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배현진의 '의도된 도발' 참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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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배현진의 '의도된 도발' 참았어야 했다
  • 공희준
  • 승인 2022.06.2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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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준 칼럼] 윤석열과 ‘열린우리당’의 유혹 ①, 친윤신당 가동중

한국정치의 전통적인 3대 유혹

대한민국 제도정치권에는 세 가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첫째는 출마의 유혹이다. 각자의 고유한 전공과 분야에서 화려한 명성과 빛나는 업적을 쌓아온 인사들이 선거 때만 되면 불나방처럼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정치판으로 몰려들기 일쑤였다. 어제 별세한 조순 전 서울시장도, 성남 분당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세번째 국회의원 금배지를 다는 것에 성공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결국에는 출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둘째는 패자부활전의 유혹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 두 명의 유력 후보자들 모두가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선거포스터를 처음으로 벽에 붙여본 인물들이었다. 이와 같은 이례적 현상이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반복될지는 지극히 미지수이다. 우리나라 대선에서는 재수는 기본, 삼수는 필수가 된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신당 창당의 유혹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1987년 이후 새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현직 대통령에게 맹종하는 충성스러운 친위대형 신당을 창당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본인이 당권을 장악한 정당을 리모델링 형태로 신장개업한 경우도 있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이 당내 소수파 시절 겪었던 쓰라린 설움의 기억이 남아 있는 종전의 여당을 아예 완전히 갈아엎은 다음 명실상부한 새 집권 여당을 뚝딱 만들어낸 사례도 있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집권한 후에도 기존 집권당의 당명과 체제를 바꾸지 않은 범주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취임한지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가 경과한 윤석열 대통령은 장차 어떠한 길을 선택하게 될까?

윤핵관 무리에 잽싸게 끼기는커녕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실제로 직접 육안으로 목격한 적조차 없는 필자 같은 문외한 입장에서는 대통령 깊은 의중을 정확히 헤아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단지, 새로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층위와 유형의 여러 가지 상황과 사건들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평가해 필자 나름의 전망과 예측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제시할 수 있을 따름이다. 한마디로, 구체적 사례 연구와 면밀한 자료 조사보다는 순전히 감과 촉에만 의지해 윤석열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할지, 아니면 현존하는 여당의 틀을 그대로 유지해갈지 예측해야 한다.

이준석, 울고 싶은 윤핵관의 뺨을 때리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핵심 수뇌부, 즉 이너 서클이 현재의 여당을 깨고 ‘윤석열 신당’을 창당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히는 데 중대한 기폭제 역할을 수행할 결정적 한 장면이 될지도 모르는 뜻밖의 돌발사태가 2022년 6월 23일 목요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 안에서 개최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생했다. 이준석 대표가 배현진 의원의 악수 요청을 거칠게 마다한 광경이 수많은 언론매체들을 통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생중계되고 만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의 인사를 거부하며 손을 내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의 인사를 거부하며 손을 내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최고위원들 중 한 명이기도 한 배현진 의원 사이의 첨예한 긴장관계는 지금의 당 지도두가 출범할 무렵부터 공공연히 표출되어온 터이다. 두 사람은 공식 회의석상에서 서로 날선 경고를 주고받았다. 더욱이 이준석 대표가 배현진 의원과의 악수를 거절한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배현진 의원이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과 당 운영 방침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배현진에게 이래저래 크게 빈정이 상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허나 때로는 하나의 단순한 우연적 계기가 켜켜이 누적되어온 무수한 필연적 요인들을 능가하고 압도하는 수도 있다. 배현진을 향한 이준석의 분노와 서운함은 필자를 비롯한 폭넓은 유권자 대중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아왔다. 낡고 구태의연한 당내 기득권 세력의 첨병 구실을 언죽번죽 자처하는 배현진이 이준석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당한 세대교체 노력과 바람직한 정당혁신 작업에 과도하다고 할 만큼 무례하고 쓸데없이 상습적이고 악의적으로 딴죽을 걸어온 탓이다.

문제는 이준석이 배현진이 가하는 집요한 태클 공세에 거부감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젊은 여성 정치인이 입고 있는 상의 일부분의 옷매무새가 순간적으로 흐트러질 지경으로 어제따라 배현진을 유난히 거세게 뿌리쳤다는 것이었다. 배현진이 이준석의 어깨를 소리 나게 찰싹 때리며 폭력적으로 반격한 행동은 이준석이 배현진을 강하게 밀쳐낸 일에 그만 묻혀버리고 말았다.

축구경기에서 수비수의 거칠고 매너없는 플레이에 짜증이 난 스타플레이어 공격수가 상대편 선수의 신체를 주먹이나 발, 심지어 머리로 가격했다가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사태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관건은 이런 불상사가 생겨나면 이제껏 수비수의 거친 플레이를 비판해온 팬들에 중계진이 일제히 태도를 돌변해 본래는 피해자인 유명 공격수를 이구동성으로 비판하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상대방의 반칙을 묵묵히 버티고 견디는 인내력 역시 세계적인 일류 스타급 선수가 반드시 갖춰야만 할 중요한 자질이자 덕목인 이유에서이다.

그렇다. 이준석은 참아야만 했다. 이준석은 그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토사구팽시키려는 여권 핵심부의 저의와 속내를 진즉부터 충분하게 인지하고 있으리라. 윤석열 대통령을 위시한 이 정권의 진짜로 힘있는 실세들이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친윤 신당’ 창당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가능성과 위험성을 모를 리 없는 당대표 이준석으로서는 최고위원 배현진의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도발 책동을 모든 대외 일정이 마무리된 연후에 집에 가서 혼자 이불킥을 하는 한이 있을지언정 공식적 자리에서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꽉 깨물고서 무조건 어떻게든 의연하고 여유롭게 견뎌내는 전략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야 마땅했다.

분하고 억울한가? 분하고 억울해도 할 수 없다. 그게 신당 창당에 나설 기회와 핑계거리만을 호시탐탐 찾고 있을 당의 신주류들의 오만방자한 행패와 완장질에 홀로 고독하게 맞서야만 하는 처지에 불운하게 놓인 30대 청년 당수의 숙명이자 책무이다. (②편에 계속…)

* 필자는 '메시지버스' 운영자(공희준.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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