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가진 여백, 두터운 마티에르로 사의(寫意) 구현
21~26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초대전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색채와 물성으로 시각적 유희를 즐기는 박소정 작가는 분채물감과 아크릴 반죽에 몰딩 페이스트(molding paste) 등을 더해 양감을 내고 나이프와 헤라, 롤러 스퀴지 등 화구 대신 공구를 이용해 형상을 조형화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재료의 물성이 주는 고유한 성질을 이용해 비정형적 마티에르를 최대한 살리는 미의식을 보여준다. 21~26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는 박소정 초대전은 이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그의 입체감 있는 부조회화는 색과 선, 명암과 기하학적 형태로 화면을 구성하거나 몸짓을 이용해 그려낸다. 오랜 시간 동양화론을 연구해 온 작가의 회화 정신은 여백의 가치에 대한 깊은 사고와 다양한 재료분석에서 비롯된다. 특히 여백에 대한 깊은 사색은 그의 예술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동양화의 중요한 조형 요소인 여백을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는 시각적 절대미로 환치시키고 있다. 동양화의 서구적 재해석이라 하겠다. 자기 경험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풍경을 동양화의 사의(寫意: 외형보다는 내재적인 정신이나 생각을 그림에 표현하는 화법)로 표현함으로써 자신만의 정체성을 정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백은 서양화에서 말하는 배경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동양적 여백의 미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추상표현주의 작가 샘 프란시스(Sam Francis, 1923-1994)는 “나의 그림들은 항상 여백의 공간을 갖는다. 그것은 마치 복도와도 같고 거울(반사경)과도 같다. 이 공백은 그려지지 않은 배경이 아니라 그림의 일부분이며, 작가는 화면의 한구석만을 채움으로써 그림 전체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생전에 말한적이 있다.

단색의 파스텔톤이 주조를 이루는 박소정의 작품들은 절제된 색채가 주는 인상적 이미지를 표출해 내고 있다. 마티에르와 단색조가 자아내는 함축적 긴장감이 강한 인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색을 가진 여백, 사유의 공간을 창출하고 있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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