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제품 복용 후 급성간염...아들 간 이식수술 후 치매증상까지
제조사 및 판매사 보험사 및 변호사 위임 후 1년 넘게 손해배상 '뒷짐'
대법원은 "소비자 보호의무 위반, 판매자도 손해배상책임"판결

[경남=뉴스프리존]박유제 기자=다이어트 보조제를 섭취한 뒤 심각한 부작용으로 아들의 간을 이식받고도 이식수술 후유증으로 치매까지 앓게 된 중년 여성에 대해 건강보조식품 제조사나 판매사 모두 손해배상에는 '뒷짐'만 지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최근 판매사도 건강보조식품 후유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지만, 판매사 측은 변호사를 중재인으로 내세운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후의 피해자 김진해 씨. 치매증상에 병원 측이 손을 결박한 상태다. 현재는 퇴원 후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뉴스프리존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후의 피해자 김진해 씨. 치매증상에 병원 측이 손을 결박한 상태다. 현재는 퇴원 후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뉴스프리존

택시운전을 하던 남편과 김밥집을 운영하던 김진해 씨(50)는 F사가 판매하던 다이어트 보조제 ㅂ제품 150만원어치 6개월분을 구입, 3개월 간 복용하다 부작용을 느껴 F사에 후유증을 호소하며 반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F사는 반품을 거부하며 "제품이 인체에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증상이니 계속 복용해도 괜찮다"고 답변했다.

제조사 설명대로 김 씨는 제품을 계속 복용했고, 결국 복용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화불량과 황달증세 등을 호소하다가 한 대학병원에서 급성간염을 동반한 독성 간질환 판정을 받았다.

이 대학병원에서는 간질환 뿐만 아니라 '합병증이 없는 기타 명시된 당뇨병, 식도염을 동반한 위-식도 역류질환, 혼수를 동반한 상세불명의 간부전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간 기능이 완전히 상실돼 이식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아들이 간을 흔쾌히 제공하겠다고 나서 간 이식 수술이 이뤄졌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뇌 손상까지 찾아왔다. <뉴스프리존 2021년 12월 6일, 9일자 보도. '다이어트 보조제 복용한 40대 여성의 비극'①②>

1년 전의 건강검진에서는 간을 비롯해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던 김 씨는 결국 다이어트 보조제 ㅂ제품을 복용한 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됐다.

그 동안 김 씨가 운영해 오던 김밥집은 문을 닫았고, 남편은 아내 병간호를 위해 택시운전을 그만두면서 가정경제까지 파탄날 지경에 이르렀다.

P사 측 변호사가 뉴스프리존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답변 뉴스프리존
F사가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제품홍보 문구 ⓒP사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ㅂ제품 제조사나 판매사 모두 1년 넘게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미루고 있다. 김진해 씨에 대한 병원 진단서 등은 ㅂ제품을 복용한 뒤 발생한 부작용으로 시작됐고, 김 씨의 가정이 사실상 풍비박산이 날 정도라는 점을 직접 확인하고도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ㅂ제품 제조사나 판매사는 피해보상 의무가 없어서일까. 우선 김 씨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의 진료소견서에도 다이어트 제품을 복용한 후유증이 명시돼 있다.

또 김 씨의 남편이 ㅂ제품의 성분과 부작용을 확인해 달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한 결과에서도 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제품에 경고문을 삽입하라는 행정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뉴스프리존>의 두 차례 보도와 식약처 판단이 잇따르자 이 제품을 만든 H사는 보험처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위임한 지 1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19일 현재까지 배상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보험회사가 지불할 손해배상 한도액도 1억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판매사인 F사 측은 피해자 측과 합의를 보겠다며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변호사가 한 두 차례 전화를 한 것을 제외하고 피해자 가족을 직접 방문하거나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담당 변호사는 <뉴스프리존>과의 전화통화 및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피해자 측과 합의를 보기 위해 중재에 나선 상태지만,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피해보상 계획과 관련해서도 '협상에 임할 준비만 할 뿐 따로 계획한 것은 없으며, 구체적인 제안이 공식적으로 계산된 것도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P사 측 변호사가 뉴스프리존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답변 뉴스프리존
F사 측 변호사가 뉴스프리존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답변 ⓒ뉴스프리존

이런 가운데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지난달 17일 건강보조식품업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제조사는 물론 판매사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학지식이 없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자가 난치병이나 만성 지병을 앓고 있는 고객에게 건강보조식품의 치료 효과를 맹신해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 형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거나 고객의 상황에 비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조언을 지속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자에게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김진해 씨의 경우 ㅂ제품을 복용하기 불과 몇 개월 전의 종합건강검진 결과 난치병이나 만성 지병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씨에 대해서는 제조사보다 판매사 책임이 더 크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김 씨가 복용한 ㅂ제품은 제조사가 상품을 만들어 판매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가 아니라, 판매사가 제조사에 제품 생산을 의뢰한 뒤 제조사가 납품하면 판매사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주문자 생산 방식(OEM)이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피해자 김진해 씨를 사실상의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그의 아들이 간을 이식해줘야 함은 물론, 가장까지 일자리를 잃게 만든 문제의 ㅂ제품은 여전히 F사의 홈페이지와 인터넷쇼핑몰, 그리고 SNS를 통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F사 대표와 변호사는 <뉴스프리존> 취재가 다시 본격화되자 빠른 시일 안에 피해자 가족을 만나 피해보상을 적극 협의하겠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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