범(26.FC)과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33.알 사드)의 경기력 저하로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추구하는 후방 빌드업에 의한 점유율 축구 구현은 여전히 그 난맥상을 드러냈다. 

결국 이로 인하여 칠레에게 위협적이었던 공격은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수차례 실점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 같은 상황에 포백 수비라인 개인 수비 능력까지 취약성을 드러내 경기 흐름은 벤투호 의도와는 다르게 전개됐다. 결국 이로 인하여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나상호(26.FC 서울)와 황희찬 플레이까지 영향을 미치며, 후반 종료 직전까지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현재 벤투호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 결정력이 손꼽히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은 바로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황의조(30.지롱댕 보르도) 득점 등식이 성립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상대의 전술, 전략적 대응, 대처 방안의 용이성을 제공,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벤투호에게 공격 전술의 다양성은 물론 공격 플랜 B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한편으로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앞두고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칠레전에 벤투 감독은 붙박이 스트라이커 황의조를 과감히 제외하고,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변칙 전술, 전략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은 전반 12분 황희찬,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남미 강호 칠레를 무너뜨리고 6월 A매치 두 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사진=대한축협회
한국은 전반 12분 황희찬,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남미 강호 칠레를 무너뜨리고 6월 A매치 두 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사진=대한축협회

이 카드는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센추리 클럽' 가입을 자축하는 환상적인 프리킥 추가골을 터뜨려 긍정적이지만 그러나 이의 효과성 유무는 현재로서는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남는다. 경기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때문에 칠레전 경기 결과물로서는 브라질전 참패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만족스러운 승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칠레전 또한 밴투호의 트레이드 마크인 후방 빌드업이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한 상태에서, 점유율 또한 한때 칠레에게 넘겨줬다는 사실은 벤투호에게는 비난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벤투호는 전술, 전략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난맥상을 개선, 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지도자가 팀 지휘봉을 잡고 자신의 축구철학 구현에 필요한 기간은 약 3년으로 간주된다. 이런 사실을 직시할 때 벤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4년(2018년 8월) 임에도 불구하고,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부각되며 비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현실은 한국 축구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단언컨대 칠레는 급조된 1.5~2진급 선수로 팀을 꾸려 벤투호를 상대했다. 따라서 이를 외면한 채 승리에만 도취되고 자위한다면 이는 실로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으며, 한편으로 한국 축구는 카타르 FIFA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을 상대해서 자력 16강 진출을 성취할 수 없게 될는지도 모른다. 이에 벤투 감독이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일희일비'하며 말을 앞세우는 축구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 축구에 거스 히딩크(76.네덜란드) 감독과 같은 명장으로 남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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