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재용 부회장(뉴스영상 캡처: SBS)

[뉴스프리존=김현태,이천호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5일 오후 2시 열린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다.

핵심 쟁점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포괄적인 묵시적 청탁을 항소심 재판부가 어떻게 결론 내릴지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편의를 받는 대신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훈련비용을 대준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명시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것은 없다고 봤다. 1심에서부터 정씨 지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측이 치열하게 공방해온 만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포괄적인 묵시적 청탁을 인정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의 핵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할지 이다. 삼성측은 정씨 지원이 공익적 목적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66)으로부터 강요를 받아 진행됐으며,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던데다가 대가에 대한 명시적 합의도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거의 몰랐다는 게 삼성측 논리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이재용 부회장에게 인위적 승계작업이 필요했는지와 삼성이 뇌물로 정유라에게 말을 사 줬는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에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를 지원한다는 합의서가 존재하는지 않는다. 항소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 독대, 이른바 ‘0차독대’가 쟁점이 됐다.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4년 하반기 청와대 안가 독대 때 자신이 이 부회장을 안내했다고 진술하면서부터다.

1심 판결에서는 2014년 9월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2015년 7월25일과 2016년 2월15일 청와대 안가 등 총 3차례 독대만 인정됐다. 삼성측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독대가 5분여에 불과해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며 뇌물을 논의할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는데 안 전 비서관 진술이 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2014년 9월12일 독대 때 뇌물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특검이 두 차례에 걸쳐 삼성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압수 수색했지만, 승계작업과 관련한 문건은 나오지 않는다. 정유라 말 소유권도 삼성에 있다는 다수의 문건이 나왔고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도 녹음 같은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 하지만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3차례 만난 것 외에 한 차례 더 독대했다는 안봉근 전 비서관의 진술을 토대로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삼성측은 1심 재판부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증언을 신빙성 있다고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고 보고 항소심에서 이들의 증언을 탄핵하는 데 공력을 쏟았다. 김 전 차관과 박 전 전무는 삼성이 최순실씨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적극적으로 지원을 상의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삼성측은 “이 부회장이 아니라 김 전 차관과 박 전 전무가 국정농단의 큰 축”이라며 이들이 증언을 꾸며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이들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전격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1심 판결 때 신빙성이 없다며 배척된 것은 삼성측 관계자들이었다. 김 전 차관과 박 전 전무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 반면, 삼성측 관계자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뒤바꿨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안종범 전 수석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른바 0차 독대가 존재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이 같은 정황 증거를 제시하며 승계의 대가로 포괄적 뇌물을 제공한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0차 독대를 기억 못 한다면 자신이 치매라며 강하게 부인했고 박 전 대통령도 3차례 독대만 인정하고 있다.

▶ 더욱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리더로 인정받는 일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석 달간 17차례의 항소심 공판에서 특검과 이재용 부회장 측은 서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1심 재판부는 당초 승마지원 용역계약에 적시된 213억원이 아니라 실제 지원이 이뤄졌던 72억원만 뇌물액수로 인정했다. 최씨와 삼성 사이에 213억원을 지원하겠다는 확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뇌물약속’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특검은 엄연히 용역계약서에 213억원이 명시돼있는 만큼 삼성이 줄 것을 약속한 게 맞고 그 자체로 범죄라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가 아예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도 항소심에서 어떻게 판단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승마 훈련비용과 재단 출연금을 뇌물 인정에 있어서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대가관계에 있었던 만큼 재단 출연금도 뇌물로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특검은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던 재단 출연금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 들어 단순뇌물죄를 추가 적용해 뇌물로 인정될지 주목된다.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하는 제3자뇌물죄와 달리 단순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없어도 공무원인 뇌물수수자가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으면 성립한다.

이른바 세기의 재판이라는 관심 속에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에 의하더라도 2015년 7월말에는 정씨 지원이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이고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 공여와 같다는 것을 삼성측이 확정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증여 의사가 없었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높아 이 부회장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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