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칼럼] 서민 코스프레 정부와 정당, 서민의 탈을 쓴 늑대보수 경계해야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동산과 연관되어 증세정책을 고집한 것과 전통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진보성향을 띄던 2030이 보수로 돌아선 것이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큰 빌미가 되었다. 국민의힘(이하 국힘)은 20대 선거를 치름에 있어서 민주당의 친서민적 부동산 정책과 차별성을 두며 양도세, 종부세, 취득세 등의 세금을 내리고 주식 양도세의 폐지를 공약했다. 이러한 기조는 대선 승리 후에도 지속되어 ‘부자감세’ 등과 같이 재산이 없는 서민적 정책보다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20대 대선의 결과를 보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 있다. 그것은 2030의 표심에 대한 것이다. 다수의 2030의 경우 소유한 집이 없거나, 심지어 월세나 전세 집을 구할 경제적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나 금융지원 등의 정책을 폈던 문재인 정부의 뒤를 이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현 2030은 전통적 2030과는 달리 일반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2030의 변화를 느낀 국힘과 당시 윤석열 후보는 이들의 표심을 얻고자 ‘병사월급 200만원’ 등과 같은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남발하였다. 누가보아도 지켜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곧 폐기될 공약임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30, 특히 이대남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다른 어떤 요소들과 사실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2030이 진보정당을 외면하고 철저히 부자들을 위한 정책들을 펼쳐가는 보수정당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통적 2030과 달리 현 2030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난 것인가?

보수의 교묘한 집권전략과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밝힌 책이다.
보수의 교묘한 집권전략과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밝힌 책이다. 표지=갈라파고스 출판사 

2012년에 번역 출판된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토마스 프랭크 저)라는 책이 있다. 미국 캔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쓴 책이다. 그 책에서도 서민의 이익을 대변할 생각이 없는 보수(공화당)를 지지하고, 오히려 진보(민주당)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가지는 상황에 관해 질문을 하며, 그 원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핵심만을 말하면, 보수당의 장기적인 교묘한 정치공학적 전략을 통해 시민들에게 착란상태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문화전쟁에 기독교 보수도 한 몫을 하여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을 더 보수적 성향을 띄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것이지만, 데칼코마니처럼 한국에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한국의 경우 설상가상 다수의 보수언론이 앞장서서 국민들의 보수화를 유도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나라든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루어갈 때 나라의 발전과 바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으로 편향성을 띄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고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한국은 보수가 강세일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역사적·정치적 상황을 겪었다. 6·25전쟁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보수가 집권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분을 심어 주었다. 특히,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작된 고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 성공은 보수가 추구하는 기득권 중심의 개발에 당위성을 부여하였다. 이런 당위성은 ‘한강의 기적’을 맛보게 된 국민의 마음과 생각 속에 깊게 각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있던 어두움에 대해서는 인식하기 힘들었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난 국민들은 자신들이 누린 기쁨이 기득권의 호사스러움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점차 눈이 열린 국민의 일부 소수가 그들만이 가진 호사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면, 기득권들은 언제나 이념의 정점에 있던 “빨갱이 반공분자”를 외치며 ‘자신들이 가진’ 아니 ‘가져야 하는’ 권리와 이익을 당당히 지켜내었다. 이러한 가운데 언론은 보수 기득권의 아성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 그들의 대변인이 되었다. 그리고 세대에 걸쳐 ‘서민의’ 보수, ‘서민에 의한’ 보수, ‘서민을 위한’ 보수를 외치며 국민의 착란상태 조장을 위해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착란상태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기성세대의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우리 2030들은 정신을 차리고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 보수에서 표방하는 감세정책, 부자친화적 정책들은 대다수 서민들, 특히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들어 경제 활동을 시작한 우리 2030의 희생을 더욱 강요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가뜩이나 물가 급등으로 경제 위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요즘, 경제적 여유가 매우 부족한 2030이 이를 견딜 수 있을 것인가? 그나마 진보 정부에서 실시했던 서민 정책도 보수 정부에서는 점차 사라질 것이므로 정말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와 주거권네트워크, 집걱정없는세상연대 회원들이 윤정부의 부동산 정책 및 부자감세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와 주거권네트워크, 집걱정없는세상연대 회원들이 윤정부의 부동산 정책 및 부자감세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정권을 강력히 지지하는 기성세대의 경우 과거 보릿고개부터 쭉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를 견디면서 한국의 발전과 기적을 목도했기에 경제가 어려울지언정 보수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경험한 것을 토대로 보수만 믿고 응원해주면 이들과 함께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인내할 것이다.

이제 2030은 보수가 교묘하게 주입했던 보수편향적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을 중심으로 한 정치·경제체제를 요구해야 한다. 특히 미래를 살아갈 우리 2030은 이에 대해 더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진보가 벤치마킹하며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서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 대해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의 경제 질서 하에 있을 때에도 독일을 위시한 서유럽국가들은 미국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경제·정치 시스템을 고수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식 경제체제의 모순과 연약함을 드러나게 하였고, 한 수 아래로 취급하던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의 경제체제의 우월성과 단단함이 마침내 증명되었다. 다시 말해 소위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기업과 기득권 중심적 정치·경제체제는 심각한 빈부격차를 야기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나라의 위기를 조장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증가를 자초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반면에 서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의 국민(서민) 중심의 정치·경제구조는 균형적 성장을 유도하고, 어떠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에도 대처가 용이하며, 사회적 비용과 위기를 줄일 수 있음을 세계가 알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미국식 정치·경제체제를 벗어나 독일식 정치·경제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정책, 소득주도성장, 사회민주주의 등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은 복지를 통한 재분배와 기회균등을 부여하는 기능이 약해 양극화가 심한 부분이 있기에 알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대표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대표

현재 보수화 되어 있는 2030들 중에 이 글이 진보적 가치만 우월하다고 주장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매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세뇌된 착란현상으로 객관적인 시각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모든 진보적 가치만 맞다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가 착란을 조장하는 부분만을 짚고 있음을 직시해 다시 글을 읽어보기를 간절히 권유드린다. 현재의 한국 2030들을 위한 ‘정치계몽’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를 공감할 수 있길 소망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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